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 vs 조정, 서울 집값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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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불가, 청약부적격자, 깡통전세가 우리를 옥죄며 ‘집값’ 걱정이 가라앉지 않는다. 다주택자, 1주택자는 물론 세입자마저 얼어붙었다. 해외 금융환경도 ‘폭락’ 예측을 거든다. 지방발(發) 미분양이 서울까지 북상했고, 대출규제로 계약이 포기되고, 전셋집도 빠지지 않는다. 실수요자도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물량이 강남3구에 쏟아질 예정이다. 작금의 시장은 ‘현금 부자들만의 리그’라는 푸념도 나온다. <머니S>는 시장을 긴급 진단하고 집값 조정의 끝은 어디일지 알아봤다.<편집자주>

[집값 어디로 가나] ①‘고민’ 많은 주택시장


#1. 김씨는 올 초 전세대출을 연장하러 갔다가 거절당했다. 2주택자여서다. 김씨는 결혼과 직장 문제로 두번 이사하는 과정에서 실거주를 위해 구입했던 빌라가 매매되지 않아 2주택자가 됐다. 김씨는 지금 사는 전셋집의 전세대출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2년 안에 빌라 한개를 팔겠다는 각서를 제공했다. 만약 이행하지 못할 경우 대출금을 일시 상환해야 하며 이후 5년간 은행대출이 금지돼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 유씨는 5년 전 결혼 당시 신혼집으로 산 서울 마곡지구 새 아파트의 가격이 두배 넘게 올랐다. 그런데 유씨는 지금 신혼집 인근 오래된 작은 빌라에 전세로 살고 있다. 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대출을 갚았다. 높아지는 금리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아파트는 팔 계획이다.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으니 남들 눈엔 좋아보일지 몰라도 돈 때문에 좋은 집을 포기하고 어린 딸과 주말가족이 된 대가다.

#3. 윤씨는 오는 10월 전세계약이 만료된다. 결혼과 함께 새로 입주할 예정인 공공임대아파트 이사날짜에 맞춰 계약했다. 그런데 전세금을 제때 다 돌려받을 수 있을지 큰 걱정이다. 경기 소도시에 있는 그의 집은 4년 전 집주인이 매수한 분양가보다 현재 전셋값이 더 오른 상태다. 집주인은 다주택자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고 새 세입자를 구해야만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다주택자나 1주택자, 전세세입자 등이 부동산시장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국내 부동산 대부분이 대출과 연결된 점을 볼 때 앞으로 집값의 추가하락이나 금리인상 시 급매와 경매가 한꺼번에 쏟아지며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에서는 정부 규제정책이 무주택자의 청약기회를 넓히고 신규 전세세입자에게는 전셋값을 안정시켜 서민 주거안정 측면으로 보면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기조가 지속될 경우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커 문재인정부 중반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전반적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비규제지역·9억원 이하·현금부자' 기회?

부동산전문가들은 1년 후 서울 집값의 하락에 무게를 싣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19년 4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부동산전문가 106명 중 59.4%는 1년 후 서울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집값이 현재와 같을 것이라는 전망은 24.5%, 상승 전망은 16%에 불과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돼도 누군가는 집을 사게 마련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전방위 규제로 인기지역 거래가 차단되고 투자이동이 이뤄지는 곳을 주목한다. 바로 비규제지역의 9억원 이하, 이를 살 수 있는 ‘현금부자’들이다.

한국은행의 ‘2018년 4분기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전문가 172명 중 66.6%는 올해 서울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경기도와 대전, 세종은 상승 전망이 60%대로 더 높았다. 즉 ‘풍선효과’가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서울 집중규제로 인한 풍선효과와 비규제지역 반사이익으로 대전·세종·전남 등은 상승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지정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세종 등 투기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40%가 적용된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와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 분양권 전매제한 등의 강력한 규제를 받으므로 프리미엄을 기대한 단타매매가 무의미하다. 무엇보다 실수요자라도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부동산전문가들은 대규모 재건축 분양이 예정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미분양 확률이 낮다는 데 이견이 없다. 1순위청약에 당첨된 후 자금마련에 실패한 미계약자가 나올 수 있지만 대부분 현금을 가진 투자자들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아파트를 줍는다는 의미의 ‘줍줍’ 현상이 부동산시장 신트렌드로 떠오른 상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거처럼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긴 어렵겠지만 강남3구는 지역 특성상 분양 매진이 거의 확실하다”면서 “대출이 까다로운 상황이라 현금 동원력을 가진 분들 위주로 분양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정론 vs 폭락론

가장 고민이 깊어진 건 내집 마련을 계획 중인 중산층 실수요자다. 다주택자는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고 부동산투자도 시기를 미루는 추세지만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을 위한 제도적 환경은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강남 집값과 대출규제의 벽은 여전히 높고 비규제지역 등은 가격폭락의 리스크가 작지 않다.

올해 내집 마련을 계획한 김모씨는 “부동산이 오르든 내리든 1주택 실수요자는 집을 팔아 시세차익을 낼 일도 없고 당장 돈을 잃을 것도 아니라서 동요하지 않는다”면서 “그렇다고 해도 집값이 폭락할 예정이라면 매수는 미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폭락이 발생할 경우 자산가치 하락뿐 아니라 은행의 대출상환 압력이 우려된다. 실제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집값이 폭락하자 수많은 하우스푸어가 대출상환 압력과 금리인상을 못이겨 집을 팔았다.

국내 유명 부동산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폭락보다 긴 조정을 예상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부동산이 하락하는 상황에는 여러개를 분산투자해 보유한 사람이 버티기가 힘들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했다. 그는 “단지 보유세를 내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10억원짜리 1개가 1억~2억원 떨어진 것과 1억원짜리 10개가 5000만원씩 떨어진 것을 비교해보면 된다. 이때 다주택자는 다 처분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 “서울 부동산투자는 당분간 기회가 없고 몇년 후 지방 부동산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0호(2019년 4월30일~5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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