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산?… 정권 입맛따라 바뀌는 ‘금융중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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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이 물건너갔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주재로 제37차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라북도를 금융중심지로 지정하는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전북혁신도시의 제반 여건을 감안하면 향후 금융중심지로서 발전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놨다. 금융위가 추후 논의를 지속한다는 여지를 뒀지만 빠른 시일 안에 매듭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부산국제금융센터. /사진=뉴시스 하경민 기자
◆'3번째 금융중심지' 왜 전북인가

금융중심지는 국제금융도시로 성장시킬 금융허브를 의미한다. 지난 2009년 서울과 부산이 지정된 후 10년이 지나면서 제3금융중심지 선정 논의가 급부상했다. 

한은법·산은법·수은법·기은법은 서울에 본점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권은 지방에 본점을 두는 개정안을 내놨다. 이전 지역은 전북과 부산이다. 전북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3금융중심지 조성을 약속한 곳이며 부산은 ‘제2금융중심지’이면서 내년 총선 때 격전이 예상되는 곳이다.


전북이 지역구인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본점을 전북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산은과 수은 및 기업은행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3금융중심지로 전북혁신도시를 육성한다는 국정과제에 따라 국책은행 본점을 전북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발의한 셈이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은·수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부산시는 산은, 기은, 수은, 예금보험공사, 서민금융진흥원(금융위원회),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투자공사(기획재정부 산하), 한국벤처투자(중소벤처기업부) 등 9개 금융 공기업 이전을 추진한다.

사실상 서울에 위치한 금융공공기관을 모두 부산시로 끌어오겠다는 복안이다. 부산은 금융공공기관 유치전이 더 치열해지기 전에 선제적 유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에 전북 제 3금융중심지 지정을 포함하면서 경제정책이 정치싸움으로 번지는 분위기”라며 “금융중심지 선정에 브레이크가 걸린 만큼 금융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레이크 걸린 금융중심지, 신중론 제기

금융당국은 금융중심지 선정을 잠정 보류했지만 여전히 추가 지정에 대한 문은 열어뒀다. 금융중심지 발전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위원회 회의가 오는 9월쯤 열리는데, 이 자리에서 전북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측 "국내 금융중심지 후보도시 등의 발전 여건 성숙도를 감안해 그 가능성을 지속 점검하고 검토하기로 했다"며 "전북혁신도시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이행계획을 제시하고 이행계획이 어느정도 진행돼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는 경우, 이를 바탕으로 논의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지역의 금융 공공기관 유치전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더 불꽃이 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공공기관을 각 지역에 나눠주는 포퓰리즘이 금융산업을 후퇴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중심지 정책은 지난 2003년 국정과제로 채택됐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2009년 1월 금융중심지로 추가 지정된 부산 문현금융단지에 거래소·기술보증기금·예탁결제원·주택금융공사·자산관리공사 등 금융공기업이 강제 이전된 게 전부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표방하며 2012년 11월 들어선 IFC는 국제금융센터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입주 기업 142곳 중 외국계 금융사는 25곳에 불과하고 외국계 금융회사의 본사 이전은 한곳도 없다.

지난해 9월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를 보면 서울은 33위, 부산은 44위에 그쳤다. 중국 베이징(8위)·광저우(19위)·칭다오(31위), 일본 오사카(22위), 타이베이(32위)에도 못 미친다.
 
금융노조는 서울이 국제 금융중심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만큼 기존 금융중심지부터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 확장을 위해 지방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지방이전을 강행할 경우 총력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세계적인 추세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에 이어 선전을 세계적 금융허브로 키워내며 기존의 홍콩, 싱가포르, 일본 3강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5개 도시는 지옌의 아시아 금융 중심지 순위에서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를 금융 혁신의 실험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로 2015년 ‘스마트 파이낸셜 센터’ 비전을 내놨고 2016년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서비스에 각종 규제를 면제해주는 것)를 도입했다. 프랑스는 파리를 ‘유럽의 금융수도’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고 유럽 내 금융사가 파리로 이전할 때 걸림돌을 없애는 137개의 이행 과제를 선정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금융중심지가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선 금융자원 분산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비효율식 행정은 금융중심지의 부작용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금융사들을 끌어들일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의 유인책도 필요하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중심지 정책은 우리나라 경제 혈맥을 공고히 세우는 중요한 문제”라며 “정부와 정치권 모두 긴 안목으로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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