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호갱 안되려 ‘해지방어 전선’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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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DB


3년이라는 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 지난 6일 기자의 스마트폰에 다시 지루하고 스트레스받는 싸움을 시작하라는 알람이 울렸다. ‘인터넷 약정 종료’. 하지만 그 알람은 바쁜 일상에 치여 뒤로 미뤄졌다. 그로부터 7일 넘게 기존 통신사 KT에서는 ‘약정이 만료됐으니 재약정하라’는 연락이 없었다. 괘씸했다. 각종 혜택을 챙겨주겠노라며 가입을 권할 때는 언제고 정작 가입하니 모르쇠로 일관하는 통신사의 행태가 불쾌했다. 그렇게 지난 15일 수화기를 들고 ‘해지방어’ 전선에 뛰어들었다.

◆“가입하면 다 해드릴게요”

“인터넷 가입 알아보고 있습니다. 인터넷 회선 500Mbps 이상, TV 2대도 가입하려는데 TV 한대는 약정이 아직 안끝났어요. 부모님 스마트폰도 번호이동을 고려 중입니다.”

기자는 가장 먼저 SK텔레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현재 사용 중인 이동통신서비스가 SK텔레콤이라 기자를 포함해 3회선 결합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1회선, TV 2대, 모바일 2회선을 옮기겠다고 밝히자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한결 밝아졌다.

“안녕하세요. 현재 사용하시는 통신사가 어디인가요. 약정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보셨나요.” 자신을 김××라고 밝힌 상담원은 기자가 현재 사용 중인 요금제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그에게 매월 4만4000원의 인터넷, TV 요금을 내고 있으며 TV 한대는 9만원, 부모님의 스마트폰은 각각 2만2000원씩 위약금이 있다고 답했다.

상담원은 걱정하지 말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그러면 월 1만6000원에 인터넷 500기가, TV 한대는 모든 채널 열어드리고 다른 TV는 기본 채널 제공해드릴게요. 추가적으로 인공지능(AI) 셋톱박스 무료로 드릴 거고요. 가족 분 모두 이동통신사를 옮기신 후 결합하면 한분당 5500원의 할인혜택도 제공해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혹했다. 매월 2만8000원의 인터넷 요금이 줄어든다고 가정했을 때 36개월이면 100만원이 넘는 돈을 아낄 수 있는 셈 아닌가. 기자는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입을 열었다. “위약금은 어떻게 해요. 저희가 내야 하나요.” 상담원은 웃으며 그건 ‘당연히’ 회사 측에서 내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잠깐 생각해보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지만 마음은 이미 움직인 상태였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도 전화를 해볼까 하는 생각은 이미 오간데 없었다.

◆회유·협박… 해지방어

이제 대망의 해지방어와 마주할 차례다. 침착하게 KT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고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 해지하려고요.” 선전포고다. KT는 해지방어를 하지 않는다. ‘유선통신 품질과 서비스는 우리가 가장 좋으니 올 테면 오고 갈 테면 가라’는 마인드는 이용자 사이에서 유명하다.

3년 전 KT로 인터넷 회선을 옮긴 것도 그 때문이다. 당시 한달에 한번 주기적으로 끊어지는 인터넷 회선은 짜증 그 자체였다. 인터넷 속도도 들쭉날쭉하고 동영상 다운로드를 할 경우에는 IPTV가 몹시 끊겼다. 하지만 그와 달리 KT 인터넷 회선은 속도, 안정성 면에서 상당히 큰 만족감을 줬다. 재약정 통보만 했어도 KT를 떠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수화기 너머로 “인터넷 오래 사용하셨는데 해지하시겠어요. 전문 상담사 연결 도와드릴까요”라는 상담원의 목소리가 들렸고 기자는 ‘해지방어팀’과 통화할 수 있었다.

전문 해지방어팀 상담사 이××씨의 목소리는 여유가 넘쳤다. 이씨는 “지금 고객님은 장기 고객으로 분류돼서 3년 재약정하시면 월 2만7000원에 현재 사용 중인 서비스 전부 그대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라며 기자에게 해지하지 않을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시 예상대로 혜택이 크지 않았다. 알았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10여분이 흘렀을까. KT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쪽(SK텔레콤)에서 13만원 불렀다고요? 그럼 재약정하시면 15만원 상당의 사은품 지급해 드릴게요. 지류, 모바일 상품권 원하시는 대로 모두 선택 가능합니다. 만약 지금 해지하시면 TV 위약금 9만원, 스마트폰 4만원 위약금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것은 회유인가, 협박인가’. 약 30분간 끈질기게 설득하는 그에게 불쾌함마저 느꼈다. 해지방어 강도가 약한 곳이 이 정도라니 숨이 막혔다.

◆해지방어 3년 지나도 그대로

다음날인 16일 SK텔레콤 회선가입을 결정하고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사 김××와 연결했다. 상담사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잘 생각하셨어요. 가입 진행해 드릴게요. 지금부터는 통화내용이 녹음됩니다. 인터넷, TV 2대 이용하실 경우 월 5만2400원인데 결합할인해서 총 3만8500원에 이용하실 수 있어요.”

어제보다 2만2000원가량 비싸다고 지적하자 상담원은 어제 금액은 통신요금 할인액까지 모두 포함한 것으로 스마트폰 3회선을 결합하면 1만6500원 추가혜택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기분은 상했다. 가입신청을 중단하겠다고 말하자 상담원은 끈질기게 기자를 설득했다. ‘무엇 때문에 시간을 들였나’라는 자괴감이 몰려왔다. 그 와중에도 상담원은 가입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에게 강하게 가입신청 취소한다고 말을 하고 나서야 없던 일로 만들 수 있었다.

이후 기자는 결국 지인을 통해 인터넷, TV 2대, 스마트폰 회선 결합으로 매월 3만4000원을 지불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수십만원 상당의 사은품을 받았다.

해지방어는 3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투입한 시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하지만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가 최소한의 혜택은 누려야 한다고 생각해 체험기를 작성했다.

당장 자신의 인터넷, TV 약정기간을 살펴보라. 재약정하는 것만으로 최소한 15만원은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9호(2019년 4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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