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깜빡깜빡… 나도 혹시 '디지털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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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문명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디지털 기기로 무장한 현대인들은 ‘손 안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시공간의 구애 없이 대화한다. 디지털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했지만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같다. 인간은 많은 시간을 디지털 기기에 할애했고 점차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며 디지털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뇌는 본연의 기능을 잃고 있고 ‘디지털 치매’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급기야 디지털 문명을 독소(毒素)로 규정했다. 디지털은 선일까 악일까. <머니S>는 디지털 문명의 현황과 부작용을 살피고 극복 방안을 찾아봤다.<편집자주>

[신인류 불치병 ‘디지털 치매’] ②세대 가리지 않는 ‘디지털 치매’

“내가 방금 뭐 하려고 했지?”하며 당황하는 순간이 종종 있다. 갈수록 깜빡깜빡하는 일이 늘고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건망증이 이제는 젊은층에게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저마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있고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기기들이 업무나 일상의 시간을 줄여주지만 우리의 삶은 그만큼 기계에 의존하게 됐다.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손쉽게 길을 찾아주는 내비게이션과 궁금한 점을 찾아주는 포털사이트가 언제나 곁에 있다. 점차 떨어지는 우리의 기억력은 어쩌면 이들에게 지배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시, 내 머릿속에 지우개?

#“어?” 30대 직장인 A씨는 요새 기억력과 사투를 벌인다. 화장실에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동시에 “내가 지금 뭐 하려고 했지?”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당황한 순간 쭈뼛쭈뼛거리다 자리에 앉아 다시 한참 동안 업무를 본 뒤 자연스럽게 화장실로 향한다. 아까 내가 화장실에 가려다 까먹은 사실조차 잊은 채 말이다. 나중에야 ‘화장실 사건’이 떠오르지만 이미 시간이 한참 흐른 뒤다.

#20대 대학생 B씨는 요새 친구들에게 ‘백지’라고 놀림 받는다. “넌 뇌가 순수해”, “네 머릿속은 지우개” 등 기억력이 달리는 그에게 친구들의 장난 섞인 농담은 어느새 일상으로 들린다. 친구들의 이 같은 반응을 그냥 친한 사람끼리 할 수 있는 장난으로 치부하던 B씨는 최근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몇 자리 안 되는 집 현관문과 학교 사물함 비밀번호를 깜빡하기 일쑤고 강의실 위치도 매번 헤매서다.

A·B씨와 같이 최근 일상생활에서 매순간 깜빡깜빡하는 경험을 하는 이들이 늘었다. 연락처 목록을 보지 않고도 전화번호 수십개를 통째로 외우는 건 기본이고 내비게이션 없이도 도로 이정표와 지도 한장으로 목적지를 찾아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모두 옛날 일이다.

이제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몇 번만 두드리면 궁금증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스마트폰과 최신 전자기기가 우리 일상을 지배해 굳이 깊게 생각할 필요성도 못 느낀다. 모르는 게 있으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몇 초 안에 결과물이 나오는데 굳이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우리 일상에 만연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모든 세대에 퍼진 ‘깜빡깜빡’

‘손안의 작은 세상’으로 통하는 스마트폰이 이제는 우리 일상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우리 뇌 사용량을 줄여 ‘기억력 감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만큼 스마트폰 의존도가 커진 탓이다. 또 갈수록 전 연령층으로 스마트폰 의존도가 확대돼 사회적 심각성을 더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 5명 중 1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8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3세 이상 69세 이하 2만97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5%가 ‘스마트폰 과의존’으로 나타났다.

과의존 위험군 비율 증가의 주요 원인은 ‘유아동’ 과의존 위험군 증가와 ‘60대’ 과의존 위험군의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부모가 과의존 위험군일 경우 유아동 자녀가 위험군에 속하는 경향이 강했다. 또 60대의 경우 직업이 있는 스마트폰 이용자가 직업이 없는 이용자에 비해 과의존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의 과의존 위험군은 2015년 31.6%에서 지난해 29.3%로 낮아져 감소 추세지만 모든 연령대를 통틀면 여전히 과의존율이 가장 높았다.

또 지난해 6월 시장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이 만 19∼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2.8%가 ‘우리 사회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하다’고 봤다. 특히 이들은 디지털 중독의 주된 원인으로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을 꼽았다.


응답자의 71.9%(중복)는 일이나 공부를 하지 않을 때 주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는 2016년 조사 때(61.5%)보다 10%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로 갈수록 전 연령층에서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지자 사람들의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나이를 먹어야 생긴다고 여겨지던 ‘치매’ 증상이 ‘디지털 치매’, ‘영츠하이머’(젊다는 뜻의 영어 단어 young과 치매 병명인 알츠하이머를 합성한 신조어)라는 이름으로 우리 일상에 파고들며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내 건강은 괜찮을까.

◆‘혹시 나도?’… ‘디지털 치매’ 자가진단법

최근 ‘디지털 치매’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자 “혹시 나도?”라는 걱정에 ‘자가 진단법’을 알아보는 이들이 늘었다. 디지털 치매란 스마트폰이나 PC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기억력과 사고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디지털 치매 자가 진단법을 모아봤다. 이중 2개만 해당돼도 디지털 치매가 의심된다고 하니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현재 나의 모습이 어떤지 한번 살펴보자.

①내 번호와 집 번호 말고는 못 외운다.
②모바일 메신저나 이메일 대화가 80%를 차지한다.
③전날 먹은 메뉴가 기억나지 않는다.
④손 글씨를 거의 쓰지 않는다.
⑤전에 본 사람을 못 알아 본 적이 있다.
⑥같은 얘기를 반복한다는 지적을 받아 봤다.
⑦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을 단 뒤 지도를 안 본다.
⑧집 전화번호가 갑자기 안 떠오른다.
⑨아는 한자나 영어 단어가 기억나지 않는다.
⑩가사를 보지 않으면 애창곡도 못 부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8호(2019년 4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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