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간판 바꾸기 전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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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힐스테이트 엘포레에 몰린 청약자. /사진=뉴시스 박주성 기자


래미안·힐스테이트·e편한세상·푸르지오·자이 등 소비자들에게 시공사 이름보다 더 알려진 ‘아파트 브랜드’가 최근 잇따라 리뉴얼 작업에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주택시장 불황에 대비하는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랜드 리뉴얼은 이미지 쇄신?

1999~2000년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대림산업은 아파트 이름에서 ‘삼성’과 ‘대림’을 뺐다. 건설사 이름이 곧 아파트 이름이던 시대의 끝이었다. 본격적인 아파트 브랜드시대가 2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이제는 브랜드만 보고 수억원짜리 아파트를 고르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같은 입지라면 더 인기 있는 브랜드를 사는 것이 미래 가격가치의 상승도 기대할 수 있게 된 이유다.

지난해 부동산114와 닥터아파트, 브랜드스탁 조사에서 아파트 브랜드순위 1위를 차지한 것은 시공능력 평가 5위인 GS건설의 ‘자이’다. GS건설은 지난해 주택사업에서 7조1400억원의 매출을 내 전년대비 7.4% 성장했다.

최근에는 건설업계 ‘빅5’로 불리는 시공능력 평가 5위권 건설사 중 3곳이 브랜드 리뉴얼을 추진했다. 공교롭게도 브랜드순위 조사에서 주로 1위를 차지하던 자이와 삼성의 래미안은 리뉴얼에 관심이 없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대림산업이 리뉴얼을 진행했거나 준비 중이다.

표면적인 이유를 따져보면 주택산업 트렌드의 변화와 수요층의 세대교체가 가장 큰 이유다. 집을 사는 수요층이 1980~1990년대 밀레니얼세대로 낮아지면서 보다 세련된 이미지의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것. 브랜드 리뉴얼의 포문을 연 쌍용건설은 지난해 말 기존 ‘예가’ 브랜드를 버리고 ‘더플래티넘’을 리론칭했다. 김동욱 주택사업총괄 상무는 “젊은 수요층에게 한자이름인 ‘예가’가 익숙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브랜드명 자체를 바꾼 건설사는 쌍용건설뿐이다. 업계 1위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의 콘셉트와 디자인을 변경했다. 영문(Hillstate)으로 표기하던 브랜드명을 한글로 바꿨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경쟁사 대비 늦은 2006년에 힐스테이트를 론칭해 브랜드 인지도 개선이 필요했다”면서 “영어보다는 한글이 읽기 쉽고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잇따라 브랜드 리뉴얼을 발표한 대우건설의 ‘푸르지오’는 보다 친환경적이면서 일상과 일터의 경계를 허문 주거공간의 이미지를 내세웠다. 카페 같은 집, 편안하게 재택근무가 가능한 주거공간의 콘셉트를 추구한다. 그런데 이보다 화제가 된 것은 새 BI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메달 디자인을 맡았던 이석우 디자이너의 주도로 1년여에 걸친 외주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시행사와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홍보행사도 이례적이다. 이런 과정이 자체적으로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한 현대건설과 비교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외주 의뢰는 큰 비용을 치렀을 가능성이 높다.

e편한세상의 브랜드 리뉴얼을 검토 중인 대림산업 관계자는 “20년 새 주택시장 트렌드가 많이 변했고 분양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라 오래된 이미지를 벗어나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동안 소비자에게 익숙해진 브랜드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브랜드 리뉴얼이 필요해진 시점이지만 그동안 높인 인지도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건설사들의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불황에 ‘실속 있는’ 대비책 필요

건설사들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대체로 나오는 반응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전략이라는 시선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택사업이 아무리 불황이라고 해도 건설사 입장에서 가장 쉽게 이윤을 낼 수 있는 것은 ‘아파트’”라면서 “한때 로또로 불리던 서울 새아파트 분양시장도 청약경쟁률이 떨어지고 미달도 되는 상황이다 보니 어떻게든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형건설사 매출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었다.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은 각각 61.4%, 60.3%, GS건설은 54.3%를 주택사업으로 벌어들였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비교적 해외사업이 활발한 현대건설도 주택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9.3%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규제와 주택 공급과잉, 인구감소 등으로 아파트사업은 앞으로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 위기에 놓였다. 브랜드 리뉴얼이 부동산경기 불황을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건설사 중에도 브랜드 리뉴얼의 유행을 따르지 않는 곳이 아직은 더 많다”면서 “굳이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미지 변신보다 더 중요한 건 최첨단기술이나 친환경시스템 등으로 발전하는 아파트 기능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리뉴얼로 인한 사업비 증가가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높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로또아파트’ 논란이 커지면서 규제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자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브랜드 리뉴얼에 나선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안상태 대우건설 주택건축기술실장(상무)은 “분양가 규제가 이전과 똑같고 브랜드 리뉴얼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8호(2019년 4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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