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래서 통신요금 내렸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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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곳 좌표 좀 알려주세요.”

지난 10일을 전후해 스마트폰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빵 굽는 곳을 소개해 달라는 글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LG전자의 최신 5G 스마트폰 ‘LG V50 씽큐’(이하 V50)가 공짜폰(속칭 빵원폰)으로 등장한 것.

V50은 그야말로 ‘핫’했다. 이동통신 3사는 경쟁적으로 공시지원금을 책정하면서 5G시장 선점에 열을 올렸다. LG유플러스가 57만원의 공시지원금으로 시장에 선전포고를 하자 SK텔레콤은 최대 77만3000원을 공시지원금으로 쏟아부으며 맞불을 놨다. 이와 별도로 이통3사는 대리점에도 60만~70만원의 리베이트를 뿌렸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페이백’ 형태로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출고가 119만9000원의 V50은 출시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공짜폰이 됐다.

공짜폰의 등장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휴대폰을 돈주고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당시 업계는 이동통신시장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살포했고 정부는 이를 방관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보조금은 서서히 자취를 감췄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라는 희대의 법 앞에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다.

수년 만에 등장한 공짜폰 V50은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출시 첫주 개통된 V50은 이통업계 추산 5만대에 이른다. 싼값에 최신 스마트폰을 장만한 소비자는 물론 4년간 울상 짓던 LG전자도 오랜만에 웃었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까지 16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기록했는데 V50이 흥행조짐을 보이면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 모습을 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통3사 관계자들을 불러 따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공시지원금을 확대하는 것은 단통법에 부합하지만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다르다”며 “앞으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즐거움은 3일 만에 산산조각났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이득을 정부가 막아선 셈이 됐다. 국회에서 제정한 법을 준수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V50 사태는 단통법이 왜 폐지돼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꼴이 됐다. 더불어 가계통신비 인하방안이 발표될 때마다 앓는 소리를 일삼는 이통3사가 70만원이 넘는 공시지원금을 지급할 정도로 상당한 자금을 보유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불현듯 “시간이 지나 이통사의 수입이 남으면 틀림없이 요금을 내릴 겁니다”라던 방통위 직원의 한마디가 생각났다. 그에게 묻고 싶다. 그래서 통신요금 내렸습니까?

☞ 본 기사는 <머니S> 제593호(2019년 5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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