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낡은 부대에 담긴 '주세법' 갈지자에 거품 문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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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법 논란이 뜨겁다. 2년 전 정부는 현 종가세 방식의 주세법을 손보겠다고 나섰다. 최고세율이 72%에 달하는 술 세금. 주류업계와 소비자의 기대는 컸다. 역차별 받는 국산맥주와 전통주업계에겐 희망봉으로, 소비자에겐 다양한 주종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기회로 인식돼서다. 하지만 주세법 개정은 정부의 갈지자 행보 앞에 갈피를 못잡고 있다. 결국 개정 자체가 백지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주세법은 50년 묵은 헌옷을 벗을 수 있을까.<편집자주>


[50년 묵은 ‘주세법’, 개정 어떡해-①] 법 개정, 기약없는 '유보'

어려워도 이렇게 어려울까. 50년 묵은 주세법이 여전히 새 옷을 입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세법 개정을 올해로 연기했고 5월 초 기재부는 아예 기한을 두지 않고 개정을 보류했다. 기정사실화됐던 주세법 개정이 미뤄지는 이유는 뭘까. 무엇이 문제이며 업계와 전문가 대안이 뭔지 살펴봤다.

◆‘우물쭈물’ 수입맥주 키웠다

주세법 개정안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국내 맥주업체들이다. 현행 주류세 구조가 수입맥주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단 주세법 개정안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내 주류세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주류 중 막걸리에는 세금이 5%, 와인은 30% 붙는다. 맥주와 위스키는 72%다. 맥주 세율이 막걸리나 와인보다 높은 이유는 1970년대 세율 제정 당시 맥주가 한국에서 고급 주류에 속해서다. 맥주 소비자들이 더 많은 과세를 부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세율을 높게 책정했다.


/사진=뉴스1 이승배 기자

이 과정에서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주세법상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에 세금이 붙는다. 맥주를 만들 때 써야하는 원료값, 인건비, 마케팅 비용 등이 여기에 속한다. 좋은 원료를 쓰고 많은 사람이 일해 만든 맥주일수록 제조원가가 높아지며 세금도 덩달아 뛴다. 이것이 바로 1972년 이후 지금까지 국내 주류에 적용되는 ‘종가세’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원료를 사용해 수제맥주를 만드는 국내 업체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이유도 종가세 때문이다. 수제맥주를 만드는 업체들은 연 매출이 1억원을 밑도는 곳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들은 제조원가에 세금이 붙다보니 국내 대형주류업체와 비슷한 세금을 부담하는 실정이다. 수제맥주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 장인들이 세금 부담 때문에 하나둘 업계를 떠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수입맥주의 과세 기준은 ‘수입원가’다. 수입업체에서 신고한 수입원가에 세율을 곱해 세금이 매겨진다. 수입업자가 신고한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해 신고가를 낮게 부를수록 세금을 덜 낸다. 물론 실제 원가는 며느리도 모른다. 실제 원가가 100만원이어도 100원으로 신고하면 수입원가는 ‘그냥’ 100원이다. 이런 이유로 수입맥주가격은 국산맥주보다 훨씬 저렴할 수밖에 없다. 편의점에서 수입맥주를 만원에 4~6캔씩 살 수 있는 이유다.

정부가 주세법 개정에 우물쭈물하는 사이 수입맥주는 크게 성장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분기 맥주 수입액은 7206만달러(약 820억원)로 지난해 4분기(6895만달러) 대비 4.5%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맥주 수입액도 전년 2억6309만달러 대비 17.7% 증가해 3억968만달러(3520억원)를 기록했다. 맥주 수입액이 3억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 추세면 올해도 사상 최대의 매출 경신이 예상된다.

수입맥주의 공세에 국산맥주업계는 불안감이 커진다. 특히 대기업보다 환경이 열악한 수제맥주업계는 주세법 개정만 바라보다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

한 수제맥주업체 관계자는 “올해 주세법 개정이 확정될 것으로 보고 시설 투자 등 다양한 계획을 세웠다”며 “이렇게 아무 대책없이 무기한 연기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지난 5월8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빠른 대처를 촉구했다. 협회는 “맥주는 전체 주류 세수의 약 50%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량이 높은 주종”이라며 “수입 제품과의 역차별로 산업이 붕괴될 위기다. 자본력이 없는 수제맥주업체들은 주세법의 구멍을 이용한 수입맥주의 공격적 프로모션으로 상당수가 폐업 위기”라고 호소했다.



◆“소주 빼고 맥주만 종량세로”

국산맥주업계의 염원처럼 주세법을 개정하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는 아직도 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맥주와 함께 가격저항이 높은 ‘소주’ 때문일까.

종량세가 도입되면 세금은 주류의 도수와 판매량에 따라 매겨진다. 이러면 판매량이 많고 도수도 높은 소주에 지금보다 많은 세금이 붙게 된다. 가격인상을 피할 수 없는 셈. 소주는 담배와 함께 대표적인 친서민품목으로 가격인상 시 소비자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돼 정부도 쉽사리 주세법을 개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류업계는 맥주만 종량세율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당장 전체 주류에 종량세를 도입하면 주류산업의 대혼란이 온다는 점을 이들도 인식하고 있어서다. 수제맥주협회도 ‘맥주 종량세 전환’을 주장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업계 관계자도 현재로서 최적의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성태 한국주류산업협회 회장은 “종량세 변경에 따른 소주세율 인상 반발을 감안하면 세율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모든 주류가 아닌 문제가 되는 맥주세율만 종량세율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주세법의 당초 취지에 맞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맥주업계의 민원만 해결해주는 개정이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맥주업계의 세제 경감 측면은 이해하나 주세법 개정이 너무 업계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주세법의 기본 취지는 국민건강증진이다. 이런 측면에서 맥주만이 아닌 모든 주종에 전면적인 종량세를 시행하는 것이 맞다. 다만 종가세 90%, 종량세 10%로 시작해 5~10년 단위로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업계 혼란을 줄이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4호(2019년 5월28일~6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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