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옥죄는 지독한 공격… "환자·범죄자 취급,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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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공원에서 모바일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리니지 현실 PK(플레이어 킬링) 사건부터 시작해서 불법도박장인 바다이야기와 묶어서 수년간 괴롭히더니 이제는 질병으로 분류해서 잠재적인 환자로 만들려 하네요.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옵니다. 게임을 오래 하면 건강에 나쁘고 중독돼서 폐인이 된다네요. 그럼 낚시도 허리가 아플 정도로 오래 하면 중독 물질이고 자전거 타기도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니 자주 타면 안 되겠죠. 질병 물질로 규정하려면 최소한의 의학적 근거라도 보여줘야지 무턱대고 게임은 나쁜 것이라고 규정짓는 것이 논리적 사고인가요?”

게임업계에서 약 20년간 재직한 한 종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보건기구가 오는 28일까지 스위스에서 진행하는 총회에서 ‘게임이용 장애’가 포함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개정안(ICD-11)을 최종 의결하는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개정안이 최종 의결 여부는 오는 27일쯤 결정되며 관련 정책이 통과될 경우 오는 2022년부터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국가에 권고 형태로 전달될 예정이다.

◆근거 부족한데 질병은 맞다?

WHO가 제시한 게임이용 장애의 기준은 게임 이용시 시작시점, 빈도수, 강도, 지속시간, 중단, 맥락 등에 대해 조절이 어렵거나 삶의 다른 흥미요소 및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을 때다. 부정적 결과를 초래함에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더 오래할 경우도 마찬가지로 해당 특성이 1년 이상 명백히 드러나거나 모든 진단요건을 충족하면 게임이용 장애로 진단할 방침이다.

ICD-11에서 게임 장애는 ‘정신·행동적 또는 신경발달적 장애’라는 대범주 내 ‘물질 사용이나 중독성 행동으로 인한 장애’라는 중범주 속 ‘중독성 행동으로 인한 장애’ 항목에 편입됐다. 편입 기준은 약물·도박중독 분류 기준에 차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WHO의 결정에 많은 학자가 반발했다. WHO의 제안은 근본적으로 ‘물질 남용 연구’에 근거를 두고 있다. 비디오게임 플레이를 미디어 소비로 이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중독 자체가 정신 장애를 갖지 않는 데다 관련 행동의 병리화가 오히려 치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5년에 걸쳐 총 2000명의 패널을 대상으로 한 사회과학 연구결과 청소년의 게임이용 시간과 과몰입 정도는 매년 변화한다. 연간 50% 이상이 과몰입군에서 일반군으로 옮아가며 10%가량이 일반군에서 과몰입군으로 이동한다. 5년간 과몰입군을 유지하는 비율은 1.4%에 그쳤다.

실제로 문체부, 한콘진, 게임업계, 학계 전문가들은 의료진이 직접 실험에 참여한 통계자료 등을 증거로 내밀며 게임이용에 대한 부작용이 없음을 증명했지만 일부 의학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게임이 치료의 대상이라고 규정한다. 심지어 ‘인터넷 게임장애’라는 용어를 처음 제시한 미국 정신의학협회(APA)도 관련 항목에 대한 연구 및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질병코드 분류를 보류한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산업은 2017년 기준 연간 13조원으로 세계 4위 규모”라며 “장기간 추적 연구결과로도 게임 자체에 대한 유해성은 나타나지 않았는데 질병코드로 분류되면 e스포츠 선수나 프로게이머도 잠재적 환자가 되고 게임업계 종사자는 질병을 퍼뜨리는 범죄자가 되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400만 치료시장… '큰 장' 열린다

그렇다면 일부 의학계에서 게임이용의 질병코드화를 추진하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과거의 사례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신의진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4대 중독법 이후 업계에 게임중독세 기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있던 만큼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가 게임중독법 발의 당시 회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보면 알 수 있다. 해당 메일에는 “현재 발전 여지 없이 난관에 부딪쳐 있는 지역사회 중독 관리사업이 중독관리센터 설립을 통해 변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며 “중독의학회 입장에서는 반드시 입법화를 이뤄내야 할 숙원사업”이라고 명시됐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공대위)를 이끄는 위정현 공대위 대표는 “질병코드 분류가 되면 건강보험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400만명을 진단하는 새로운 그들만의 시장이 열린다”며 “치료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순간 의사들의 전문 영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해 이덕주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게임 과몰입 정책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제도 도입을 통한 게임시장 위축규모는 2023년 379억원, 2024년 1조7019억원, 2025년 3조3659억원으로 추정된다.
 

채성오 cso86@mt.co.kr  |  facebook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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