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예측 실패… '금리'에 꼬여버린 DB생명의 자산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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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생명이 올 들어 보유채권 일부를 매도가능증권에서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했다. 만기보유증권은 금리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아 채권평가손에 관한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단 시기적으로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매도가능증권은 금리 하락기에 평가가치가 높아져 지급여력(RBC)비율에 긍정적이다. 시장금리는 올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채권 계정을 유지했다면 RBC비율 관리에 유리할 수 있었다. DB생명은 RBC비율 개선을 위해 지난해 말과 올 초 두차례에 걸쳐 자본 확충을 단행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온 힘을 쏟았다.

DB생명은 지난해부터 시장금리 상승을 예측한 자산 전략을 폈다. 하지만 금리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여 자산 전략이 꼬여버린 모습이다.


DB생명 본사(DB금융센터). /사진제공=DB그룹

◆만기보유 전환시점 물음표

DB생명은 올해 매도가능증권 중 9800억원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전환했다. 매도가능증권은 금리 하락기에 평가가치가 올라가지만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평가손이 발생한다. 반면 만기보유증권은 금리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DB생명은 2016년 만기보유증권 전액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전환했다. 채권 계정을 한번 분류하면 3개 회계연도 동안 재분류가 금지된다. 채권 계정 재분류를 통해 RBC비율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편법’을 막기 위해서다. 3년이 지나 채권 재분류가 가능해진 시점에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돌렸다.

이러한 결정은 금리 리스크 헤지(위험분산) 차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다만 DB생명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꼭 그렇지도 않은 듯싶다. 올해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만기보유증권으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RBC비율 관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다.

5월24일 기준으로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1.643%를 기록해 지난해 말보다 17.4bp(1bp=0.01%포인트) 떨어졌다. 10년물은 1.792%로 15.6bp가 하락했다. 10년물의 경우 2016년 5월 이후 3년 만에 1.7%대로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눈에 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 국고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DB생명 재무기획 담당자는 “현 상황에서 보면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하지 않았다면 유리했을 수 있지만 단기적 평가익을 늘리는 것보다 금리변동성을 줄이는 데 목적을 뒀다”며 “이번에 재분류한 만기보유증권은 유동성이 없는 자산이 대부분이어서 채권 평가손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힘겨운 자본관리

DB생명은 RBC비율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 3월 말 RBC 비율은 181.8%을 기록 중이다. 회사가 지난해 4분기 610억원, 올해 초 300억원의 후순위채를 각각 발행해 자본확충을 단행해 맞춘 수치다.

자본확충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애초 계획으로는 지난해 4분기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RBC비율을 한번에 개선하려 했다. 하지만 금리변동성 확대 등으로 두번에 나눠 자본확충을 단행했다.

대부분 보험사는 최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을 늘리는 추세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한번 발행에 성공하면 장기간 자본인정을 받을 수 있다. 한화생명, 교보생명, KDB생명 등은 금리경쟁력과 수요 확보를 위해 해외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반면 후순위채는 만기가 5년 미만으로 짧아지면 자본인정 규모가 매년 20%씩 차감된다. 이번에 발행한 후순위채는 10년 만기, 5년 콜옵션이어서 5년 뒤엔 상황에 따라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자본을 더 늘려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생보사들은 회계기준 변경을 앞두고 선제적인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으며 당국 권고수준(150%)을 넘어 200% 이상을 안정적 수준으로 보고 있다. DB생명은 180%대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4개 생보사 중 RBC비율이 200% 미만인 곳은 DB생명을 포함해 5곳이었다.

◆금리예측 실책 이어져

DB생명은 금리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만기보유증권으로 전환했지만 시장 상황과 회사 내부 사정을 보면 잘못된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에도 금리 상승을 예측한 자산전략을 폈는데 시장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금리예측에 2년째 실패한 것이다.

DB생명은 지난해 채권과 외화 유가증권을 대거 매도하고 그 차익을 대출로 돌렸으며 이런 투자 전략을 올해도 이어가고 있다. 대출의 경우 사모사채와 해외 인프라투자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 투자했다. 공모사채는 채권 계정에 포함되지만 사모사채는 회계상 대출로 분류된다.

채권을 매도한 배경은 금리가 상승하면 평가손이 발생하는 만큼 선제적 대응 차원이었지만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며 오히려 독이 됐다. 매도가능증권을 그대로 나눴다면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익 발생으로 RBC비율에 긍정적 요인이 될 여지가 충분했다.

DB생명 재무기획 담당자는 “보유중인 채권은 추가 재분류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신규 매입 자산의 경우 자산-부채관리(ALM)를 위해 듀레이션이 긴 채권에 하해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5호(2019년 6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우진 jwj17@mt.co.kr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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