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8월 5일'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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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13일 한국노총이 온전한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1만원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종민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부터 미로에 빠진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속도조절을 지시한 가운데 논의 주체인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 집단 사퇴문제로 내홍을 앓으며 협상의 첫발조차 떼지 못한 상황이다.

사태가 조기에 수습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 과연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는 적기에 매듭을 지을 수 있을까.

◆내홍 앓는 최저임금위원회

통상 다음년도 최저임금 인상 논의는 4월 초부터 시작된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31일까지 다음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최저임금위에 요청하고 최저임금위는 90일 내 결론을 도출, 8월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올해는 5월이 다 지나가도록 구체적인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최저임금위 소속 공익위원들이 줄줄이 사퇴를 선언한 까닭이다.

최저임금위 소속 위원은 노동자, 사용자, 공익 등 3분야 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류장수 최저임금위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 8명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이후 공익위원이 집단 사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사퇴의사를 밝힌 것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식의 개선안이 나오면서부터다. 이 경우 기존 위원은 모두 사퇴하고 새로 구간설정위와 결정위를 구성해야 하는 만큼 일찌감치 사퇴의사를 밝힌 것. 하지만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선안의 국회처리가 여야의 패스트트랙 정국에 발목 잡히면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지연됐다.

이처럼 공익위원의 사퇴와 법안처리 지연으로 혼란이 가중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하는 8월까지 결론을 낼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결국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새로운 결정체계가 아닌 기존 결정체계에서 정하기로 하고 이달 안에 새 공익위원을 선임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주요 고용노동정책 현안 발표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7일 종료된 4월 임시국회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입법이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은 현행법 절차에 따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2020년 최저임금 심의에 차질이 없도록 새로운 공익위원 위촉 절차를 5월 중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태를 매듭짓는다고 해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지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을 공식화했지만 이를 둘러싼 경영계와 노동계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인상률 놓고 노사갈등 격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실현을 목표로 하던 정부는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29%로 급격하게 상승하며 고용난 심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자 속도조절을 공식화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도 속도조절의 일환이며 문 대통령은 최근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된 KBS 특집 대담 인터뷰에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재차 언급했다.

그러나 속도조절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최저임금위에서 결론을 내야 하는 부분인 만큼 경영계와 노동계 간 마찰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미 양측은 지난 2년간 인상률의 적정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년간 누적 인상률 29.1%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평균인상률인 14.3%보다 크게 높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64.5%,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50.3%로 OECD 국가 중 6위와 4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중위임금 대비 60%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관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경총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반박한다. 비교수치가 된 OECD 평균임금 값이라는 게 확정되지도 않았고 국가마다 최저임금 조사기준과 방법도 모두 달라 최저임금을 국제 비교할 수 없다는 것. 특히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한국의 올해 최저시급 8350원은 OECD 회원국 평균 6.4유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는 인상률을 최대한 낮추려는 경영계와 높이려는 노동계의 싸움으로 번질 양상이다. 더욱이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까지 가세할 것으로 예상돼 혼란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고 노동계는 정반대의 입장을 펼치게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촉발한 원인이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있는 만큼 공익위원들도 섣불리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수 없어 앞으로 진행될 논의가 파행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3호(2019년 5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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