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의 그래픽저널] '도깨비 방망이'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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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전가통신(錢可通神)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당나라 시대에 한 관리가 큰 비리사건을 맡았다. 신중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원한이 쌓일 옥사가 벌어질 사건이었다. 수하들에게 엄중하고 신속한 처리를 당부한 다음날 책상 위에 돈 보따리와 편지가 있었다. ‘3만관입니다. 이 사건을 불문에 부쳐주십시오.’ 관리가 대노해서 수하들에게 빨리 처리하라고 재촉했다. 다음날은 책상 위에 5만관이 놓였다. 관리는 다시 한 번 수하들에게 사건 종결을 재촉했다. 다음날 또다시 10만관이 책상 위에 놓였다. 그러자 이 관리는 이정도 돈이면 가히 귀신과도 통할 수 있고 되지 않을 일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사건을 포기했다.

전가통신이란 이루지 못할 막강한 금권을 말한다. 당나라 대종(762년~779년) 때 일이니 1300여년 이전에도 돈은 무소불위였나 보다.

◆역사를 바꾼 펀드의 신통력

필자가 이 고사성어를 인용한 이유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펀드의 닉네임으로 써보고 싶어서다. 주식형 펀드, 채권형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해외펀드 등으로 알려진 펀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저축수단으로 이용하는 펀드에는 현대 투자론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펀드(Fund)는 영어사전에서 명사로는 ‘모여진 돈’으로 기금, 자금을 의미하고 동사로는 ‘자금을 조달하고 모은다’는 뜻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왜 개인이 가지고 있던 돈을 모아 펀드를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돈이 모여 덩치가 큰 기금이 되면 돈이 마술을 부리기 때문이다. 돈은 커질수록 전가통신의 능력을 갖는다.

펀드의 첫번째 신통력은 ‘투자자의 위험의 제한’과 이를 통한 ‘모험사업투자’다. 최초의 펀드 형태는 주식회사라고 할 수 있다. 1602년 네덜란드에서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가 탄생했다. 신대륙 탐험, 식민지 개척과 같은 극한의 사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투자의 실패에 따른 위험은 출자금만큼만 분담하면 됐다. 사업이 성공하면 펀드의 기대 수익은 아주 컸다.

즉 펀드는 개인의 소규모 자금으로는 투자가 불가능한 사업과 투자 기회를 활성화시켜서 사람들을 유인하고 스스로 자금을 더 키운다. 펀드를 조성하는 능력은 역사를 크게 바꿔놓았다. 혹자는 펀드를 조성하게 된 것을 인류가 불을 다루게 됐거나 문자를 발명한 것에 비교하기도 한다.

◆금융한계 바꾼 위험분산 마술

첫번째 신통력이 역사를 바꾼 것이라면 펀드의 두번째 신통력은 금융의 한계를 바꾼 것이다. 바로 위험분산의 마술이다.

위험분산은 금융을 탄생시킨 은행업의 ‘신용창조’와 ‘복리’에 견줄 만한 것으로 포트폴리오 투자 이론이 그 근거다.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막스 마코위츠(Harry Max Markowitz)는 1952년 경제 학술지 ‘The Journal of Finance’에 수익은 극대화하면서 위험을 최소화하는 포트폴리오 구성 과정을 설명하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발표했다. 1990년에는 이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는데 현대 투자론이 여기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이론의 요점은 주식처럼 가격이 시시각각 변동하는 위험 자산에 투자할 때 투자의 종목을 10여개까지 분산해서 투자하면 위험은 최소화하고 기대수익은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투자 종목에는 종목 고유의 위험이 있는데 개인이 소액으로 1~2개의 소액 투자를 할 경우 위험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투자종목이 늘어나면 개별 종목의 위험은 서로 상쇄된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투자가 가능한 최적의 환경을 펀드로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펀드는 대규모 자금을 모아 개인으로는 넘볼 수 없는 투자 종목의 구성(포트폴리오)을 만들고 그 결과인 수익을 투자 지분대로 나눌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투자는 많은 시장정보와 고도의 투자 운용능력이 필요하다. 펀드는 투자 전문가를 펀드매니저로 고용하며 이 모든 비용은 펀드에 참가한 다른 투자자와 공동 부담한다. 소액 투자자를 경천동지할 능력의 펀드매니저로 둔갑시키는 것도 펀드에서만 가능하다.

◆펀드는 도깨비 방망이다

이만하면 펀드가 전가통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만하지 않은가. 투자 수단으로 펀드에는 많은 특혜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투자의 대상, 방법과 만기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법제화 돼 있어 투명성이 확보된다. 투자자는 자기의 투자성향이나 기간 투자 목적을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바로 현대 경영학의 골칫거리인 주식회사의 ‘대리인’ 문제처럼 펀드를 통한 투자 또는 저축은 펀드매니저와 어드바이저라는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금융현장에서 많은 민원과 금융사고가 여기서 발생하고 펀드에 대한 평판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펀드의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ETF다. 펀드매니저가 초과 수익을 얻기 위해 자의적으로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가 아닌 특정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의 특성과 거래소에 표준화된 상장으로 어드바이저의 개입 가능성을 최소화 한 것이다.

필자는 펀드와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지금은 사라진 대한투자신탁이라는 펀드전문회사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한번은 고객에게 당신들은 도깨비 방망이를 가졌냐고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만해도 투자신탁 회사는 공공기관 성격이 강했고 국가에서 일반 국민들에게 금융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 이유로 당시 투자신탁 회사 직원들은 고객 재산을 키우는 것이 보람이었고 자랑이었다. 직원들은 늘 펀드를 연구했고 펀드의 성공과 실패를 고객과 같이 했다. 제대로 된 국민형 자산관리 시스템이었다. 바로 이것이 도깨비 방망이였으리라.

그러나 정치적 이유로 무리한 주식시장 받치기에 투자신탁회사들이 활용됐고 결국 부실화되며 팔려가는 신세가 된 후 펀드 자산관리 시스템은 사라지고 말았다.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도 필자는 펀드라는 금융상품은 강점이 많고 안전한 투자를 지켜주는 도깨비가 산다고 지금도 믿는다. 재산형성이나 자산관리에는 펀드를 많이 활용하기를 바란다.


/사진제공=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93호(2019년 5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jwj17@mt.co.kr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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