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에 주류·부동산까지… 패션의 완성은 '무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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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왕흥 옌거마마 연작 매장. /사진제공=연작


패션업계에서 ‘한 우물만 파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오히려 한 우물만 파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게 최근 패션업계 트렌드. 패션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주요 패션업체들은 올해 일제히 사업다각화에 시동을 걸었다. 뷰티사업에 뛰어드는가 하면 전기·전자용품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등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불황극복 공통분모 ‘화장발’

패션업계에 따르면 주요 업체들이 비패션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경쟁적으로 뛰어든 분야는 단연 화장품. 대표적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을 꼽을 수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4월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의 뷰티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하면서 뷰티분야에 진출했다.

비디비치는 인수 초기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중국인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2017년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19% 늘어난 555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9%. 올해는 성장속도가 더 가파르다. 두달 만에 누적매출 500억원을 달성하면서 지난해 상반기 브랜드 매출액을 넘어섰다.

뷰티 브랜드로 ‘매출 단맛’을 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뷰티사업에 더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내놓은 한방화장품 브랜드 연작은 면세점 입점 한달 만에 1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연작 담당자는 “글로벌시장을 겨냥해 한방의 향과 끈적임 같은 단점을 없애고 저자극의 고기능 제품을 개발한 전략이 적중했다”면서 “이미 입소문을 통해 품질을 검증받은 만큼 중국 밀레니얼세대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매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백화점과 면세점 매장 확대, 해외 진출 등을 통해 올해 비디비치 매출 2000억원, 연작은 2020년까지 1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LF도 뷰티사업으로 재미를 보는 곳 중 하나다. LF는 지난해 남성 화장품 ‘헤지스맨 룰429’를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뷰티시장에 안착했다. LF몰을 시작으로 헬스앤뷰티(H&B)스토어인 ‘올리브영’ 전국 주요 매장에 입점한 뒤 남성 피부 특성에 맞춘 스킨케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중 슬리핑 퍼팩크림은 온·오프라인 동시에 품절사태를 일으키며 인기를 끌고 있다. LF는 룰429를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 여성 화장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패션기업들이 뷰티로 사업 외도를 하는 가운데 30년 넘게 의류만 고집해오던 한섬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섬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공식적으로 뷰티분야 진출을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도 뷰티사업 진출을 앞두고 같은 수순을 밟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조만간 한섬이 뷰티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새 브랜드를 내놓는 식으로 화장품사업에 발을 뻗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뷰티사업 진출을 앞둔 또 다른 패션기업은 이랜드월드다. 이랜드월드는 SPA브랜드 ‘스파오’를 통해 화장품시장에 노크한다. 인기 캐릭터 ‘짱구’와의 협업을 통해 일명 짱구 화장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스파오는 그동안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왔지만 패션분야 외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의 잇단 뷰티사업 진출은 타깃 소비자가 겹치는 등 두 사업 간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더구나 화장품은 패션과 달리 재고 부담이 적고 제조자개발생산(ODM)기업에 제품 생산을 맡기면 돼 수월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리빙소품부터 전자용품까지

패션기업의 외도가 뷰티사업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세정그룹은 최근 온라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코코로박스를 인수하면서 라이프스타일 유통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코코로박스는 베딩, 패브릭, 리빙소품, 주방용품 등 홈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제품을 온라인 기반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미니멀 감성의 주방용품 카모메키친과 유아 패브릭 라인 베베룸 등 세분화한 브랜드도 운영 중이다. 이 회사의 연 매출 규모는 30억원 수준이다.

세정그룹은 코코로박스 인수를 계기로 기존 온라인 생활용품에서 홈웨어와 오프라인 문화공간까지 단계별로 카테고리를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LF는 그동안 뷰티사업 외에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비패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다. 2017년 1월 버니니(스파클링 와인)와 수제맥주 브루독을 국내 독점 유통하는 주류회사 인덜지를 인수한 지 2개월 만에 일본식자재 회사 모노링크를 약 300억원에 사들였다. 이어 6개월 뒤에는 치즈 및 버터를 수입·유통하는 유럽 식자재기업 구르메F&B코리아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식자재 유통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생활문화기업’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지난해부터는 국내 3위 부동산신탁회사인 코람코자산신탁 인수를 추진 중이다. 최근 열린 주총에서 전기·전자용품사업을 추가하며 조만간 1인가구를 겨냥한 소형 가전 PB도 내놓을 계획. 올해 이 두 사업이 마무리되면 LF의 패션 매출 비중은 8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패션기업의 외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비디비치’와 의류쇼핑몰 스타일난다의 뷰티브랜드인 ‘3CE’ 등의 성공이 미친 영향도 있다.

일각에서는 돈이 될 거라는 판단만 갖고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 경우 성공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외형을 키우기보단 내실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체된 패션업계의 사업 다각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차별화된 포인트나 브랜드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성공을 점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8호(2019년 4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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