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공정여행요? 상식적인 여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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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은평구 은평상상허브에서 만난 변형석 트래블러스맵 대표. /사진=박정웅 기자

[공정여행을 만나다] ①변형석 트래블러스맵 대표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환경을 파괴하지 맙시다. 현지인에게 민폐를 끼쳐선 안 됩니다.”

공정여행이 어떤 거냐는 물음에 변형석(48) 트래블러스맵 대표의 답은 간단했다. “누가 쓰레기를 버리고 환경을 파괴하고 민폐를 끼쳐라고 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또 “공정여행은 상식여행”이라고 잘라 말했다. ‘책임’과 ‘생태’, 그리고 ‘지속가능함’의 영어식 표현을 잇댄 공정여행은 우리말로 치면 ‘상식여행’인 셈이다.

공정여행을 상식여행으로 소개한 변 대표를 18일 서울 은평구 은평상상허브에서 만났다. 트래블러스맵은 국내 공정여행사 1호 기업이다. 2009년 당시 생소한 개념인 공정여행을 앞세워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을 꾸렸다. 국내 여행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지 10년째다. 

변 대표는 당초 여행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고 했다. 공정여행과 트래블러스맵의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여행사 대표이기 전에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이른바 ‘학교밖 청소년’을 가르쳤다. 서울시 하자센터의 하자작업장학교 교사였다.

“문화활동에 역점을 둔 대안학교여서 일반학교처럼 교과목은 따로 없어요. 학생이 하고픈 주제를 발굴하면 함께 키우는 과정이 전부입니다. 가령 밴드, 디자인, 공연 등 목표를 설정하면 같이 고민하면서 만들어가는 겁니다.”

◆“살아볼 수 있겠습니다”… 여행은 인생학교

트래블러스맵의 공정여행 세계 지도. /사진=트래블러스맵
그는 2002년부터 6년간 학생들과 함께했다. 여행업에 ‘여’자도 몰랐을 변 대표가 삶의 전기를 맞은 시기는 이때쯤으로 보인다. 하자작업장학교 학생들은 입학 후 두달 뒤에 도보여행을 떠난다. 열흘 일정으로 서울-속초를 걷는 ‘걸어서 바다까지’가 대표적이다.

“교사들도 힘든데 학생들은 오죽 하겠어요. 그런데 2~3일 지나면 학생들이 여행하는 사람으로 몸이 바뀝니다. 도보여행 초반,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몸이 변화하는 거죠. 몸이 적응하니까 여유가 생기면서 주변을 보게 되는 겁니다.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던 자연, 풍광, 마을, 사람, 그리고 자신까지도요.”

변 대표는 여행에서 학생들의 성장과 변화를 경험했다고 했다. 주변과 관계에서 무기력했던 학생들이 여행으로 ‘몸을 바꾼다’는 것. “바다에 도착하면 엉엉 우는 게 기본입니다. 성취감, 동질감이랄까요. 학생들에게는 단순히 한계령을 함께 걸어서 넘어왔다는 그 이상의 뭔가가 있죠. 서울까지 다시 걸어서 되짚어가자는 얘기만 봐도 그렇습니다.”

또 다른 길 위의 에피소드도 꺼냈다. 2006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을 때였다. 정신적 압박에 우울증이 심각한 한 학생의 얘기다. 하자작업장학교에 온지 2년 가까이 됐음에도 모든 교사들의 이목이 집중된, 말하자면 ‘관심학생’이었다. 며칠 동안 말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일관한 그가 “이젠 살아볼 수 있겠습니다”라던 것. 답답한 환경에서 벗어나 드넓은 평원과 지평선에서 마음이 트이더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개념을 확장한 게 ‘로드스꼴라’다. 로드스꼴라는 하자센터의 지원을 받는 비영리단체로, 여행을 통해 몸을 바꾸면서 무기력을 극복하고 다른 페이스로 나아가는 콘셉트를 강조했다. ‘길 위의 여행학교’ 혹은 ‘인생학교’인 셈이다.

◆길 위의 여행학교, 그리고 공정여행 10년

트래블러스맵 임직원들. /사진=트래블러스맵
변 대표는 로드스꼴라와 같은 여행학교를 마음에 품었다. 여기다 더해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접목한 것이 바로 트래블러스맵이다.

“서구에서는 오래됐지만 당시 공정여행은 국내에선 매우 낯설었습니다. 지역사회와 지역민을 존중하고 환경을 보존하고 지역민에게 경제적 도움이 되는, 공정여행의 키워드는 생소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뜯어보면 삶과 맞닿은 익숙한 데가 많았습니다. 국내 관광문화가 서구보다 다소 늦긴 했지만 공정여행을 한국서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변 대표는 공정여행으로 국내 여행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또 단체와 패키지 위주의 획일화된 프로그램에 지친 여행자들의 등을 긁어줬다. 새로운 것을 찾는 소비자 눈높이와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에 공정여행의 비전을 밝힌 것. 특히 가족단위 고객이 공정여행을 많이 찾고 있어 주목된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데 부모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함께 여행을 하면서 아이와 부모가 인생공부를 합니다. 바깥세상서 공감하는 경험은 교육적으로 좋은데 이은 아이와 부모 할 것 없죠. 바뀐 환경과 관계에서 주는 에너지는 큰 변화를 일으키 마련입니다.”

18일 은평상상허브에서 만난 변형석 트래블러스맵 대표. 그는 "공정여행의 가치를 즐기는 이들이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박정웅 기자
1호 공정여행사는 시행착오를 숱하게 겪었다. 변 대표의 ‘팔자’와 ‘여행업’은 어쩌면 무관할 수도 있다. 또 여행사 경험이 전무하고 업계 생태도 모르는 상황인지라 트래블러스맵 창업은 무모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런 그가 공정여행 기치 하나에 매달려 10년을 달려왔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10년의 세월, 가까스로 여행시장의 한 끝자락을 붙잡았다. 반면 씁쓸한 면도 봤다.

“공정여행이 큰 비즈니스라고 여긴 탓인지 콘텐츠를 베끼는 곳이 많습니다. 공정여행의 껍데기만 빌려 같은 프로그램을 카피해 운영하는 여행사가 있어요. 공정여행의 본질을 뺀 채 말이죠. 몇 번의 항의 끝에 결국 관련 프로그램(상품)을 내린 법인도 있습니다.”

변 대표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친 공정여행의 경험치를 무단 도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남의 프로그램을 ‘가로채는’ 여행업계의 몰상식이 빚은 결과로 보인다. 심지어 공정여행의 기치를 내팽개친 곳도 많다는 지적을 했다.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인데 공정여행인 척하는 여행사를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친환경여행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목소리도 나옵니다. 여행은 단순히 내가 즐겁다고 전부가 아니라 내가 즐겁기 위해선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또 현지인의 맛집과 숨겨진 명소를 찾고 나아가 이곳을 단순히 둘러보는 게 아니라 체험하려는 여행객도 있죠. 이러한 지점에서 앞으로 공정여행의 옥석을 가리는 눈은 분명해질 거라고 봐요.”
 

박정웅 parkjo@mt.co.kr

여행, 레저스포츠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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