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공룡에 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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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룡 상상도. /사진=이미지투데이

살아있는 동물이 아니라 현재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을, 지구상에서 사라진지 수천만년이 지난 동물을 매년 기념하는 날이 있다. 6월1일 ‘세계 공룡의 날’이다. 세계 최고의 공룡 화석 전시장은 시카고 필드 자연사박물관으로 올해 개관 127주년을 맞이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육식공룡으로 알려졌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화석 ‘수’(SUE)가 완벽한 상태로 보존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필자도 오래전 시카고 필드 박물관에 갔을 때 중앙홀에 전시된 거대한 공룡 화석을 보고 큰 감흥을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박물관 중앙 스탠리 필드 홀에 역대 최대 크기의 초식공룡 화석을 전시하고 있다. 몸체의 길이 37m, 높이 6m, 체중 70톤으로 추정되는 공룡이다. 아프리카 코끼리 성체의 무게가 3톤이니 얼마나 육중한지 짐작할 만하다. 이 초식공룡 화석은 2012년 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에서 발견돼 '파타고티탄 마요룸'으로 명명됐다.

육식공룡 중 가장 무섭고 사나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약자로 ‘티렉스’라고 하며 ‘폭군 도마뱀 왕’이란 뜻을 가졌다. 역사상 가장 거대한 것으로 평가됐던 티렉스 ‘수’보다 더 큰 규모의 6800만년전 티렉스 ‘스코티’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지난 3월 학술지 '해부학기록'에 실렸다. 발굴 때 연구진이 스카치위스키로 축배를 들어서 화석 이름을 '스코티'로 붙였다. 캐나다 서스캐처원주에서 1991년에 발견된 티렉스 스코티는 앨버타주립대 스코트 퍼슨즈 박사와 플로리다주립대 그레고리 에릭스 박사 연구팀이 복원한 결과 몸무게가 9.8톤, 길이는 13m에 달해 현재까지 발견된 육식공룡 중 가장 덩치가 크다.


공룡 화석 표본. /사진=이미지투데이



◆작품 통해 친근하게 다가와

티렉스는 다른 공룡과 싸우며 부상을 많이 입기 때문에 수명이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스코티‘는 이례적으로 28년이나 산다. 캐나다 내륙 지역이 지금은 춥지만 당시는 아열대 기후로서 동물이 살기 적합한 환경이었다. 포식성 공룡도 많이 서식하면서 싸움이 이어졌음이 스코티 화석의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다리뼈가 부러졌다가 회복된 흔적이 있고, 입안의 큰 치아들 사이 공간에 또 다른 뼈가 자랐으며, 잘린 꼬리뼈도 다른 공룡들과 크게 싸운 흔적으로 남아있다.

한반도에도 티라노사우루스가 서식했다는 증거가 2015년 11월 경남 하동에서 처음 발견됐다. 낚시하러 가던 사람이 우연히 발견해 신고했다. 이전에는 다리뼈, 갈비뼈, 이빨 등이 부분적으로 발견된 적이 있지만 두개골이 포함된 몸 전체의 온전한 화석이 발견된 건 처음이었다. 몸길이가 50㎝인 초소형 공룡으로 희귀성이 높은 화석이다. 육식공룡은 초식공룡에 비해 개체수가 적어 화석으로 남을 확률이 상당히 낮은데도 이처럼 발견된 것은 1억년 전쯤 한반도에 살았을 공룡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룡은 원래 무시무시한 동물로만 여겨졌다. 그러다 만화가 김수정이 만화잡지 ‘보물섬’에 ‘아기공룡 둘리’를 연재(1983~1993년)하면서 귀여운 이미지가 새롭게 탄생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랑을 받은 아기공룡 둘리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성공했으며 캐릭터상품들도 나왔다. 미국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쥬라기 공원’을 영화로 만들어 1993년에 대박 흥행을 하면서 공룡은 전 세계의 대중 가까이에 다가섰다. ‘쥬라기 공원’에서 포악한 눈매의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와 대조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순한 눈매의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는 관객들과 교감을 이루며 친근감을 주었다. 이어 ‘쥬라기 공원 잃어버린 세계’(1997년), ‘쥬라기 공원 3’(2001년), ‘쥬라기 월드’(2015년),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2018년)까지 나오면서 흥행을 보증하는 시리즈물로 자리 잡았다.

‘쥬라기 공원’의 22년 후 이야기인 2015년 ‘쥬라기 월드’는 전 세계에서 16억7171만3208달러(약 1조8000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역대 흥행 순위는 1위 아바타, 2위 타이타닉, 3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 이어 4위다. ‘쥬라기 월드’는 코스타리카 인근 섬에 조성된 지상 최대의 공룡 테마파크가 유전자조작으로 태어난 공룡의 탈출 사건으로 폐쇄되는 과정을 다뤘다. 이어서 나온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지난해 국내 개봉에서 첫날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폴른 킹덤’은 이슬라 누블라의 화산 폭발로 다시 멸종 위기에 처한 공룡을 구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앞으로 ‘쥬라기 월드3’(2021년)가 예정돼 있다.


