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코드화 긴급진단①] 누가 우리를 환자로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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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2010년 인터넷 게임에 빠져 생후 3개월 된 딸을 방치하고 굶어 죽게 한 비정한 부모 ▲2012년 인명 살상 게임을 하던 30대가 벌인 엽총 난사사건 ▲2013년 인터넷 게임에서 지자 분을 못 이기고 오토바이에 불을 내 아파트 3가구와 승용차 4대를 태운 10대 청소년 ▲2014년 PC게임을 하는데 방해가 된다며 생후 26개월 된 아들의 입과 코를 막아 살해한 20대 ▲2015년 인터넷 게임 중 환청을 듣고 부모를 살해한 40대.

게임 중흥기인 2010년대 들어 미디어가 보도한 게임 부작용 관련 기사들이다. 몇 개의 사건을 들어 게임은 정신적 질환의 주 요인 혹은 ‘살인 무기’로 여겨졌다. 2005년 ‘바다이야기 사건’을 거치면서 그 심각성이 두드러졌다. 그렇다면 정말 게임은 우리 사회에서 치료가 필요한 유해 물질일까.

◆약물·도박 기준과 동일시… "의도 짐작"

윤태진 교수가 긴급토론회에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게임 질병코드 분류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게임 중독 의료화에 대한 한계점을 지적했다.

그는 토론회에서 “30년전 전자오락이 처음 등장할 당시 마약에 비유하는 기사가 등장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몇 개 사건과 바다이야기 사건을 통해 게임이 불순한 그 무엇처럼 치부됐다”며 “새 콘텐츠는 나쁘고 중독성이 있다는 명제에 의해 게임은 이미 처음부터 마약 취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게임(이용) 장애’라는 표현은 2013년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차 개정안’(DSM-5)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추가 연구가 필요한 범주’로 분류됐고 약 5년여만에 WHO가 제11차 개정 국제질병분류(ICD-11)에 포함시켰다.

게임 장애는 ‘정신·행동적 또는 신경발달적 장애’라는 대범주 내 ‘물질 사용이나 중독성 행동으로 인한 장애’라는 중범주 안에 ‘중독성 행동으로 인한 장애’ 항목에 편입됐다. 편입 기준의 경우 약물·도박중독 분류 기준에 차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윤 교수는 “게임중독 연구에서 가장 비판받는 부분이 모든 연구이론 근거가 상당 부분 약물중독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약물증독으로 증명된 처방·측정방식이 도박에도 적용되고 똑같이 게임중독에 해당 근거를 씌운다”고 지적했다.

이런 WHO의 결정에 많은 학자들이 반발했다. WHO의 제안은 근본적으로 ‘물질 남용 연구’에 근거를 두고 있다. 비디오게임 플레이를 미디어 소비로 이해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게임중독이 병리학적 정신 장애로 안정적 구조와 높은 수준의 임상적 손상을 갖지 않으며 관련 행동의 병리화가 오히려 치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떠올랐다.

/사진=픽사베이
WHO가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은 동아시아 국가의 정신의학자 집단이라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윤 교수가 연구팀과 국내외 1500여개 논문을 분석한 결과 지난 5년새 가장 많은 ‘게임 중독’ 관련 논문을 발표한 국가(소속기관 기준)는 ‘한국’(91편)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은 국가는 중국으로 같은 기간 85편의 관련 논문을 공개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정신의학 관련 논문의 비중이 59.3%로 국가별 비중 평균인 36.8%보다 높았다. 이는 중국(49.4%)과 타이완(62.5%)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다. 게임 중독 주요 연구기관도 한국과 중국 정부로 연구비 지원의 상당수가 정신의학 분야에 집중됐다.

그러나 이들이 빈번하게 사용하는 척도가 킴벌리 영 교수의 인터넷 중독 테스트(IAT)를 비롯해 GAS, CIAS 등 다양하게 분포돼 중독 유병률 결과 역시 천차만별이다. 2014년 한 연구에서는 유병률이 15.6%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지만 2016년 다른 연구에서 0.7%에 그쳤다.

윤 교수는 “미국 스텟슨대학 심리학과의 크리스토퍼 퍼거슨 교수가 말하길 게임중독을 치료하는 약이 시중에 없기 때문에 (서유럽권에서는) 의사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더라”며 “관련 치료약만 나온다면 논문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를 곱씹어 보면 (동아시아권에서)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본질 이해 부족 "업계도 함께 나서야"

윤 교수는 아직 게임중독 관련 학술적 근거는 명확하지 않고 의료화의 전형적 사례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게임에 대한 심도적 성찰이 배제된 연구의 한계와 이를 파고 들어 게임 중독의 의료화를 추진하게 한 업계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제시되는 게임중독 관련 학술적 근거를 보면 게임(이용) 장애의 정의가 불분명하다. 증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힐 수 없고 임상의조차 알기 어렵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정 장르가 아닌 비디오게임 전체에 적용시켜야 하는지도 밝히지 못할뿐더러 문제 행동이 다른 정신 장애에 의해 유발될 가능성까지 존재한다. 즉 지난 5년간의 게임중독 연구에 가시적 진전이 있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는 도덕적 공황이론과 미디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공포를 조장하는 연구나 학자의 발언은 대중매체에 의한 전파를 통해 정치인들의 개입을 유도한다. 대중매체는 잠재적 해악을 부각시키는 정치인의 발언을 보도하고 그 결과 공포와 해악의 이유를 지지하는 연구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악순환이 이어지는 구조다.

실제로 2000년 이후 국내 10개 종합일간지 사설 40건 중 36건이 게임 부작용 및 문제로 지적하고 이를 방치한 정부
긴급토론회에서 발제를 진행중인 윤태진 교수. /사진=채성오 기자
를 질타했다. 특히 중독에 대한 우려를 부각한 선정적 보도가 이어지고 독자의 공포를 확산시켰다. 연구결과의 선택적 인용에 근거해 규제방안이 고안돼 ‘게임은 유해물질이며 게이머는 환자’라는 부정적 의미가 공고화 되고 이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손쉬운 귀인(행동의 원인을 귀속시키는 추론)작용이 가능하다.

윤 교수는 WHO 등의 게임중독 연구에서 게임 장르·플랫폼 및 디바이스·텍스트적 특성 등은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의약한 분야 연구의 경우 내적 차이를 무시한 채 ‘게임’이라는 한 마디로 대변하거나 당시 가장 인기있는 게임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는 것. 다시 말해 게임 산업의 환경 변화에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는 연구자가 제한된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자의적 게임과 불완전 진단 도구로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게임 중독이 심각하다’고 결론지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산업계 있는 분들이 게임의 질병코드화 반대를 주장하는 데 있어 팔 하나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임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솔직히 게임업계가 수익성 때문에 사행성을 놓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 일부분을 잘라내야 한다고 본다. 도박행위성 콘텐츠에 대한 중독은 인정하되 게임이 아닌 도박이라는 부분을 명시하는 방식이다. 미디어, 전문가, 학자, 정치인, 행정가 등 많은 관계자분들을 얘기했지만 게임산업계도 정신 좀 차려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채성오 cso86@mt.co.kr  |  facebook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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