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이어 세탁까지… 뿔난 편의점 주인들

 
 
기사공유

/사진=뉴스1 DB


# 편의점주 김모씨(44)는 최근 해당 점포 수익이 저조하자 본사 담당자가 세탁서비스 도입을 적극 추천해 고민이다. 김씨는 “수익성 확대 차원에서 세탁서비스 도입을 고려 중”이라면서도 “괜히 짐만 늘어나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편의점주 정모씨(38)는 최근 택배 접수기계를 창고로 빼버렸다. 이용객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서다. 정씨는 “하루 2~3명이 택배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며 “수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 그냥 기계를 빼버렸더니 속 편하다”고 밝혔다.

편의점업계가 4만개가 넘는 가맹점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점주들은 수익성이 높지 않고 고객 불만만 많아지는 편의점의 외도(?)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택배물 쌓이자 기계 뺀 점포

편의점은 24시간 운영과 다양한 서비스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편의점은 담배나 주류, 각종 도시락 및 먹거리뿐만 아니라 세탁·택배서비스, 공과금 납부 등도 이용이 가능할 만큼 서비스가 진화했다. 최근에는 배달업체와 제휴를 맺고 배달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정작 점주들은 울상이다. 본사의 과도한 서비스 확장으로 영업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몇 년 전 시작된 택배서비스의 경우 ‘편의점 택배보관소화’를 초래하며 점주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국내 편의점들이 택배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수익보다 서비스 확대차원이다. 편의점에서 일상생활 속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라이프 플랫폼 확대’의 이유가 컸다. 전국 1만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 중인 CU(씨유) 관계자는 “우리가 보유한 전국 가맹점은 고객이 접근하기 좋은 택배채널”이라며 “생활서비스 확대가 목적이지 수익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객들의 택배이용건수도 증가세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택배 물동량은 2011년 585만건에서 2014년 1029만건, 2015년 1237만건, 지난해에는 2000만건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점포 내에 쌓이는 고객 택배물이다. 그나마 점포에 여유공간이 있는 곳은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소규모 점포 내에 쌓이는 고객 택배물은 점주에게 큰 불편을 준다. 또 택배물 발신을 위해 편의점을 찾은 고객들이 “테이프와 가위 좀 달라”, “더 큰 박스 없냐” 등 요구가 많아 일손이 모자란 점포의 점주들은 애를 먹는 상황이다.

한 편의점주는 “주변 점주는 택배물 보관 스트레스에 택배기(택배발송입력기)를 아예 창고로 뺐다고 하더라”며 “일부 고객은 당연한 듯이 일반택배 수령처로 편의점 주소를 기입한다. 본사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점주들의 상황을 감안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세탁서비스도 점주들을 난처하게 한다. 2017년 GS25가 도입한 세탁서비스는 고객이 세탁물을 가져오면 제휴한 업체가 수거해가는 형식이다. 점주 신청 시 도입할 수 있는 서비스로 강제는 아니지만 점주들은 본사가 도입을 강력하게 권할 때가 많다고 말한다. 편의점주는 “세탁물은 고객 컴플레인이 워낙 많이 발생해 골치가 아프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본사가 전국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기세라 도입을 권하고 있지만 끝까지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라이프플랫폼? 점포 봐가며 해야”

편의점업계가 이런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이유는 오프라인채널의 부진 속 변화를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편의점업계는 실적이 정체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빅3(CU·GS25·세븐일레븐)의 영업이익률은 하락세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매출액 5조7758억원, 영업이익 1895억원을 기록했다. 4%대를 유지하던 영업이익률이 3.3%로 떨어졌다. GS25는 지난해 매출액 6조5510억원, 영업이익 1921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2.9%를 기록했다. 2017년(3.3%)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0.4%포인트 하락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역시 지난해 매출액 3조9309억원, 영업이익 429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3조8426억원) 대비 매출은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도 소폭 하락하면서 영업이익률이 1.1%에 그쳤다.

이처럼 실적이 부진한 편의점업계는 편의점을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생활 속 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라이프 플랫폼화’하고 싶어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편의점 브랜드의 이미지제고에 도움이 되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택배서비스가 활성화된 점포에서는 하루 택배이용건수가 30건이 넘는 등 매장 수익측면에서 결코 나쁘지 않다”며 “무조건 점주에게 불필요한 서비스로 매도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점주들은 수익 측면에서도 택배서비스는 도움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택배 한건당 700원 정도의 수수료가 발생하며 이마저도 편의점 본사가 일정 부분을 떼어 간다. 택배서비스만으로 한달 5만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기 어려운 점포가 많다는 것이 점주들의 이야기다. 하루에 택배서비스 이용자가 10건이 넘는 점포가 아니라면 굳이 이 서비스를 운영해야 할 이유를 못 느낄 수 있다.

점주들은 본사의 라이프플랫폼 확대 방침에 공감은 하면서도 가맹점포별 상황을 고려해가며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점주 홀로 일하는 소규모 점포의 경우 이런 외도서비스가 쌓이면 업무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GS25가 도입한 ‘반값택배’로 경쟁업체들의 택배서비스 도입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점주들의 입장은 이해되지만 살길을 모색 중인 편의점업계의 이런 외도는 더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3호(2019년 5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060.69하락 17.2518:03 10/18
  • 코스닥 : 646.69하락 2.618:03 10/18
  • 원달러 : 1181.50하락 5.518:03 10/18
  • 두바이유 : 59.42하락 0.4918:03 10/18
  • 금 : 59.70상승 0.4718:03 10/18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