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 분양가' 논란… 몽니인가, 순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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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4일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아파트특별위원회 공공임대아파트 분양전환 절차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뉴스1 임세영 기자


“10년 동안 보증금 대출이자에 월세도 꼬박꼬박 올랐는데 혜택이라니요. 서민 임대주택 들어오면서 84㎡가 10억원까지 오를지 안 사람이 있겠어요? 시세차익 벌자고 직장과 아이들 학교 포기하고 이사할 사람도 없고요. 그럼 정부가 분양가 규제하는 로또아파트는 왜 있죠?”

“그들은 서민이 아니에요. 들어올 땐 서민이었는지 몰라도 공공임대 목적은 경제적 자립과 중산층 진입을 지원하는 거예요. 이제 와서 집값이 오르니 깎아달라니요.”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를 놓고 논란의 중심에 선 경기도 판교. 올해 3000세대 안팎의 입주민이 10년 새 급등한 분양가를 감당 못해 살던 집에서 쫓겨날 상황이라는 하소연과 달리 한편에서는 계약서대로 진행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대정부질문에서 “10년 공공임대 분양은 위헌 여지가 없다”고 결론 내렸음에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주민 반발이 광화문 집회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확산되며 국토부가 공공임대 공급중단 조치를 내렸는데도 논쟁이 계속되는 이유는 이달 분양가 감정평가가 시작되는 가운데 여야 3당이 관련법을 발의하고 국회 토론회를 열어 주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공익이냐 로또냐 

10년 공공임대는 참여정부 때 도입된 서민 주거지원제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건설사가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짓고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빌려주다가 10년 만기 시 세입자에게 우선분양권을 준다.

문제가 된 것은 분양전환가다.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10년 공공임대 분양가는 감정평가액을 초과할 수 없다. LH 10년 공공임대의 임대차계약서를 보면 분양가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자 선정한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액 평균 이하로 정하도록 규정한다.

여기에서 해석의 차이가 발생한다. 감정평가액은 감정평가사의 주관적 개입이 들어갈 수 있고 그보다 법적으로 상한선만 제시했을 뿐인데 최대한도의 분양가를 산정하는 것은 건설사가 싼 공공택지를 매입해서 시세 폭리를 취하는 행위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또 비슷한 제도인 5년 공공임대의 경우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균한다. 민간분양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 반면 10년 공공임대는 주변시세가 뛰면 분양가가 같이 오르는 구조다. 건설사가 장기 임대사업에 따른 낮은 사업성을 보전하기 위함이다.

실제 판교 평균 분양가는 2009년 분양 당시 3.3㎡당 1600만원에서 10년 새 3300만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84㎡ 기준 4억원이던 아파트가 10억원이 된 것이다.

판교 주민 최모씨는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해 로또아파트가 생겨났는데 그런 뉴스를 보면 자존심이 구겨진다”면서 “로또아파트에 투기하는 사람은 괜찮고 임대아파트 사는 우리는 시세차익을 누리면 안되느냐”고 따졌다.


/사진=정우룡 기자


◆서민 아니라는 건설사

건설사들은 주민들이 계약 당시 합의한 분양가를 놓고 이제 와서 시세차익을 얻는 것은 나쁜 의도라고 비판한다. 분양가 산정방식을 인지했음에도 떼를 쓴다는 주장도 한다.

LH 관계자는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10년 동안 거주한 것은 수혜라는 비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3억~4억원의 임대료를 내고 사는 사람이 서민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특혜를 줘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법을 잘 모르고 서명한 깜깜이 계약서라는 주장도 있다. LH 10년 공공임대에 사는 문모씨는 “입주상담 때 직원이 감정가 이하라는 조항에 대해 시세의 60~70%선이라고 말했다”면서 “세금으로 산 공공택지에 임대수익, 시세차익까지 누리려는 건설사가 세입자의 시세차익을 비판하는 것은 무슨 논리냐”고 지적했다.

◆주민에 힘 실어주는 정치권

국토부와 건설사는 분양전환이 완료된 사례와의 형평 문제나 소급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국회에서는 오히려 논의가 확산되는 중이다.

분양가를 5년 공공임대와 동일하게 산정하거나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법안 등이 발의돼 있다. 법안을 발의한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입자가 예측가능한 분양가를 제시해 주거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법적 논쟁도 치열하다. 공익적 목적과 공공임대 사업자의 재산권 침해가 충돌한다.

최원우 법무법인랜드마크 변호사는 “공공임대 입주민의 실질적인 거주를 보장하는 공익적 목적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면서 “같은 조건의 5년·10년 공공임대 분양가가 다른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준엽 법무법인청은 변호사는 “다른 무주택자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분양받을 이유가 없고 시세가 하락한 지역의 세입자들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입자의 임대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는 10년 후 내집 마련의 꿈을 좌절시키는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다. 더 가능성이 있는 것은 대출규제 완화와 금리지원이다.

정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40%에서 각각 70%, 60%로 늘려주고 장기 저금리대출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 사례를 보면 공공임대 분양가와 관련해 소송이 일어난 사건이 있다. 2011년 대법원은 광주 LH 입주민들이 임대차계약 종료 후 법정 분양가를 초과해 낸 금액을 돌려달라고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줬다. 이후 분양전환을 앞둔 주민들이 잇따라 비슷한 소송을 내는 발단이 됐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9호(2019년 4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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