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못 믿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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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는 각종 정책을 펼치면서 시장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타난다. 지자체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의무 임대기간, 임대료 인상 제한 등의 여러 규제를 받는다. 즉 민간이지만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임대주택의 공공화를 통해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문제를 해소하고 세입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 지난해 정부가 임대사업자의 세제혜택을 강화한 것은 이런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통한 서민 주거안정이 목적이다. 하지만 임대사업자 입장에서는 세원 노출이나 페널티가 작용하므로 정부와의 눈치작전이 치열한 모습이다. 다양한 다주택자 사례를 통해 임대사업자의 장단점과 전망을 짚어보자.


◆사례① “세금폭탄 피하려고 서둘러 등록했어요”


서울 잠실에 사는 우미영씨(가명‧60)는 서울과 경기도에 집을 여러채 가지고 있다. 그는 “집이 정확히 몇채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우씨는 지난해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정부가 임대사업자의 10년 장기임대 시 양도소득세 면제혜택을 한시적으로 제공하고 서울과 수도권, 세종 등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 신규 취득주택도 8년 임대 시 양도세 최대 20% 중과를 면제했다.

또 정부가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율을 최고 3.2%까지 올리고 주택 공시가격을 급격히 인상해 재산세 부담도 커졌다. 임대사업자를 신청하면 종부세 합산배제, 거주주택 비과세 등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씨는 “은퇴 이후 노후대책을 위한 전재산이 집이라 고정적인 생활비 정도만 나오면 된다”면서 “인기지역은 전세금이 2년 만에 수천만원, 수억원씩 오르기도 하지만 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이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보니 법을 지키면서 임대하는 게 당연하고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임대사업자 등록의 이유를 설명했다.



◆사례② 등록시키고 세금폭탄 때릴까봐 무서워

김세운씨(가명·65)는 충남 대전에 다가구주택 한채가 있다. 총 16가구로 구성된 이 빌라는 그의 퇴직금과 전재산을 투자해 샀다. 한달 월세로 받는 돈이 480만원, 연간 5760만원이다. 이 중 관리비와 청소대행, 세금 등을 내고 남는 순수익은 연 2000만원 정도다. 국민연금과 합해도 부부 두 사람이 쓸 수 있는 한달 생활비가 200만원 남짓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정책이잖아요. 부동산에서는 ‘버티는 자가 이기는 자’라는 말이 있어요. 그리고 제일 무서운 게 세제혜택으로 꾀어놓고 나중에 돌변해 세금폭탄을 매길지 어떻게 알아요.”

지난 5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임대사업자의 임대료 상한 ‘연 5%룰’이 등록 전 기존 세입자에게도 소급 적용돼 반발이 거셌다. 5%룰을 지켜야 하는 의무 임대기간도 무기한 연장됐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취소할 경우 과태료가 높아져 일부 임대사업자 사이에선 ‘정부가 뒤통수를 쳤다’는 반응마저 나왔다.

정부의 민간임대주택 공공화를 위한 시도는 오래전부터 진행돼왔다. 임대사업자 등록뿐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임대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운영하는 사업도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는 중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유럽에는 국민 전체의 90%가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나라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땅이 비좁아서 새 공공임대를 짓는 것보다 민간임대를 공공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례③ 정책은 언젠가 바뀌니까… 증여로 전환

“작년보다 임대사업자 세제혜택이 줄어 실익이 없어졌어요. 양도세 때문에 팔기도 어렵고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죠. 보유하자니 종부세, 재산세 부담이 큰데 자녀에게 증여하면 증여세 부담은 있지만 언젠가 물려줄 재산이고 나중에 집값이 오르는 기대도 할 수 있으니까요.”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다주택자 논란과 자녀에게 ‘꼼수증여’라는 비판을 받으며 자진 사퇴했지만 사실상 가족간 증여는 현재 다주택자의 유일한 절세전략으로 꼽힌다.

국토부 조사 결과 지난 2월 임대사업자 신규등록 수는 5111명으로 한달 새 21.9% 감소했다. 2017년 11월 이후 최저수준이다. 정부가 세제혜택을 준 지난해 12월 3만6943건과 비교하면 70%가량 줄었다.

반면 증여는 늘어났다. 한국감정원 조사를 보면 지난해 건물 증여건수는 2017년 대비 20.9% 증가한 13만524건을 기록했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고수준이다. 이 중 주택 증여는 11만1863건으로 같은 기간 25.2% 늘어났고 서울의 경우 66.7% 급증한 2만4765건에 달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계속되면 증여도 늘어날 것”이라며 “편법 증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주택 공시가격이 급상승해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임대사업자 신청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은 양도세, 종부세 등 세제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8호(2019년 4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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