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당첨자 5배수 되면 ‘줍줍’은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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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 견본주택. /사진제공=효성중공업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분양물량의 예비당첨자 비율을 늘렸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청약 당첨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리고 과열된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규제와 더불어 현금부자들이 미계약 물량을 독차지하는 이른바 ‘줍줍’을 막기 위한 포석도 짙다.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어차피 ‘고분양가’라 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당첨돼도 대출규제로 돈줄이 막혀 현금부자가 아니면 계약하기 힘들다는 것.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 어떻게 봐야 할까.

◆현금부자 ‘줍줍’ 꼼짝마

국토교통부는 예비당첨자 비율을 전체 공급물량의 80%에서 500%(5배수)로 확대키로 했다. 신규 청약단지에서 발생한 미계약 물량을 현금부자나 다주택자가 차지하는 이른바 ‘줍줍’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대상 지역은 서울 25개 자치구와 과천, 분당, 광명, 하남 등 경기 일부 지역, 대구수성, 세종(예정지역) 등 투기과열지구다.

예비당첨자 확대는 별도의 법령개정 없이 아파트투유의 청약시스템 개편 즉시 시행되며 시점은 20일이다. 해당 지역에서 이날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는 단지는 기존보다 확대된 예비당첨자 비율이 적용된다.

이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청약 당첨기회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청약자격을 갖춘 1·2순위 실수요자에게 더 많은 당첨기회를 부여해 현금부자와 다주택자의 청약시장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2월 무순위 청약제도 도입 후 위례포레스트 부영 등 분양단지 5곳의 청약경쟁률은 평균 5.2대1을 기록했다. 이에 공급물량의 5배를 예비당첨자로 두면 미계약분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비당첨자가 대폭 확대되면 최초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할 경우 당첨되지 못한 1·2순위 내 후순위 신청자가 기회를 갖게 돼 계약률이 높아지고 무순위 청약 물량도 최소화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국토부는 이번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를 무순위 물량에 사회적 관심이 많은 투기과열지구에만 우선 적용하지만 앞으로 미계약 물량의 발생 및 공급 동향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필요시 무주택 실수요자가 보다 많은 기회를 갖도록 관련 제도개선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 국토부는 최근 신규 청약 단지에서 무순위 청약 물량이 과도하게 발생된다는 판단에 따라 ‘청약자격 체크리스트’ 제공을 의무화하는 등 부적격 당첨자 감소도 유도키로 했다. 앞으로 사업주체는 홈페이지나 견본주택 등에 청약자격 체크리스트와 필요 정보 등을 의무 게시해야 한다. 국토부는 청약 신청자도 사전에 청약자격, 자금조달 가능성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신청해줄 것을 당부했다.



◆고분양가… 어차피 현금부자 몫

국토부가 ‘줍줍’을 막겠다며 최근 급증한 미계약분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규제 칼날을 댔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거주자 중심의 청약제도가 변질돼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 카드를 꺼냈지만 소용없는 형국이다.

실제로 최근 분양시장에서 미계약분 증가로 무순위 청약자가 늘었는데 실수요자에게 기회가 돌아가기보단 다주택자를 비롯한 현금부자들이 아파트를 새로 분양받아 재산을 불리는 용도로 활용됐다.

그동안 미계약 물량을 분양받으려면 미계약 발생 뒤 견본주택에서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반면 무순위 청약은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 없이도 참여할 수 있고 당첨 이력도 기록되지 않아 나중에 1순위 청약을 접수하더라도 제약이 없다. 접수마저 무료인 데다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가 결정되는 만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인지 무순위 청약은 이상과열현상을 보였다.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에 공급된 ‘위례 포레스트 사랑으로 부영’은 올 3월11~12일 받은 사전 무순위 청약에서 2132건이 접수돼 총 공급 가구수(566가구) 대비 4배 가까운 수요가 몰렸다.

또 한달 뒤 서울에서 처음 사전 무순위 청약을 받은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에는 전체 공급물량(1120가구)의 13배 수준인 1만4376명이 사전 무순위 청약에 참여했다. 올해 첫 강남권 재건축 분양으로 관심을 받았던 ‘방배그랑자이’에서도 총 758가구의 약 9배인 6738건이 접수됐다.

무순위 청약이 현금부자만 미소 짓는 제도라 결국 논란의 해법을 ‘고분양가’에서 찾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대출규제로 돈줄을 옥죄고 있는 만큼 자신의 차례가 돌아와도 돈이 없는 서민들은 결국 청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 무순위 청약도,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도 서민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것.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예비당첨자 비율을 크게 늘렸지만 자금이 부족한 서민들은 기회가 와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데다 문재인정부의 규제 기조를 보자면 대출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도 낮다”며 “고작 무순위 청약 도입 뒤 진행된 분양단지 5곳의 청약경쟁률만 보고 예비당첨자 비율을 5배로 늘린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다. 결국은 고분양가 거품을 낮춰 자금 부담을 덜어내는 게 동반돼야 서민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3호(2019년 5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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