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건너 ‘마라탕’… 대왕카스테라처럼 곧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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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 /사진제공=뉴시스 DB

그야말로 전국이 ‘마라’(麻辣) 열풍이다. 대학가 상권과 중국인 밀집지역에는 한집 건너 한집 꼴로 마라탕 매장이 들어섰고 점심시간에는 마라탕을 먹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는 직장인이 쉽게 목격된다. 다소 생소한 매운맛이지만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중국의 매운맛을 보기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

이 현상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1990년대 중후반 탕수육이 그랬고 2010년대 중반 양꼬치, 2017년 대왕카스테라까지 중화권 음식이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 음식들은 유행이 지나자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선풍적인 인기의 마라탕은 오래갈 수 있을까. 한 시절을 풍미했던 대표적인 중화권 음식을 살펴보고 마라탕 열풍의 롱런 가능성을 짚어봤다.


대왕카스테라. /사진제공=AK플라자


◆최초의 중화 음식 열풍 ‘탕수육’

중화권 음식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1950~1960년대 짜장면부터다. 볶은 춘장에 달큰한 카라멜 소스와 양파, 돼지고기 등을 섞은 짜장면은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끈 최초의 중화권 음식은 짜장면이 아닌 ‘탕수육’이다.

1995년 겨울 저가 탕수육 프랜차이즈 ‘정박사네 탕수육’을 필두로 1996년 2월 ‘육영 즉석탕수육’, ‘차우차우’ 등 30여개 탕수육업체가 우후죽순 등장했다. 특히 육영 탕수육은 등장 1년 만에 가맹점 800개를 넘어서며 크게 성장했다. 탕수육전문점은 한접시에 2만원을 호가하던 음식을 6000원으로 끌어내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가격을 내리다 보니 음식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바삭한 튀김옷은 눅눅하고 딱딱한 밀가루 범벅이 됐으며 달착지근 입에 감기던 소스는 통조림과 케첩이 범벅된 시큼들큼한 자극적인 맛이 됐다.

맛이 떨어진 탕수육 열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때 30여개에 달했던 탕수육 프랜차이즈는 1997년 6개로 급격하게 줄었다. 현재는 길거리에서 어떤 탕수육 전문점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최초의 중화권 음식 열풍은 맛있던 탕수육을 앗아가고 망가져버린 고기튀김만 우리 곁에 남긴채 막을 내렸다.


마라탕. /사진제공=뉴시스 DB


◆재도약 꿈꾸는 ‘버블티’

탕수육 열풍이 자취를 감춘 2010년대 초반 국내 외식업계에 별안간 ‘버블티’ 열풍이 불어 닥쳤다. 대만에서 건너와 한국에서 유행한 버블티는 각종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넣은 밀크티에 타피오카라는 식용분말을 첨가한 형태였다.

다른 중화권 음식과 마찬가지로 버블티도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음식 중 하나였지만 새로운 맛을 원하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재조명되며 빠르게 시장에 녹아들었다. 음료의 맛과 사이즈는 물론 차가움 정도와 당도를 조절해 주문할 수 있는 점이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국내에는 공차, 아마스빈, 팔공티 등이 생겼으며 ‘공차’는 그중 가장 성공한 업체로 분류됐다. 공차 2011년 한국법인을 설립한 이후 2년 만에 100호 가맹점을 개설했고 버블티 열풍을 일으키며 2015년 300호점을 오픈하면서 전국방방곡곡에 난립한 커피전문점의 아성을 위협했다. 하지만 이후 버블티 열풍이 가라앉으면서 공차의 인기도 한풀 꺾였다. 영원할 것 같던 버블티의 인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바로 ‘타피오카’였다.

국내 버블티 열풍이 한창이던 2015년 10월 중국의 한 버블티 전문점에서 타피오카 펄 대신 낡은 타이어와 신발 가죽으로 버블티를 만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소식은 삽시간에 퍼졌다.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던 버블티 열풍은 그렇게 맥없이 사그라졌다.

약 4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 버블티는 또다시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흑당(브라운슈가)을 추가한 모습으로 새로이 시장에 등장한 것. 업계는 저마다 흑당 버블티 메뉴를 추가하며 여름 특수를 노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보다 시각, 미각적으로 강렬한 흑당과 만나 버블티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며 “흑당 버블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즐기는 이들의 호기심과 새로운 맛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영향으로 올여름 큰 인기를 누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단기간 흥망성쇠 ‘대왕카스테라’

2016년 겨울에는 또 하나의 중화권 음식이 한국에 상륙했다. 흔히 알고 있던 카스테라보다 수십배 거대한 ‘대왕카스테라’가 그 주인공이다. 대왕카스테라의 유행은 기존보다 더 폭발적이었고 순식간에 쇠락했는데 이는 역대 한국 외식업계 사상 최단기간 흥행과 쇠락을 경험한 것이었다.

대왕카스테라는 2016년 하반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5년 한곳도 없던 대왕카스테라업체는 2016년 하반기 13곳으로 늘었고 2017년 상반기 17곳으로 증가했다. 전국에 생겨난 카스테라 매장은 400개가 넘었고 서울 주요 상권에는 비슷한 카스테라 전문점이 줄지어 개업했다. 갓 구워낸 따끈한 빵과 말랑한 감촉은 사람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대왕카스테라는 태생적으로 진입장벽이 너무 낮아 비슷한 제품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 때문에 대왕카스테라 과당경쟁이 빚어졌고 업계 전반이 흔들렸다. 여기에 한 TV프로그램이 결정타를 가했다. 대왕카스테라에 부적절한 재료가 사용됐다는 것.

전문가들과 업계가 이구동성으로 대왕카스테라에 문제가 없음을 설명했지만 이미 여론은 싸늘하게 식은 뒤였다. 하루 수백만원의 매출을 올리던 매장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고 전국적으로 등장한 카스테라 전문점이 거품처럼 사라졌다.

◆얼얼한 ‘마라탕 롱런할까

전문가들은 마라탕 열풍이 음식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이상 양꼬치처럼 장기간 롱런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그간 중화권 음식이 한국에서 짧은 수명을 보인 것은 음식의 품질을 크게 떨어뜨리거나 적절하지 않은 것을 첨가했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라며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마라의 독특한 매운 맛은 신선함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3호(2019년 5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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