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 쏟아붓는 '혁신금융', 불안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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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혁신금융에 잡음이 흘러 나오고 있다. 금융권은 금융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란 기대와 동시에 현실과 동떨어진 엇박자 금융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낸다. ‘혁신금융’이란 슬로건 아래 금융회사가 오롯이 리스크를 떠안을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회사가 핀테크 기술을 소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부가 제도적으로 사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책성 대출, 건전성 우려 급증

최근 금융당국과 금융지주회사는 ‘혁신금융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금융비전’을 선포한 지 한달 만이다.

금융권은 앞으로 3년간 기술금융 90조원을 비롯해 동산담보대출과 성장성 기반 대출 등에 100조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5년간 125조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먼저 금융권은 문 대통령이 강조한 ‘부동산담보 위주의 여신심사’ 관행부터 바꾼다. 기계설비나 원자재, 매출채권, 농축산물 등을 담보로 대출을 주는 동산담보대출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같은 고액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이 주고객이다.


문재인 대통령 혁신금융 비전선포식. /사진= 뉴시스 DB

동산담보대출은 부동산 담보대출과 달리 은행이 대출을 시행한 뒤 담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현장을 찾아야 한다. 이에 시중은행은 동산담보대출을 촉진할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을 구축했다. 동산금융 IoT 시스템을 구축하면 동산담보물을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방문하지 않아도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동산담보대출의 실적은 초라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2931억2400만원으로 전년 말(1488억2000만원) 대비 96.9%(1443억400만원) 올랐다.

1년 새 두배 가까이 늘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균형있는 성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 입김을 받은 기업은행의 동산담보대출이 1931억4800만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87.3%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국민‧신한‧우리은행은 각각 1289억원, 240억원, 17억1600만원 감소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동산대출 시장 규모가 2019년 1조5000억원, 2020년 말 3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혁신금융 정책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팽배하다. 동산담보대출은 2012년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일환으로 추진해 2014년 3000억원까지 커졌다가 중단된 상품이다.

은행 관계자는 “동산담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고 처분하기 어렵다”며 “담보물에 대한 존속 기한을 늘리고 고의 훼손 시 처벌조항을 강화하는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혁신금융 대출인 지식재산권(IP)담보대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IP담보대출은 자금이 부족한 창업‧벤처기업이 외부 평가기관에서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등에 대해 가치평가를 하는 대출을 받는 구조다.

금융위는 IP전담기관을 설립하고 IP담보대출을 많이 취급한 은행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지만 현장에선 실질적인 변화를 찾기 힘들어 선뜻 대출을 늘리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사들은 주식시장에서 평가가 좋지 않으며 내수에 치중해 글로벌 금융회사들 보다 수익성이 낮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핀테크에 내재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주행 규제, 낡은 법 풀어야

혁신금융의 핵심은 금융회사와 핀테크 회사의 제휴다. 하지만 각종 금융거래법과 은행법에는 은행이 핀테크 회사 지분을 소유하거나 반대로 핀테크 회사가 은행 지분을 소유하는 것을 제한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은행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낡은 은행법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수나 투자 지분을 늘리려 해도 은행법(37조)상 은행은 핀테크 등 비금융회사 지분을 15% 초과해 보유하지 못해서다. 실제 은행은 금융위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산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에 접근하지 못한다. 금융위는 신용정보법을 개정하면서 마이데이터 산업을 핀테크 업체에 열어줬다.

오락가락하는 규제에 혁신금융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헷갈린다. 금융사가 핀테크 기업을 자유롭게 인수·투자할 수 있는 미국·스페인 등 핀테크 선진국과 대조적이다. 미국 최대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스페인 최대 은행인 BBVA는 핀테크 기업의 주요 투자자로 평가받고 있다.

반대로 핀테크 기업들은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제가 완화됐지만 대주주 적격성이란 규제가 혁신금융의 발목을 잡는다고 토로한다. 관련법에서 산업자본이 법령을 초과해 은행 지분을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부실금융기관의 최대주주가 아니고 금융 관련 법령·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 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형사 처분 전력이 없더라도 금융당국이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대주주가 될 수 없다. 실제 케이뱅크는 대주주인 KT가 담합 협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황창규 회장이 로비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아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을 정보통신기술(ICT) 주력기업에 한해서만 설립하도록 하는 특별법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행정지도나 구두규제 등 혁신시도를 방해할 수 있는 각종 장애물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2호(2019년 5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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