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느린 인터넷, 원인은 ‘대칭·비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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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K브로드밴드

#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A씨(35)는 지난달 KT에서 SK브로드밴드로 유선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를 변경한 뒤 크게 후회했다. A씨는 “통신사 결합할인 혜택을 이용하기 위해 유선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를 바꿨다”며 “이후 인터넷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고 온라인게임을 할 때도 끊김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특히 업로드 속도는 통신사 변경 전의 10분의1로 줄었다. 할인혜택 적용 전 가격은 KT를 썼을 때와 비슷한데 품질 차이가 나는 원인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내에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된 지 20년이 지났다. 요란한 소리를 내던 초창기 56kbps모뎀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됐고 언제 어디서나 저렴한 가격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국내 유선인터넷 가입자수는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기준 2124만8527명을 기록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지불한 요금에 맞는 뛰어난 품질의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다.

유선인터넷을 조금 안다 싶은 사람들 사이에는 “인터넷은 무조건 KT에 가입하라”는 말이 통용된다. 실제 통계치도 KT가 압도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유선 통신서비스 통계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는 KT 878만1199명, SK브로드밴드 275만3298명, SK텔레콤(재판매) 270만381명, LG유플러스 383만4276명, 종합유선 316만429명, 기타 1만8944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입자의 40%가 KT에 몰린 셈이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났을까.



◆진짜 기가인터넷은 KT뿐

KT에 유선인터넷 가입자가 몰리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인터넷 선의 구조를 이해하면 쉽다. 현재 통신 케이블은 광케이블, 구리케이블이 주로 사용된다.

먼저 광케이블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가인터넷’에 활용된다. 이는 인터넷 공급자부터 가정까지 오직 광케이블로만 사용되는 방식을 말하며 ‘FTTH’(광가입자망)라 부른다. 이 방식은 다운로드, 업로드, 지연시간이 모두 우수한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업로드와 다운로드 속도가 같다는 뜻으로 ‘대칭형 인터넷’이라고 부른다.

반면 집근처까지만 광케이블로 연결하고 단자함에서 가정까지 구리선을 통해 연결하는 방식은 ‘HFC’(광동축복합망)라고 부른다. HFC는 구리선과 광케이블을 혼합해 사용하기 때문에 업로드 속도가 느리고 지연시간이 불규칙하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최근 사용자가 줄고 있다. 다운로드 속도와 업로드 속도가 최대 수십배까지 차이나는 점에서 업계는 이를 ‘비대칭형 인터넷’이라고 부른다.

얼핏 봐도 사용하는 선의 재질과 업로드 속도, 지연시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HFC방식을 FTTH와 같은 기가인터넷이라고 주장하면서 품질의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HFC 방식과 FTTH 방식은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한다. 이호경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 교수는 “구리케이블을 사용하면 광케이블만 사용하는 경우보다 전송과정에서 오류가 많이 발생한다”며 “전송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데이터를 다시 전송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터넷 업로드 속도가 느려지고 지연시간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B씨는 “KT의 경우 100% 대칭형, FTTH 방식을 사용해 소비자들의 품질만족도가 뛰어나다”며 “하지만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HFC 방식을 사용하면서 FTTH와 같은 기가인터넷이라고 주장한다. 요금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같은 요금을 내고 누가 느린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겠나. 인터넷은 KT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의 자료를 살펴보면 KT 기가인터넷은 100% FTTH 방식을 사용하며 HFC 가입자는 단 한명도 없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FTTH 가입자가 92만2616명 HFC 가입자가 56만2178명에 달한다. ▲SK텔레콤에서 재판매한 가입자는 FTTH 83만9591명, HFC 40만9682명이다. ▲LG유플러스는 FTTH 93만7576명, HFC 91만3631명에 달한다. 느리고 속 터지는 HFC 방식에 FTTH 요금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396만명에 달하는 셈이다.



◆손 놓은 정부에 소비자만 손해

더 큰 문제는 통신사가 소비자들에게 이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을 뿐더러 약정을 해지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통신사의 인터넷 설치를 담당하는 C씨는 “통신사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FTTH 설치 가능지역 정보를 믿으면 안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터넷 설치 담당자에게 FTTH 지원 여부를 물어보는 것”이라며 “약관상 한번 인터넷을 설치하면 HFC 방식이라는 것을 이유로 약정을 해지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최저 다운로드 속도는 회사에서 보장하지만 업로드와 지연시간은 보장 대상이 아니다”며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를 제시하면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정부의 지적이 없으면 소비자의 이용 편익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두손 놓고 강 건너 불구경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매년 인터넷 품질보고서를 발표하지만 FTTH, HFC 등의 용어는 한번도 등장한 적이 없다. 지연시간은 변별력이 크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평가대상에서 제외하고 속도만을 측정한다. 정부 관계자는 “FTTH와 HFC 방식 중 어떤 것을 사용해도 인터넷 품질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현재 정부의 정책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전자통신 전문가 D씨는 “FTTH와 HFC의 차이가 없다는 정부의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HFC망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FTTH망 사용자보다 요금을 적게 내야하며 불완전판매의 소지가 있는 경우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에 어떤 망이 사용됐는지 알려주지 않는 것은 식품의 성분을 표기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는 소비자를 기망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0호(2019년 4월30일~5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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