[청계광장] 자연재해, 왜 예측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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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강원도 고성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으로 불은 빠르게 번졌다. 많은 사람이 집을 잃고 사망자와 부상자도 생겨 안타까웠다. 엄청난 면적을 태웠지만 하루가 지난 5일 밤에는 빠르게 진화가 끝났다. 산불의 특성상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 진화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정부의 빠른 대응과 전국 소방체계의 조직적 동원으로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산불은 자주 발생한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산불은 적게는 연간 200여건, 많을 때는 약 700건 일어났다. 크게 번져 피해가 큰 산불만 주로 언론에 보도된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하루에 평균 한두번 정도로 산불은 자주 발생한다.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산불만이 아니다. 지진, 태풍, 홍수, 가뭄, 폭염 등 온갖 자연재난이 우리를 찾아온다.

자연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재난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먼저 자연재해는 피해 규모가 작을 때가 많지만 드물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 재난 규모가 들쭉날쭉 변할 때는 얼마나 큰 규모의 재난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과거 데이터를 모아 그래프로 그려보면 재난의 이해에 도움이 된다.

산불이나 지진이나 이런 방식으로 확률분포를 그려보면 공통점이 있다. 엄청난 규모의 재난은 드물게 발생하고 작은 피해를 일으키는 자연재해는 자주 발생한다. 또 확률분포가 거듭제곱의 꼴로 줄어들어 두터운 꼬리를 가진다. 바로 척도(스케일)가 없는 꼴이다. 어떤 재난이 척도가 없는 분포를 가진다는 의미는 큰 재난이든 작은 재난이든 발생의 원인에 근본적인 차이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우연한 전기 스파크의 발생은 엄청난 넓이의 숲을 태우고야 멈추는 큰 산불로 번질 때도 있지만 바로 옆 나무에도 옮겨 붙지 않을 때가 훨씬 더 많다. 이렇다 보니 자연재해의 정확한 발생 시점과 위치를 미리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 왕조시대면 모를까. 산불의 발생이 많아졌다고 정부를 탓하는 것은 옳지도 과학적이지도 않다. 건조해진 기후나 전기에 점점 더 의존하는 생활방식으로 말미암아 커진, 우연한 전력수송망 사고발생의 가능성을 탓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파란 하늘 빨간 지구>의 저자 조천호는 “폭염(재난)이 우리의 수준을 드러낼 것이다”고 적었다. 우리의 수준을 드러내는 것은 재난 발생이 아니다. 발생한 재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우리의 현재 수준을 보여준다. 이번 산불 진화에 노력한 수많은 분, 전국적인 소방체계를 완성하고 산불 발생 초기에 적극 동원한 정부 관계자들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느리더라도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8호(2019년 4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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