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의 그래픽저널] 복을 부르는 ‘인생곡선 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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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약 2200년 전 시칠리아섬 시라쿠스 해변. 내리쬐는 태양 아래 한 노인이 마른 나뭇가지를 붓 삼아 도형을 그리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다.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로 알려진 ‘부력의 법칙’을 발견하며 ‘유레카’를 외친 그분이다. 한 현인의 지혜가 현대문명의 기반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모든 과학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지렛대 원리’와 듀레이션

그의 수많은 업적 중에는 ‘지렛대의 원리’가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작은 힘으로 무거운 물건을 움직일 수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받침목만 구해주면 지구도 움직여 보이겠다고 시라쿠스의 왕 앞에서 큰 소리도 쳤다.

받침목을 중심으로 작은 힘과 큰 힘이 균형을 이룬다는 이 ‘지렛대의 원리’에 담긴 ‘균형점’과 ‘레버리지’(leverage) 개념은 현대 금융에도 광범위하게 응용된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채권 투자론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듀레이션’(Duration)이다.

듀레이션이란 용어는 1938년 출현했으니 벌써 80살이 넘은 고전적인 용어다. 이 용어를 만든 프레더릭 매콜리는 이자율과 공매도에 관한 실증적 연구를 한 캐나다 경제학자다.

증권시장의 위험성을 간파한 그가 만든 이 용어도 시장경제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듀레이션은 금융인도 쉽게 활용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하지만 교훈적인 내용이 있으니 사자성어 배운다는 느낌으로 이 단어의 뜻을 같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듀레이션은 ‘가중평균만기’라고 투자교과서에서 우리말로 번역한다. 만기는 채권의 이자 지급기간인데 듀레이션은 굳이 그 만기에 도달하는 기간을 경제학적으로 재계산한 것이다.

어렵지만 간단한 사례로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겠다. 채권 원금이 1만원이고 매년 이자를 1200원 받는다고 가정하자. 액면 이자율은 12%다. 채권의 상환 만기는 3년이고 시중 이자율은 8%라고 하면 이 채권의 ‘듀레이션’은 공식에 의해 2.7년으로 계산된다.(공식은 복잡하니 알려고 하지 말고 뜻만 이해하자) 즉 이 채권에 투자할 때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원금을 시간 별로 나열할 때 원금의 실질 회수 기간은 2.7년이라는 것이다.

◆기대수명과 듀레이션 관계

이 듀레이션은 상상으로 시간의 지렛대를 만든다. 현재가치와 미래가치 사이의 지렛대다. 듀레이션은 시간별 가치의 지렛대가 치우치지 않도록 받침목이 균형을 이루도록 위치한 곳을 의미한다.(채권의 가격을 이자율로 편미분한 수학적 결과를 해석하는 상상 속의 개념이므로 선뜻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듀레이션은 이자율이 변동할 때 가격이 어떻게 변동하는지를 산출하는 직관적인 계산에 이용되므로 채권투자가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현재 8% 이자율이 10%로 변동하면 채권의 현재가격은 듀레이션×이자율 변동만큼 감소한다. 100억원을 투자할 때 5억원 정도의 가치가 감소한다. 이 듀레이션이 커지면 위험도 커진다는 것을 독자들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채권의 만기가 길어지면 당연히 듀레이션도 길어진다. 듀레이션은 시간과 위험을 잇는 지표인 것이다.

우리 인생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채권에 비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매년 소득이 많은 사람은 채권의 액면 이자가 큰 사람으로 듀레이션이 짧고 인생의 변동 위험은 작아진다. 아주 쉽게 말하면 젊어서 열심히 벌어둬야 하는 것이다.

기대수명이 증가하면 어떨까. 자연히 듀레이션은 커지고 채권의 이자율 변동과 같은 인생의 격변이 닥치면 당신의 인생이 망가질 위험은 커진다. 당연히 인간의 만기인 수명이 길어지면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2017년 기준으로 남아있는 수명인 기대여명을 보니 20세가 64.4세, 30세가 54.6세다. 50세를 봐도 35.4세나 된다. 평균적인 수치이니 소득 수준과 건강 상태가 좋은 상위층으로 갈수록 기대 여명은 늘어날 것이다.

특히 생명의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재의 기대여명도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인생의 듀레이션이 커지고 위험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장기투자로 면역전력 세우자

보험회사는 장기간 운용을 요하는 보험의 특성상 일반인이 투자하기 어려운 10년 이상 30년 만기의 국채에 투자한다. 그러나 보험처럼 고객과의 장기계약 후 원리금 지급이 약정되는 경우에는 이자율 변동 등의 위험에 크게 노출 되는데 이 경우 만기 시점과 동일한 듀레이션을 가진 국채를 매입해서 보유하는 것을 면역전략이라고 한다. 듀레이션과 만기를 일치시키면 최초 투자 시점의 수익률을 확정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길어지는 기대여명을 재앙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당신의 인생에서 늘어나는 기대여명만큼 듀레이션과 위험을 면역할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확실한 면역전략은 장기적인 안목의 자산관리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당신의 생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각 구간별로 듀레이션을 계산하며 면역전략을 적용해야만 ‘기대수명 연장’의 칼에 비명횡사하는 재앙을 피할 수 있다.

물론 채권의 듀레이션 계산도 컴퓨터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 개인의 복잡한 소득 흐름을 반영한 듀레이션 계산은 불가능하다. 다만 듀레이션의 개념을 생각해보고 기대수명이 길어지면 위험이 증가한다는 교훈을 새겨보자는 것이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다. 듀레이션이 길어지면 이자율이 상승하는 것처럼 당신 인생 상황이 악화되면 재앙이 발생하지만 이자율 하락처럼 상황이 좋아질 경우에는 인생은 대박이 날 수 있다. 길어진 듀레이션을 ‘흉’을 만들지 ‘복’을 만들지는 위험을 잘 조절하며 대응하는 노력에 달려 있다. 면역전략이 수동적이라 마음에 안 들면 공격적인 채권 전략에서 이자율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수익률 곡선 타기 전략을 고민해 볼 수도 있다.

당신의 인생도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며 인생 곡선을 잘 타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은퇴 시점에 ‘유레카’라고 외칠 수 있는 ‘면역전략’ 또는 ‘곡선타기’ 전략을 찾아보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과 경제를 어렵다고 남의 일처럼 외면해서 안 된다. 금융을 재해석해서 금융에 접촉하는 매 순간이 당신 인생의 ‘결정적 순간’이라는 것을 금융소비자가 이해하기를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는 바란다.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91호(2019년 5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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