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인플루언서마켓 쇼핑, 오늘도 난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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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배, 벤쯔….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뜨고 있다. SNS 스타를 뜻하는 인플루언서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광고효과가 크다. 확실한 구매 결정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파급력에 기업들도 앞다퉈 인플루언서를 모시고 있다. <머니S>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시장의 현황을 살펴보고 업계 목소리를 들어봤다. 또 인플루언서 시장의 리스크를 짚어보고 해결방안을 찾아봤다.<편집자주>


[‘인플루언서 마케팅’, 약인가 독인가-③] 환불불가, 악플차단… 쏟아지는 피해사례

# 동대문 성공신화. 국내 1위 인터넷쇼핑몰 ‘스타일난다’를 운영하던 김소희 대표는 지난해 난다 지분 100%를 세계 최대 프랑스 화장품회사인 로레알그룹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약 6000억원. 2005년 동대문시장에서 산 의류를 인터넷쇼핑몰에 팔기 시작한 지 13년 만에 일군 신화다. 그는 톡톡 튀는 스타일로 국내외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선 수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였다. 난다는 SNS를 기반으로 화장품, 인테리어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기업가치를 키워 나갔다. 그가 30대 중반에 수천억원대 자산가 반열에 이름을 올린 비결이다.

잘 키운 인플루언서 하나만으로 돈이 되는 세상. 이제 소셜미디어는 ‘제2의 스타일난다’를 꿈꾸는 거대 쇼핑몰로 변하고 있다. 온라인에 게시물을 올리고 소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까지 확장된 지 오래.


/사진=머니S DB

기자도 대표적인 SNS 창구인 인스타그램을 자주 이용하는 인스타그래머다. 3년 전 “이제 블로그는 가고 인스타그램이 대세”라는 친구의 권유로 인스타그램에 발을 들였다. 계정에 적극적으로 피드를 게시하진 않지만 무심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찰나에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켜 볼 정도로 하루 중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한다. 현재 기자가 팔로잉하는 계정은 126명. 대부분이 화장품, 건강식품, 육아용품 등 무언가를 팔고 있는 인플루언서다. 지난 3년간 이들이 쏟아내는 정보에 혹해 기자도 수십번 지갑을 열었다.


◆“효과? 글쎄”… 제작상품 교환·환불 불가

“토너가 거기서 거기? 2년 만에 고른 제품엔 이유가 있어요. 피부 속부터 반·짝·반·짝 거려요. 화장대 앞에서 고개를 자꾸 요리조리 돌리시게 될 거예요. 토너만 바르시고도요.”

평소 구독하고 있던 인플루언서가 화장품 공구(공동구매) 이벤트를 열었다. 마침 기초제품이 떨어졌는데 이 인플루언서를 통하면 시중가보다 20% 더 싸게 살 수 있단다. 인플루언서가 프로필에 연동해 놓은 링크를 타고 들어가 구매 완료.

예전만해도 화장품 구매는 브랜드를 정해두고 백화점이나 온라인 구매를 주로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에서 하나 둘 사는 일이 잦아졌다. 대부분 평소 팔로하던 인플루언서의 말과 라이브 영상에 혹해서다. 같은 육아맘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매일같이 그들의 일상을 접하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지고 보이지 않는 신뢰가 쌓였다.

그들의 안목에 대한 믿음이 커지면서 물건 판매 공지가 올라오면 바로 주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디자이너브랜드와 비슷한 인플루언서의 제작상품은 흔하지 않아 좋고 가성비도 좋아 만족도가 높았다. 몇월 며칠 몇시에 판매를 오픈한다는 소식이 올라오면 기다렸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구매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럴 땐 구매에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느끼는 희열(?)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늘 기대치에 못 미쳤다. ‘인생비비’라 불리던 비비크림 제품은 피지를 흡착해 화장을 오래 유지해주고 무너짐에 탁월하다는 설명과 달리 케이스만 그럴싸하게 보일 뿐 지속력, 커버력 등에서 스펙이 일반비비보다 못했다. 비슷하게 구매했던 선크림이나 각질제거제 등도 한두번 사용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의류나 신발을 구매한 경우는 더 심각했다. 지난해 말 100만명이 넘는 팔로어수를 자랑하는 한 인플루언서의 제작슈즈를 구매한 적이 있다. 국내 생산의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고 광고했지만 신은 지 일주일 만에 신발 밑창이 떨어졌다. 사진을 찍어 환불을 요청하니 “제작 상품이기 때문에 환불이 어렵고 A/S를 해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제품 불량으로 인한 환불임을 재차 강조했으나 “이미 신었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답을 들었다.

이곳에서 구매한 의류 역시 교환·환불이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흰색제품, 제작상품 등을 이유로 환불을 거부하는 탓에 한 중고거래카페에 해당 브랜드를 검색하면 하루에도 수십개의 새상품 판매글이 올라온다. 소비자들은 적게는 몇천원 많게는 몇만원까지 손해를 감수하고 제품을 되팔고 있었다.

(위부터) ‘검색 및 둘러보기 페이지’ 쇼핑 채널사진, 한 인플루언서의 제품 홍보 피드(기사와 무관함), 부건에프엔씨 안티계정.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너도나도 유기농 생리대… 제조사는 한곳

물론 좋은 제품을 소개하는 판매자도 있고 소비자보호 절차에 따라 클레임을 정직하게 처리해주는 판매자도 있다. 그렇지만 팔로어수가 조금 늘어나면 우후죽순 형식으로 ‘마켓’을 열고 무언가를 파는 행위가 그리 달갑게 보이진 않는다. 옷 판매자가 갑자기 건강보조식품을 넘어 생리대, 간장게장까지 파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가장 큰 문제는  품질이다. 실제 유기농 생리대 바람과 맞물려 인스타그램에서 ‘OO소녀’, ‘OO데이’ 등 생리대를 파는 사람이 늘었지만 이들이 판매하는 각기 다른 브랜드의 제조사는 모두 A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게 사업을 시작해본다는 명목으로 대부분 계좌이체를 통한 현금거래가 이뤄지는 점도 문제다. 기자가 종종 애용했던 한 육아용품 판매자는 100여가지의 상품군을 판매하면서 모두 현금이체를 유도하거나 카드수수료 10%를 따로 부과해 받았고 여러명의 판매자가 현금구매만 가능하다고 알려왔거나 현금구매 시 할인을 전제로 내걸었다.

◆진정성 의심받으면 몰락… 품질 뒷받침돼야

이처럼 인플루언서마켓에 대한 허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직접적인 규제와 방안이 마련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각광받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제조업체로부터 일정 커미션을 받고 홍보하는 인플루언서들은 물론 직접 사업을 벌이는 인플루언서들도 자유롭지 않다. 소비자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면 옆집 언니 같은 친근감을 넘어 경영자로서의 전문성도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성 마케팅>의 저자인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진정성은 (인플루언서가 보여주는) 성의나 친절과 같은 감성적 요소뿐만 아니라 실력까지 갖춰야 성립된다”면서 “오래 살아남은 기업들처럼 품질, 고객소통, 기업철학 등 총체적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3호(2019년 5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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