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기의 걷는 자의 기쁨] 달밤에 신선의 노래 듣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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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팔경을 걷다
물가에 꽃은 지고 밤바람도 저무는데…


양산팔경 2경 강선대와 금강(양강) 상류 풍경.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강은 실바람에도 작은 파문이 인다. 해질 무렵 석양이 반사되면서 강은 조화를 부리기 시작한다. 황금빛이었던 물색은 붉은 빛으로 변하더니 이내 다시 황금빛이 된다. 형형색색 물색은 수를 놓기에 바쁘다. 그래서 이 강을 금강(錦江)이라 하고 풀어서 비단강이라 부른다.

전북 장수군 뜬봉샘에서 시작한 금강은 충북 영동군 양산에 들어서면 양강(陽江)으로도 불린다. 여의정, 강선대, 함벽정 등 소백산맥 자락과 금강이 어울린 여덟 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양산팔경’이라 한다.

송호 송림.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팔경을 아우르는 금강의 상류(양강)는 맑고 아름답다. 또 교통의 요충지로 신라와 백제는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이곳에서 양산가(陽山歌)가 유래한 이유를 알 만하다. 충북 영동군 양산면의 양산팔경 둘레길을 찾았다.

◆송호 송림과 여의정

송호 송림에 들어섰다. 수백년이 넘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넓은 하늘을 덮었다. 송림은 연안부사를 지낸 박응종과 관련이 있다. 그는 벼슬길에서 이곳으로 내려와 해송의 종자를 뿌리고 소나무밭을 만들었다고 한다.

8경 용암.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송림을 지나자 금강을 사이에 두고 강선대(降仙臺)와 마주한 6경인 여의정(如意亭)이 반긴다. 여의정은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원래는 박은종의 만취당(晩翠堂)이 있었다. 변하지 않는 소나무의 기개를 상징한 곳이 만취당인데 유실된 그곳에 여의정이 들어선 것.

여의정에서 100여m를 지나 강 가운데 홀로 우뚝한 바위가 솟아있다. 8경 용암(龍巖)이다. 전설에 따르면 건너편 강선대에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자 승천하려던 용이 그 자태에 반해 승천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는 곳이다.

◆강선대와 함벽정

5경 함벽정.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2경 강선대를 가려면 봉곡교를 타고 양강을 건너야 한다. 봉곡리의 강선대는 정자를 이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양강은 강선대의 아랫벽을 두드리고 물결치며 낮은 데로 흐른다. 그 모습이 한폭의 한국화다. 강선대 옆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서 있어 풍광이 돋보인다.

강선대에서 함벽정 가는 길은 편안한 산길이다. 양강을 따라 이어진 숲길은 시원하고 좋다. 산길에는 애기똥풀이며 양지꽃 등 들꽃이 피었다. 숲과 들꽃, 양강에 한눈을 파는 사이 함벽정에 도착했다.

6경 여의정.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5경 함벽정(涵碧亭)은 선비들이 모여 시를 지어 읊으며 세상의 이치를 논하던 곳이다. 강으로 고개를 드리은 함벽정 봄버들은 대화라도 하는 듯 바람에 흔들거린다. 함벽정 뒤편에는 대밭이 우거졌다. 대끼리 바람에 몸을 부대끼며 내는 소리에 마음이 잔잔해진다. 어느덧 선비의 시 읊는 낭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영화 속 자전거 타던 수두교

함벽정과 가까운 곳에 봉양정(鳳陽亭)이 있다. 양산팔경에는 속하지 않으나 경치가 좋은 곳이다. 새들이 아침볕에 와서 운다고 해 지어진 이름이다. 이명주와 13인의 벗들이 지은 것으로 나중에 다시 지었다. 그 모습은 함벽정을 많이 닮았다. 자리는 함벽정보다 높은 데 있어 양강을 조망하기에 좋다.

4경 봉황대.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이어진 강변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복숭아꽃 물결이 펼쳐진다. 강가에서 멀리 보이는 마을 앞의 복숭아밭은 온통 붉은 도화 세상이다. 이윽고 4경인 봉황대다. 봉황대의 조성 연혁은 짧다. 하지만 금강을 조망하는 장소가 이만한 데는 없다. 봉화대 일대는 포도 주산지여서 제철에 오면 좋다.

봉황대에서 강을 건너려면 세월교(수두교)를 찾아야 한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소지섭과 손예진이 자전거를 타고 건넜던 다리다. 1경인 천태산 영국사와 7경인 자풍서당을 보는 것은 나중을 기약했다.

대백로.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송호 송림으로 돌아가는 길. 강에는 아직 떠나지 못한 겨울철새가 있다. 대백로는 가까이 다가가는데도 놀라지 않는다. 강둑길에는 조팝나무꽃이 하얗게 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강선대(降仙臺) - 이안눌(李安訥·1571~1637)

하늘 신선이 이대에 내렸음을 들었나니
옥피리가 자줏빛 구름을 몰아오더라
아름다운 수레 이미 가 찾을 길 바이 없는데
오직 양쪽 강 언덕에 핀 복사꽃만 보노라
백척간두에 높은 대 하나 있고
비 갠 모래 눈과 같고 물은 이끼 같구나
물가에 꽃은 지고 밤바람도 저무는데
멀리 신선을 찾아 달밤에 노래를 듣노라


☞ 본 기사는 <머니S> 제592호(2019년 5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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