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알아버린 '인보사' 성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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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버텍스코리아 비즈니스센터에서 진행된 인보사 유전자 치료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국내 첫 세포유전자치료제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가 판매 중단을 넘어 허가 취소될 지 관심이 쏠린다. 코오롱생명과학의 바이오의약품 가운데 당장 수익을 내는 약은 인보사가 유일해 회사 내부엔 긴장감이 감돈다.

인보사는 사람연골세포(1액)와 사람연골세포를 변형한 형질전환세포(2액)를 섞어 만든 주사제다. 형질전환세포는 연골재생을 돕는 물질(TGF-β1)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사람연골세포에 삽입한다. 문제는 2액에 허가 당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엉뚱한 신장세포가 담겼다는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국내 유통 제품도 미국과 동일하게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가 포함됐다고 15일 인정했다. 인보사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지 2주일이 지나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국내 투여 환자 3400여명 전원에 대한 장기추적조사에 나섰지만 방대한 데이터인 만큼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안전성 99.9% 장담… 0.1%는?

인보사 성분이 애초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로 밝혀지기까지는 15년이 흘렀다. 왜 이제야 발견한 걸까.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분석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차이”라며 “판매허가 전 최신분석기술인 STR검사를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2003년 세포은행을 만들어 2004년 형질전환세포를 분석한 결과 사람연골세포의 특성만이 보였기 때문에 오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진출을 위한 임상시험 중 바이오릴라이언스(임상시험기관)가 생산한 인보사를 코오롱이 최신분석기술(STR)로 재분석해보니 형질전환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인 것으로 확인됐던 것.

일각에서는 이 세포가 성장 활동이 활발하도록 조작돼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일종의 종양세포라며 위험성을 지적한다. 이미 동물실험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됐기 때문이다. 암 유발 가능성을 두고 양측 간 의견이 분분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권고를 토대로 방사선(감마선)을 조사해 세포가 자연 사멸하므로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코오롱의 주장처럼 안전성에 문제없다 해도 허가와 다른 성분의 약을 유통했다는 사실만으로 코오롱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이 훨씬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인보사. /사진제공=코오롱생명과학


◆명칭 변경 vs 재임상시험 ‘팽팽’

의료계 일부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전문가들에게 ‘밑장빼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는 앞서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없다고 99.9% 장담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의약품이 생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0.1%의 의혹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인보사를 두고 코오롱생명과학과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린다. 인보사의 허가만 변경하면 된다는 사측과 행정처분, 허가취소 가능성 등을 모두 열어둬야 한다는 일부 의료계의 대립각이 좁혀지지 않는 것. 상황에 따라 임상시험을 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인보사 성분이 애초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임이 밝혀졌기에 허가를 취소하는 게 합당하다고 주장한다. 연골세포여야 할 형질전환세포가 언제부터 왜 신장세포로 오인됐는지 점검하려면 연구개발 초기단계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다시 임상시험해도 결과는 같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생산과정 중간에 세포가 바뀐 적이 없고 세포 이름만 잘못 붙인 것이므로 안전성과 유효성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인보사의 구성 성분이 바뀐 게 아니라 세포의 명칭이 바뀐 것”이라며 “품목허가 변경 작업만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인보사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자체조사에 나섰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잘못된 세포를 사용하긴 했지만 허가 당시 제출한 세포가 임상에 활용되고 처방돼 왔는지 확인되면 허가취소는 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관성이 인정되면 그동안 임상 결과에서 보이듯 안전성과 효과는 검증됐다는 것이 식약처의 입장이다.

한편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성분이 허가 당시 식약처에 제출한 것과 다르다고 지난달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했으며 식약처는 31일 코오롱에 인보사 판매를 중지할 것을 통보했다. 이어 코오롱생명과학은 1일 긴급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당 사실을 알리고 조사에 착수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조사 결과에 따라 허가취소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이르면 6월 인보사에 대한 행정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9호(2019년 4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아름 arhan@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기자. 제약·바이오·병원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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