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안좋으니 중개수수료 깎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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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하게 비어있는 송파구의 한 부동산. /사진=머니투데이 김병문 기자


# 김모씨는 얼마 전 전세계약을 하고 잔금을 치르기 전 공인중개사 수수료를 문의했다. 지금까지 부동산거래를 하면서는 한번도 중개수수료를 깎은 적이 없는데 중개업소 사장은 먼저 “원래 0.6% 받지만 요즘 경기가 안좋으니 0.5%만 달라”고 했다. 그 말을 듣은 김씨는 중개수수료를 더 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고 지인들이 제각각 다른 수수료를 냈다는 것을 알았다. 매매 중개수수료를 0.9%에서 0.6%로 깎은 경우도 있고 전세계약은 0.4%도 많다는 사실을 들었다. 김씨는 다시 중개업소에 전화해 0.4%로 합의했다.

경제불황과 은퇴자 증가로 취업 대신 공인중개사를 선택하는 청년‧중년이 늘어나 부동산중개업계는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하지만 스마트폰 직거래와 스타트업 플랫폼 증가로 수익은 줄고 부동산경기마저 얼어붙어 한달에 한건도 계약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공인중개사가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공인중개사 수수료 합리화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해 수수료 인하 압력도 거세다.



◆경쟁심화·플랫폼 광고비에 업계 시름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공인중개사 자격증 1차시험 응시자 수는 13만8287명을 기록했다. 접수자는 23만명이었고 2008년 15만명 대비 약 8만명(53%) 증가한 숫자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새로 취득한 사람은 1만6885명이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0만명을 넘었고 같은 기간 1만5000명이 폐업했다. 전국 중개업소 가운데 한달 내내 거래가 한건도 없는 곳도 많았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최근 공인중개사시장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경쟁자는 늘어나고 정부의 부동산규제로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 스마트폰 앱과 SNS 플랫폼의 다양화로 수수료 수익은 낮아졌다. 공인중개사들은 포털사이트뿐 아니라 ‘직방’, ‘다방’ 등 부동산거래 플랫폼에 매물을 내놓기 위해 광고비를 지불해야 한다. 공인중개사업계 관계자는 “광고 없이 동네 인맥을 통해 장사하는 경우도 많지만 경쟁업체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직거래시장도 확대됐다. 2011년 직거래서비스를 시작한 부동산114는 1만건 이상의 직거래 매물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직거래 플랫폼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에서는 지난해 547명이 안심직거래서비스를 이용해 전월세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에는 수익성이 악화된 변호사들이 공인중개사시장에 진입했다. 업계 반발로 소송이 진행됐고 결국 막혔지만 변호사들이 당시 세운 중개법인의 ‘최대 99만원 중개수수료’ 정책이 다시 공인중개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현행 중개수수료율은 거래금액에 따라 0.4~0.9%로 책정돼 있고 고가부동산 거래 시 수수료가 수백만원에 달한다.

◆법적 인하 추진, 업계 반응은?

위기를 느낀 공인중개사들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A씨는 “업무특성상 계약이 성사돼야 보수를 받을 수 있는데 조사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컨설팅에 공을 많이 들이는 계약은 높은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간이 짧은 단순 상담이나 집 한번 둘러보는데 수수료를 요구할 수는 없지만 요즘 젊은 손님들 중에는 원하는 가격·스펙에 대한 조건을 여러개 제시해 그에 맞는 집의 리스트를 요청하고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져 컨설팅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업계는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국내 중개수수료율이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현행 0.9%가 최고 수수료율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유럽은 2~3%대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계약기간이 길고 한 공인중개사에게 매물을 맡기는 전속계약제가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최근 아파트 전세계약을 맺은 이남희씨(가명)는 “매물을 소개받는 과정에서 전문성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고 느꼈는데 200만원 가까운 수수료를 낸 것이 아까웠다”고 지적했다.

불만이 많아지자 정부는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서식 등의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부동산계약서를 작성하면서도 중개수수료를 정하지 않고 잔금을 치를 때 공인중개사가 제시하는 최고 수수료율에 따라 지불하는 것이 관행이다. 매매절차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정해진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커 관습법처럼 굳어진 것이다.

하지만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서식이 개정되면 계약단계에서 공인중개사가 소비자에게 중개수수료에 대해 설명하고 수수료율을 협의하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개수수료 한도가 아닌 정액 수수료를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전자거래를 통한 중개수수료 인하, 저소득층·청년을 위한 ‘국선 무료 공인중개사’ 도입 추진 등도 공인중개사들에게 부담이 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중개수수료가 낮은 부동산 전자거래서비스를 도입해 확산시키고 있다. 청년정당 미래당은 정부나 지자체가 국선 공인중개사를 운영해 청년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소희 미래당 대표는 “국선변호사나 서울시가 운영하는 무료 법률상담서비스처럼 청년의 주거복지를 위한 무료 부동산중개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2호(2019년 5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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