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패치워크 인문학-44] 소득주도성장과 농지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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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6일 서울 종로구 재정개혁특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2019년 여름은 소득주도성장 논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0.3%를 기록해 금융·경제위기가 아닌데도 평상시에 뒷걸음질치는 매우 걱정스런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설비투자가 10.8%나 급감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투자망명’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해외직접투자는 497억달러로 전년(446억달러)보다 11.6% 증가했다. 이 중 중소기업 투자는 31.5%나 급증하며 100억달러에 달했다.

가계소비지출도 지난해 0.8% 감소했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총체적 정책실패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올 1분기에 3.2%나 성장했기 때문에 외부환경을 탓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완화로 기업가의 ‘야성적 충동’이 살아나 투자가 2017년 5.3%, 지난해 6.9% 증가했다. 이처럼 한국도 '소주성'을 접고 고용주도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2년 동안 최저임금이 29.1%나 올랐다. 또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 주52시간 근로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시행됐다. 이에 따라 상용근로자의 1인당 월평균 임금은 올 1월 418만5000원으로 전년동기보다 8.6% 높아졌다. 임시·일용근로자 월평균 임금도 153만6000원으로 6.2% 늘었다.

‘소주성’은 칼레츠키학파가 주장한 임금주도성장론을 한국식으로 바꾼 것이다. 임금이 오르면 수요가 늘어나고 생산을 늘려 설비가 증설되고 일자리가 늘어나 소득이 더욱 증가한다는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가설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감안하지 않았다. 바로 ‘생계형 자영업’이 많은 한국의 특수성을 세세하게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으로 고용이 줄어들고 이는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또 근로자의 소득격차가 더 벌어졌다. 소득수준이 낮은 하위 20% 근로자가구의 월평균소득은 지난해 199만원으로 2년 전보다 1.53% 늘어났다. 하지만 상위 20%의 월평균소득은 같은 기간 909만원에서 1035만원으로 7.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소득격차(상위 20%/하위 20%)는 4.63배에서 5.2배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소주성’을 주장한 학자들이 경제통계를 잘못 해석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학술지 <한국경제포럼>에 발표한 '한국경제의 노동생산성과 임금'이란 논문에서 “소주성의 이론적 배경은 잘못된 통계에 따른 것”이라며 “취업자당 실질국내총생산(GDP)과 실질임금을 비교할 때 그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아 임금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해석상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실질GDP를 계산할 때는 생산물기준물가지수인 GDP디플레이터를, 실질임금은 소비자물가지수를 사용해 계산함으로써 실제로는 비슷하게 증가한 GDP와 임금이 차이 나는 것으로 해석됐다는 비판이다.

◆대한민국 구한 '조소앙 농지개혁'

소주성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당초 기대했던 효과와 달리 실망스런 결과를 나타낸 것은 근본을 다스리는 대신 곁가지만 손댔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에 남아 있는 사람은 웃지만 그로 인해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가슴에는 피멍이 든다는 단순한 사실을 도외시한 것이다.

반면 이승만 대통령은 초기 과감한 농지개혁을 단행함으로써 김일성 일당이 일으킨 6·25 동족상잔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조소앙의 삼균주의 등의 영향을 받아 1949년과 동란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농지개혁을 거의 완료했다. 

주된 내용은 ▲‘유상매수 유상분배’를 원칙으로 ▲농가당 2㏊(논밭 포함 6000평)로 상한선을 두어 ▲농지대금을 연간 생산량의 20%씩 15년 동안 분할상환 하도록 했다. 이는 북한이 1946년 3월5일 ‘무상몰수(소유권) 무상분배(경작권)’를 원칙으로 토지개혁을 단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던 소작농을 선동한 데 대한 대응이었다.

농지개혁으로 총 농지의 92~96%가 자작농화(개혁 전에는 35%)됐다. 농민의 평생소원이었던 ‘내 논 갖기’가 실현된 것이다. 또한 농지개혁으로 논의 주인이 된 농민들은 봉기는커녕 공산당 침략을 막아내는데 참여했다. 농민들이 원하는 것(논과 밭)을 나눠주는 근본을 실행함으로써 거짓으로 토지를 분배하는데 그쳤던 북한을 물리친 것이다.

◆'겸청즉명·편청즉암'의 교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3일 경제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한달 뒤인 5월2일에는 사회 원로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어려움에 처한 경제상황을 극복하고 사회갈등을 풀 수 있는 지혜를 모으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초청간담회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원로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하려고 하기보다는 현 정부 정책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겸허히 듣고 실행하면 밝은 정치를 이룰 수 있고(겸청즉명) 듣기 좋은 말만 들으면 정치가 어두어지고(편청즉암) 민생은 고달프게 된다. 앞으로 1년 동안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사람(51%)이 좋아질 것이란 응답(14%)보다 훨씬 많은(한국갤럽, 3월15일 조사) 상황에서 경청은 더욱 중요하다.

경제회생은 정책실패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잘못된 현실인식과 경제정책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그 대가로 위정자들은 정권을 잃을 뿐이지만 주인인 국민은 엄청난 삶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2호(2019년 5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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