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패치워크 인문학-45]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한국

 
 
기사공유

주식시장은 경제의 체온계다. 감기에 들거나 몸이 좋지 않을 경우 열이 나는 것처럼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주식시장이 요동친다. 증시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인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움직이는 ‘집단지성’ 양태를 띠고 있어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를 판단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최근 주식시장이 흔들린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9일 전날보다 66포인트(3.04%)나 폭락하며 2102.21까지 밀렸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10일에는 6.03포인트 반등했지만 주말을 넘긴 13일에 다시 급락하며 2070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주가폭락을 가져오고 있는 미·중 통상마찰의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총지휘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병 주고 약 주는 식으로 중국을 때리며 증시를 흔들고 있다. 지난 9일 “류허 중국 부총리가 협상을 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할 것이다. 좋은 사람이지만 그들이(중국이) 거래를 깼다”고 말하자 한국 증시가 경기를 일으켰다. 이어 그는 “관세는 앞으로 협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철폐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며 놀란 증시를 달랬다.

◆실력행사 들어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정치’와 함께 미국 정부도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지난 10일 오전 0시1분(한국시간 오후 1시1분)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했다. 또한 지난 협상에서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한 미국은 시한폭탄도 장착했다. 30일 안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추가로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새로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관세중과에 대한 보복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단이 마땅치 않다. 중국의 대미수출이 2017년 5060억달러였던 반면 미국의 대중수출은 1300억달러에 불과했다. 양국의 교역규모가 비슷해야 보복관세 부과가 효과를 낼 터인데 중국은 보복할 수 있는 미국 상품이 적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중과가 ‘핵폭탄’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은 이래서 나온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은 2011년 12월에 쓴 <거칠어져야 할 때(Time to Get Tough)라는 책에서 “미국은 중국이 공정한 게임을 벌이는 나라라고 보지 않는다”며 “중국은 미국의 적”이라고 했다.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는 2017년 1년 동안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미국에 미칠 영향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계산서가 나오자 지난해부터 무역전쟁을 본격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쉬운 일’이라고 여러 차례 얘기한 것은 이런 맥락에 따른 것이다.

물론 중국에 대응책이 없는 건 아니다. 중국이 보유한 1조123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내다 팔거나 위안화 환율을 인상(평가절하)하는 것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미국 국채 매각은 국채가격 폭락(수익률 급등)으로 이어져 미국의 투자와 소비가 줄어드는 등 미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 등 다른 나라들에도 무차별적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이 두 대안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뿐 실제로 실행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과 중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가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혼란에 빠지고 그 틈에 군사적 충돌 가능성마저 돌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제규모가 미국에 이어 2위이지만 경제구조는 여전히 취약한 데다 군사력은 훨씬 뒤떨어지기 때문에 파국으로까지 갈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일본처럼 오만한 중국

일본은 미국 패권에 두번 도전했다가 모두 무참히 패했다. 한번은 미국이 아직 슈퍼파워로 등극하기 전인 1941년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것이고 다른 한번은 1980년대 돈으로 미국 자산을 사들인 전쟁이었다.

태평양전쟁 때 진주만 기습으로 초기에 기세등등했던 일제는 종합국력에서 미국에 뒤져 결국 참패했다. 6년 동안 미국 군대 통치를 받으며 주권마저 빼앗겼던 일본은 한국에서 벌어진 6·25전쟁으로 기사회생했다.

이후 미·일 군사동맹을 우산으로 경제발전에 올인한 일본은 1980년대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1985년 9월의 ‘플라자합의’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일본 땅값이 급등하면서 미국 땅 사재기에 나섰다. ‘일본을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며 ‘일본이 제일(No 1)’이라는 오만이 하늘을 찔렀다.

결과는 1990년 새해 첫 증시부터 시작된 ‘잃어버린 30년’이다. 미국을 쉽게 생각했다가 전쟁에서 참패한 일본은 아베의 ‘납작 엎드리기 전략’으로 제2의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이제는 일본의 전철을 중국이 밟으려 한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 미국이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땅 짚고 헤엄치며 승승장구하자 '자신'을 잃고 자만에 빠졌다. 머지않아 중국이 미국을 따돌리고 경제1위가 되고 군사력도 따라붙어 패권국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취해 미국의 무서움을 깜빡했다.

패권국이 도전국의 도발에 평화적으로 굴복한 적은 없었다. 미국은 중국의 도전에 결코 평화적으로 굴복할 나라가 아니다. 냉전시기 소련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을 키웠던 미국은 소련이 해체되고 중국의 경제력이 빠르게 확대되자 정색하고 나섰다. 더 이상 살모사나 호랑이를 키우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중국 손보기, 중국 길들이기’에 나섰다.

지난해 한국 수출의 중국 비중은 26.8%로 가장 높았다. 미국(12%)보다 2.23배나 높았다. 1~2위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싸우면 한국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부랴부랴 수출시장 및 품목 다변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소비재 수출확대 방안(5월), 디지털 무역 촉진 방안(6월), 수출시장 다변화 방안(7월) 등을 잇달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쓰나미가 밀려오는데 삽이나 호미로 막아낼 수 있을까. 미·중 무역전쟁을 피하지 말고 맞서 이겨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 피하려 한다고 피할 수도 없는 현실이니 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3호(2019년 5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 코스피 : 2064.84상승 4.1518:03 10/21
  • 코스닥 : 649.18상승 2.4918:03 10/21
  • 원달러 : 1172.00하락 9.518:03 10/21
  • 두바이유 : 59.42하락 0.4918:03 10/21
  • 금 : 59.70상승 0.4718:03 10/21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