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마트는 왜 '소상공인 블랙리스트' 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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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에 있는 한 대형식자재마트./사진=해당 업체 홈페이지 캡처
# 지난해 수도권의 한 상업지구는 한 유통업체의 입점 문제로 시끌했다. 전통시장 인근에 대형식자매마트가 입점을 추진했다가 골목상인들의 반발이 커진 것. 현행법상 식자재마트는 전통시장 인근에 들어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해당 지자체도 입점 허가를 내주기 애매해졌다. 이 식자재마트 입점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최근 의원들이 발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골자는 몸집이 커진 다이소나 이케아의 규제다. 이들의 수익이나 판매규모는 사실상 대형마트 못지 않음에도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의무휴업을 하지 않는 등 이득을 누려왔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서다.

여기에 갈수록 대형화돼가는 식자재마트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대형유통체인이 없는 지역에 들어선 식자재마트가 사실상 대형마트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식자매마트, 사실상 대형마트?

유통산업발전법상 전통시장 반경 1㎞는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이 구역 내에서는 대규모 점포의 입점을 제한해 전통 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이 법망을 피해간 다이소나 이케아, 대형쇼핑복합몰 등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초대형복합쇼핑몰과 아웃렛, 유통 전문점이 들어서면 인근 수십㎞ 반경의 소상공인 상권이 초토화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식자재마트 역시 '소상공인 블랙리스트'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식자재마트란 자영업자들이 농·축·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만든 마켓이다. 각종 물품을 포장 단위로 구분해 시중 매장보다 싼 값에 공급한다.

특히 특정 식재료는 대형마트보다도 저렴하다. 주 고객은 자영업자지만 일반 손님도 제한없이 구매가 가능해 매장에는 연일 많은 인파가 몰린다. 또한 연중무휴로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거나 편의점처럼 24시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일정금액 이상 물품을 구매하면 대형마트나 대형수퍼마켓(SSM)처럼 무료 배송도 해준다.

1층에는 식자재매장, 2층에는 외식업체들이 입점해 가족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로도 손색이 없어졌다. 소비자들도 가격의 저렴화, 선택의 폭 확장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다. 몇년 전부터는 점차 대형화돼 SSM보다 면적이 넓은 곳도 등장했다.

식자재마트는 식자재를 제공하는 업체가 만들거나 개인사업자 운영, 대형유통사 운영 등 모체가 다양하다. 일부 슈퍼마켓 주인은 편의점으로 간판을 바꾸지 않고 대형화로 방향을 잡았다. 이들은 지역 도매업자와 손잡고 중형 마트를 열기 시작했다.


10년 전만 해도 식자매마트는 동네 구멍가게 수준의 규모였지만 점차 유통망이 대형화되고 판매 품목이 많아지면서 점포 면적도 넓어지게 됐다.


시장 규모는 정확하게 파악이 어렵지만 국내 대형 식자재마트를 운영하는 A업체의 연 매출이 1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식자재마트 점포의 총 매출은 2조~3조원대를 넘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소상공인들은 식자재마트도 사실상 대형마트라는 주장이다. 과거 동네 수퍼마켓 수준의 크기였던 식자재마트가 대형화되며 골목상권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얘기다.

용인시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인근에 대형 식자재마트가 생기며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더 저렴한 곳을 이용하려는 소비자를 탓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도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사진=뉴스1DB

◆성장하니 규제… 식자재마트 업계 "너무하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움직임으로 다이소나 이케아, 대형복합쇼핑몰 등과 함께 식자재마트도 규제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서형수 의원을 포함해 11명의 국회의원들은 새로운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매출액 또는 자산총액 규모가 대규모점포나 준대규모점포에 준하는 유통업체에도 현행 대형마트와 같은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되는 중규모 동네마트나 식자재마트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각 지역의 의원들도 당시 식자재마트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박춘호 시흥시의원은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대형식자재마트의 골목상권 위협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민성 포항시의원도 당시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이 걸린 식자재마트 입점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앞서 대구시는 전국 최초로 조례를 통해 식자재마트 등 중형마트 확산에 제동을 건 바 있다. 2015년 전통시장과 골목 상점가 1㎞ 이내에 식자재마트 등의 진입을 제한하는 '서민경제 특별진흥지구 지정·운영 조례'를 제정한 것. 이처럼 식자재마트의 대형화는 수년전부터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겨졌고 이제 법안으로 규제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식자재마트 업계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제품이 저렴한 것은 대형마트처럼 가격마케팅이 아니라 대부분 중소기업 제품 위주로 상품을 판매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식자재마트 입점으로 집객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대형식자재마트를 운영하는 B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제품도 판매하지만 구색상품에 불과하다. 주력은 중소기업 상품으로 단가가 높지 않아 가격대를 낮춰 팔 수 있다"며 "또 대형마트와 달리 식자재마트는 순수 '식품' 위주로 판매해 부가 수익을 얻기 힘들다. 주변 다른 업종에 고객이 분포되는 등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식자재마트 관계자는 "식자재업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마켓을 만들고 열심히 노력해 성장한 측면을 고려해달라"라며 "규모가 커지고 경쟁력이 갖춰지니 이제 규제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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