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의 그래픽저널] 국민은 ‘황금알 거위’ 아니다

 
 
기사공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 금융투자연구소장


중국 초나라 사람이 장강을 건너기 위해 배에 탔다. 그는 좋은 칼을 차고 있었는데 배가 강 중간에 이르렀을 때 강의 물살이 출렁해 칼을 강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이 남자는 자기가 앉았던 자리의 배 옆에 작은 칼로 이 곳이 내가 칼을 빠뜨린 곳이라고 표시했다. 훗날 그는 다시 돌아와 배에 표시해둔 것을 보고 검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 헛수고만 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는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고사성어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여씨춘추(呂氏春秋)>가 출전이다. 초나라는 전국시대이니 2000년 전부터 전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한 행동경제학의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이다. 이 이야기에는 자기 이해에만 국한해서 불완전하게 이뤄지는 선택과 의사결정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이 담겼다고 필자는 이해한다. 

◆금융위의 소비자 보호 방안

지난 3월27일 금융위원회가 금융부문의 핵심 국정과제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 보고를 했다.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 시장전문가, 금융회사 종사자를 대상으로 금융정책에 대해 심층 인터뷰 및 설문 조사를 한 결과 50.7%가 만족한다는 응답을 했다고 한다.

만족한 이유로는 정책 일관성의 적절성과 적극적인 정책 추진 노력이 81.4%로 압도적이었다. 참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금융위가 일하는 한 대한민국의 금융이 바로 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회 회의록은 보지 못했지만 의원들도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가 업무보고 자료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업무 추진계획에는 나름 손에 잡히는 것들이 쏙쏙 귀에 걸리게 -누구의 귀인 지는 모르겠지만- 잘 담겨 있다. 금융당국은 경제활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혁신 금융’, 소비자 중심의 ‘신뢰받는 금융’을 추진하며 확고한 ‘금융안정’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올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본 인프라 구축을 위해 ‘금융소비자 보호법’ 제정을 추진하고 이와 병행해 ‘금융소비자 보호 종합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세부 내용으로는 ▲판매행위 원칙 ▲불완전 판매 예방 ▲소비자 권익 보호 ▲상품설명서 개편 ▲취약계층 현장 서비스 개선 ▲모니터링 강화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특히 100만명 소비자 대상 맞춤형 금융교육을 제공하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 금융투자연구소장

◆금융소비자 중심의 재편

필자는 금융위가 기획한 올해 금융 정책이 금융산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현장에서 금융소비자들과 부딪히며 애환을 함께한 필자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다는 이름 아래 노파심에서 몇마디 보태려고 한다.

첫째는 금융 시스템이 진정으로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재구축돼야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현재까지의 금융시스템은 금융산업의 이익이 우선이고 그 범위 내에서 금융소비자의 이익이 허락되는 구조로 이해된다.

금융정책과 감독도 기본적으로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도 금융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었던 것으로 느껴졌다.

많은 금융 사고의 경우 금융산업의 위기에 금융소비자는 희생을 감수해야 했지만 금융소비자의 위기에 금융산업은 희생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금융산업의 이익이 곧 국가적 이익으로 직결된다는 후진국 단계의 금융논리가 아직도 정치, 제도, 산업에 깔려 있어 어떤 금융정책을 도입해도 금융 소비자에게는 마찬가지 결과일 것으로 추측된다.

금융소비자들은 ‘금융소비자 보호’가 금융소비자로부터 금융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닌지 불만을 갖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금융소비자는 금융당국, 금융산업을 불신할 수밖에 없다. 금융시스템 설계의 철학이 근본적으로 변경돼야 하는 이유다. 금융산업의 이해관계로 쉽지는 않을 것이다.

◆금융자문인 도입 필요

둘째는 금융소비자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의욕적으로 입법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중 금융소비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은 ▲금융상품자문업자 ▲금융소비자정책 종합계획 ▲금융교육협의회’ 관련 내용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100세 기대수명이 보편화되는 시대에는 금융론과 투자론도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을 위해 안정적인 평생 금융투자의 환경이 마련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이해에 중립적인 금융자문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도입되는 ‘금융상품자문업자’ 기능이 초기에 중립적으로 정착돼야 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인 자문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에 대한 철학 없이 금융회사 견학이나 상품 홍보수단에 그치는 ‘금융교육’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의 중요성에 못지않게 청소년, 경제활동연령, 은퇴 후 2차 인생을 준비하는 국민들에게 ‘금융교육’은 중요하다. 국민이 인생 단계별로 필요 금융을 이해하고 자율적 운용을 위해 쉽게 경제 상황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맞춤형 금융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상업적 목적에서 벗어난 중립적인 리서치 서비스와 초장기적 금융, 투자 방법론의 연구, 제공을 담당할 기구도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법’ 도입의 성공 열쇠는 국민복지 차원에서 공정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시스템의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금융위가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금융정책의 성공을 위해 이러한 설계 철학이 고려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금알을 매일 하나씩 낳아 주던 거위를 농부가 빨리 부자가 되겠다는 급한 마음에 배를 갈라 거위도 잃고 그나마 매일 하나씩의 황금알을 얻는 기회도 놓쳤다는 이솝 우화가 생각난다. 국민이 황금알 낳는 거위 신세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 금융투자연구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89호(2019년 4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 코스피 : 2064.84상승 4.1518:03 10/21
  • 코스닥 : 649.18상승 2.4918:03 10/21
  • 원달러 : 1172.00하락 9.518:03 10/21
  • 두바이유 : 59.42하락 0.4918:03 10/21
  • 금 : 59.70상승 0.4718:03 10/21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