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번 스마트폰 사용 못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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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문명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디지털 기기로 무장한 현대인들은 ‘손 안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시공간의 구애 없이 대화한다. 디지털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했지만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같다. 인간은 많은 시간을 디지털 기기에 할애했고 점차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며 디지털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뇌는 본연의 기능을 잃고 있고 ‘디지털 치매’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급기야 디지털 문명을 독소(毒素)로 규정했다. 디지털은 선일까 악일까. <머니S>는 디지털 문명의 현황과 부작용을 살피고 극복 방안을 찾아봤다.<편집자주>

[신인류 불치병 ‘디지털 치매’] ③‘디지털 디톡스’가 뜬다


# 최근 김주현씨(35)는 지인의 권유로 템플스테이에 참가했다.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김씨를 보고 지인들이 적극 추천해 참가를 결심했다. 김씨는 일을 마치고 쉬거나 지하철로 이동하는 찰나의 순간에도 스마트폰으로 뉴스나 웹툰을 본다. 앞을 보지 않고 걷다가 다른 사람과 부딪혀 스마트폰 액정이 깨지는 경우도 다반사. 김씨는 스마트폰을 보지 못해 조급해졌지만 템플스테이 일정에 맞춰 휴식을 취하다보니 보이지 않던 주변 풍경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김씨처럼 디지털 기기 중독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몇년 새 시계, 손전등, 계산기, 게임기 등 일상의 기능을 스마트폰이 대체하면서 인간은 빠르게 디지털 기기에 종속됐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궁지로 몰아넣은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중독에 대한 해독이 없을 경우 건강은 물론 사회성까지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디지털(digital)에 ‘독을 해소하다’는 뜻의 디톡스(detox)가 결합된 디지털 디톡스는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디지털 ‘디톡스’, 왜 필요한가


스마트폰 없이 1초의 공백도 참지 못하는 ‘초미세 지루함’. 없다는 뜻의 ‘노’(no)와 ‘모바일’(mobile), 공포(phobia)를 합쳐 휴대전화가 없는 상태를 두려워하는 ‘노모포비아’(Nomophobia). 메시지 답이 없으면 전화로 확인해 보채는 ‘퀵백 세대’(Quick-Back Generation). 모두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은 현 세태의 신조어다. 관련 신조어가 생긴 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통용된다.

디지털 디톡스는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이다. 각종 전자기기 사용을 중단하고 명상, 독서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것. 단식으로 몸에 축적된 독소나 노폐물을 해독하듯 스마트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해 정신적 회복을 취한다.

절제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우리의 뇌는 전자파에 상처 받고 중독현상으로 인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문제는 스마트폰 이용자 5명 중 1명은 디지털 기기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발간한 ‘2018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이용자 중 19.1%가 과의존 위험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영 상명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터넷 및 스마트폰에 중독돼 디지털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급증했다”며 “디지털 피로도 증가의 카운터트렌드(반대의 경향)로 디지털 디톡스가 생겨났는데 스마트폰을 반납하는 여행상품이나 편의기능을 대폭 줄인 라이트폰이 대표적인 마케팅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해외사례로 보는 디지털 디톡스

유럽 등 선진국은 10여년 전부터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디톡스 센터를 설립하거나 비영리단체가 캠페인 형태로 권고하기도 한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리부트’(Reboot)는 ‘24시간 동안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쓰지 않겠다’는 서약 운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서약내용을 보면 ‘매년 3월23일을 디지털 없는 국경일로 정하고 이메일과 메시지를 보내는 활동을 중단하라’고 권고한다. 캐나다의 문화운동그룹 ‘애드버스터’(Adbuster)는 개인이 설정한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게 하는 ‘디지털 디톡스’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보급했다.

아프리카의 입헌군주제 국가인 모로코는 종교적인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고 있다. 최근 모로코도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 속도가 빨라지며 디지털 중독현상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이 믿는 무슬림의 종교 의식으로 인해 하루 3회 이상 기도하는 시간만큼은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네덜란드는 온라인게임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되자 2006년 ‘비디오게임 중독 디톡스 센터’를 최초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NIA를 중심으로 디지털 디톡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NIA 관계자는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심각하게 많은 만큼 보호자까지 지원할 수 있는 기술기반 디지털 디톡스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스마트폰 중독이나 과의존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원하는 스마트 헬스케어 앱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9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며 정보가 취합되는 대로 '스마트 헬스케어 앱'에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상에서 만나는 디지털 디톡스

디지털 디톡스의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바쁜 직장, 학업으로 인해 실천하지 못하거나 방법을 알지 못해 포기하는 이들도 많다.

이를 위해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하는 디지털 디톡스 5계명을 소개했다. ▲침대로 스마트폰을 가져가지 않기 ▲이메일 계정 로그아웃하기 ▲SNS와 모바일 메신저 알림기능 끄기 ▲디지털 기기 대신 종이책 보기 ▲온라인 접속시간 측정하기 등이다.

전문가들은 억지로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면 생활 리듬이 깨져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디지털 기기를 아예 안 쓸 수 없으니 일종의 통제감을 주는 ‘컨테이닝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며 “어떤 일을 마치면 특정시간에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하는 자체 보상을 마련하는 것이다. 얼굴을 마주하는 대면 방식의 소통을 늘리는 것도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8호(2019년 4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cso86@mt.co.kr  |  facebook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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