지난 1월 성남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열린 공룡 체험전 쥬라기 테마파크를 관람하는 시민들. /사진제공=현대백화점


◆교정되는 공룡

사람들이 공룡을 학문적 연구결과를 실은 논문이 아니라 영화, 만화, 소설 등을 통해 접하다 보니 공룡에 대한 인식에는 흔히 진실과 오해 및 미스터리가 뒤섞여 있다.

‘쥬라기공원’엔 티렉스가 눈이 좋지 않아 움직이지 않는 물체를 잘 감지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실제 두개골 화석을 통한 분석결과 티렉스 시력은 정면을 입체적으로 잘 볼 수 있을 만큼 좋은 것으로 추측된다. 후각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냄새 또한 잘 맡는다고 한다. 공룡은 혀뿌리 아래와 후두 사이에 위치하는 뼈인 설골의 길이가 매우 짧고 악어와 유사한 형태라는 연구 결과가 지난해 6월 국제학술지 ‘공공과학도서관’에 발표됐다. 따라서 공룡은 혀를 치켜들기 힘들어 영화에서처럼 벌린 입으로 무섭게 혀를 내미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쥬라기공원3’에서 티라노사우루스와 스피노사우루스가 싸워 스피노사우루스가 이기는 장면이 나오지만 두 공룡이 살던 시대와 지역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이들의 싸움은 불가능하다. 이는 영화 속 새로운 주역으로 스피노사우루스를 부각시키기 위해 설정한 상황일 뿐이다. <쥬라기공원> 앞부분에 티라노사우루스가 길고 낮은 울음소리를 내면서 나타난다. 하지만 공룡의 울음소리가 중저음의 웅장한 소리가 아니고 타조나 비둘기가 내는 소리와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가 2016년 7월 국제학술지 ‘진화’에 발표됐다. 공룡은 울 때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웅얼거리는 것처럼 소리 냈을 것으로 추측된다.


육식공룡이 엉뚱하게도 현재 새의 조상으로 여겨진다. 생존전략과 해부학 관점에서 파충류보다는 조류에 더 가깝다. 공룡의 화석은 공룡의 폐 구조가 조류와 유사함을 보여준다. 조류의 폐는 양옆에 작은 관이 더 있어서 숨을 들이켜며 흡수하는 산소의 양이 포유류보다 많기 때문에 산소가 희박한 높은 하늘을 비행할 수 있다. 공룡은 조류와 같은 폐를 가져서 산소 흡수율이 높기 때문에 커다란 덩치에 필요한 많은 양의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추측된다.

공룡과 새는 걸음걸이가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람은 무릎을 앞으로 굽히며 걷지만 공룡과 새는 무릎을 뒤로 굽히면서 앞으로 나간다. 공룡화석에서 발견되는 깃털도 오늘날 새와 공룡의 연결고리로 받아들여진다. 깃털은 체온조절 역할을 했고 깃털의 색깔을 통해 서로 다른 공룡 간 구분을 했을 것이다. 짝을 찾는 데도 깃털의 색깔을 활용했을 것 같다. 색깔이 있는 깃털로 덮여 있는 실제 공룡은 영화 속 공룡보다 더 화려했을지도 모른다.

대형 육식공룡이 알을 보호하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땅을 파면서 짝짓기 구애행위를 한 흔적이 있는 화석이 2016년에 발견됐다. 땅에 알둥지를 만드는 새인 바다오리도 땅을 파면서 구애를 하고 타조 역시 공룡과 비슷한 행동패턴을 나타낸다.

◆우리에게도 공룡박물관 여럿 있어

한국에도 공룡 화석을 전시한 박물관이 여럿 있다. 전남 해남군의 해남공룡박물관에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공룡 골격이 전시돼 있다.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아크로칸토사우루스, 대전 지질박물관은 알로사우루스와 에드몬토니아, 국립중앙과학관은 트리케라톱스, 목포자연사박물관은 디플로도쿠스의 전신 골격을 각각 전시하고 있다. 국립과천과학관의 자연사관, 남양주의 우석현자연사박물관,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서도 공룡의 골격을 볼 수 있다.

지난 5월1일 개장한 과천 서울랜드의 `쥬라기랜드`에는 살아 움직이는 18m의 거대 공룡을 비롯해 100여 종의 공룡과 화석, 알 등이 있고 화석 체험을 통해서 오감을 자극하는 놀이를 할 수 있다. 제주에는 9만㎡ 넓이의 공룡랜드가 있다. 경상남도 고성 공룡박물관이 있는 지역은 국내 최초로 공룡 발자국이 발견돼 세계적인 공룡 발자국 화석지로 유명하다.

공룡은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기 쉬운 테마로서 자연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는 데 적합하다. 국내 대표 공룡 브랜드 ‘점박이’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EBS 창립 45년 기념 뮤지컬 ‘점박이 공룡대모험 : 뒤섞인 세계’가 오는 7월13일부터 8월25일까지 초연된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공룡을 형상화해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애니메트로닉스와 Full 3D 입체영상 등 최신 미디어 기술로 환상적인 경험과 감동을 주는 무대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6호(2019년 6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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