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탕진잼 vs 불경기… ‘반품·천원숍’ 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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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리퍼브매장 올랜드아울렛 내부. /사진=류은혁 기자
최근 각광받는 라이프트렌드인 탕진잼, 소확행, 혼쇼핑, 미니멀리즘 등을 제대로 관통하는 키워드는 ‘가성비’다. 몇년 전 등장한 소비트렌드인 가성비는 경기불황과 맞물려 소비자들에게 ‘만원의 행복’을 선사하며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가성비 제품을 무기로 한 생활용품업체들의 성장세가 매섭다. 다이소는 2조원 매출을 눈앞에 뒀으며 유통사들도 속속 중·저가 가성비시장에 뛰어들며 생활용품점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분위기다. <머니S>가 최근 성장 중인 가성비업체의 매력을 분석했다. 또한 ‘공룡급’으로 성장한 가성비업체들에 대한 정부 규제 움직임도 살펴봤다.<편집자주>

쇼핑의 대세 '가성비 마켓'- 중


#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씨(47)는 봄을 맞아 인테리어 소품을 장만했다. 올해는 예년 같지 않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가성비 마켓인 리퍼브매장과 저가 생활용품점 통해 물품을 구매했다. 김씨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씀씀이가 줄었다”면서 “가성비 마켓을 통해 구매 비용을 크게 아꼈다”고 말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이른바 ‘가성비’가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 경기침체가 소비심리를 무겁게 억누르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항상 새로운 상품에 대한 소비 갈증을 느낀다.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리퍼브매장과 저가 생활용품점을 찾아가봤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리퍼브매장 올랜드아울렛 내부. /사진=류은혁 기자


◆가성비 제품이 한곳에 ‘리퍼브매장’

지난 9일 오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리퍼브매장 ‘올랜드아울렛’을 방문했다. 1150㎡ 규모의 이 매장은 작은 유리컵을 비롯해 가전, 가구 등 각종 생활용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리퍼 혹은 리퍼브 제품은 ‘리퍼비시드’(refubished) 제품의 약자로 상품에 하자가 있거나 소비자의 단순 변심 등으로 반품돼 수리된 제품들을 말한다. 새 것과 거의 차이가 없고 20~40% 싸게 판매된다.

이날 기자는 리퍼브매장에 들어선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매장 내 배치된 가성비 제품들은 없던 소비욕구까지 자극해 통장잔고를 조회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조회된 통장잔액은 달궈진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지만 저렴한 가격에 성능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건 분명했다.

홈쇼핑·온라인판매 시연 제품도 리퍼브매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모델하우스 전시 모델로 사용된 TV, 국회의원 선거 당시 3일간 쓰인 노트북 등도 소비자 판매가의 절반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이날 눈에 띈 제품은 유명 브랜드의 ‘무선청소기’다. 시중에서 구매하면 100만원대에 가까운 이 제품은 리퍼브매장에서 5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박스를 만지작거리면서 스마트폰으로 최저가를 검색하고 나서야 리퍼브매장의 진면목을 알 수 있었다.

노트북을 구매하기 위해 리퍼브매장을 찾은 한모씨(36)는 “(올랜드아울렛은) 스마트폰 케이스 같은 작은 생활용품을 비롯해 옷장, TV 등 다양한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며 “사소한 물품이라도 대형마트가 아닌 리퍼브매장을 방문해서 구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리퍼브매장 올랜드아울렛 내부. /사진=류은혁 기자


평일에 찾은 가산 올랜드아울렛은 한산했지만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고객이 넘친다고 한다. 매장 관계자는 “최근 가성비 소비가 자리를 잡으면서 리퍼브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평일 낮 시간대보다는 주말에 많은 고객이 찾아오는데 신혼부부, 이사를 앞둔 가족 등 소비층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리퍼브매장에서 물건을 구매 시 주의할 점도 있다. A/S가 안되는 제품을 구매해 고장날 경우 수리비가 더 나오는 경우가 있기에 A/S 기간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또 구매 당시 본인이 선택한 제품의 사진을 세세히 찍어야 한다. 실제 배송된 제품이 본인이 구매한 제품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배송비와 설치비가 과하게 붙을 수 있으니 지역·제품별 부가비용을 정확하게 아는 것도 중요하다.


인천에 위치한 생활용품점 다이소 내부. /사진=류은혁 기자


◆불황 속 떠오르는 ‘저가 생활용품점’

같은 날 찾은 인천의 저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도 사람들로 붐볐다. 한손에 바구니를 든 채 세제, 화장지 등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방을 꾸밀 소품이나 화장품을 담고 있었다. 이날은 오후부터 내린 비로 우산 판매대에 사람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바로 옆 타매장에서도 장우산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소비자들은 유독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우산만을 살펴보고 있었다. 우산을 고르고 있던 이모씨(24)는 “편의점이나 타매장에서 우산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다이소에 구매하는 것이 가성비가 좋다”면서 다이소에서 우산을 구매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타매장에서 판매하는 장우산과 다이소 장우산을 비교해보니 가격 차이가 컸다. 타매장은 1만원인 반면 다이소에서는 5000원으로 저렴했다. 품질적인 부분에서도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다이소의 장우산이 질적으로 괜찮다는 인상을 줬다.

다이소의 쇼핑철학은 고객이 적은 돈으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다이소 판매 제품은 모두 5000원 이하고 대부분 1000~3000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이소의 등장으로 소비풍경도 변하는 추세다. 이날 한 무리의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다이소에서 쉴 새 없이 물품을 고르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무엇을 구매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친구들과 함께 탕진잼 중”이라며 웃곤 금세 계산대로 사라졌다.

‘탕진잼’은 소소하게 낭비하며 재미를 느낀다는 말이다. 가성비 갑으로 불리는 다이소에서 여러 종류의 상품을 마음껏 구매해 스트레스를 푸는 소비형태다. 이날 이들이 구매한 물품도 대략 1만~2만원 수준이었다.

반면 가성비 물품만을 찾는 것과 관련해 안타까운 목소리도 나온다. 다이소에 만난 박모씨(56)는 “요즘 세상이 먹고 살기 힘들어지니까 가격 대비 그나마 괜찮은 것을 찾게 되는 것”이라며 “가성비보단 제 값주고 좋은 물품을 사는 것이 정상적이 소비로 쓸 만한 것은 제 값을 한다”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8호(2019년 4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류은혁 ehryu@mt.co.kr

머니S 류은혁 기자입니다. 이면의 핵심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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