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 낚아채면… 현금부자 “얼씨구”

 
 
기사공유


공덕 SK리더스뷰 공사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최근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집값은 외국에 비해 비싸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외국에 비해’라는 상대적인 관점이지만 국내 분양시장에서 실수요자들이 느끼는 무게감은 어마어마하다. 수억~수십억원 하는 분양가 자체가 부담인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돈줄까지 막히며 청약은 꿈도 못 꾼다.

그래도 이상하게 분양만 되면 잘 팔린다. 비싸도 결국 팔리는 분양시장에서 건설사들은 남모를 미소를 머금는다. 고분양가 논란에 전국 최고 분양인기지역인 서울에서조차 일부 미계약 단지가 나오는 추세지만 ‘청약 당첨=로또’라는 시세차익 기대감에 부풀어 현금부자들은 비싸건 말건 덩실덩실 춤을 춘다. 반면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점점 멀어진다.

◆서울·경기 “너무 비싸”

#1. 서울 중랑구에 사는 47살 자영업자 A씨는 최근 한숨이 늘었다. 지긋지긋한 전세 생활을 끝내기 위해 청약을 했지만 고분양가 앞에 번번이 발길을 돌려서다. 3년 전까지 맞벌이를 했지만 몸이 약한 아내가 집안일과 자녀교육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외벌이가 된 B씨는 수입마저 크게 줄었다. 어차피 대출이 막혔지만 대출을 받는다 해도 줄어든 수입으로는 원리금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 전세금을 빼서 수도권 다른 지역을 알아보자니 거래처와의 업무효율 등 다른 고민거리도 만만치 않다.

#2.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39살 직장인 B씨는 아내와 맞벌이를 하지만 월급을 합쳐도 생활이 빠듯하다. 5살 된 자녀 양육비와 전세대출 원리금에 생활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 없는 돈에 매달 10만원씩 8년 동안 청약 통장을 꼬박꼬박 채우면서 분양공고를 눈여겨보지만 당최 청약을 넣을 엄두가 안난다. 분양가가 너무 비싸서다. 또 대출을 받자니 원리금 갚을 생각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B씨는 언감생심 서울아파트는 바라지도 않지만 수도권도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A·B씨처럼 고분양가에 내집 마련은 엄두도 못내는 이들이 허다하다. 이들이 느끼는 비싼 집값 체감도는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 등 수도권도 비슷하다.




◆서울 미계약 속출… 이유는?

서민들이 느끼는 고분양가 무게감이 확산돼 최근에는 서울마저 미계약물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9억원을 초과하는 고분양가 아파트가 증가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규제로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하면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해서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에 따르면 2015년부터 서울에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분양가 9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2015년 12.9%, 2016년 9.1%, 2017년 10.8%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 비중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29.2%, 2019년(5월15일 이전 입주자모집공고 기준) 48.8%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의 90%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국한됐지만 올해는 강북 지역 비중이 73.6%로 늘었다.

강남3구 민간분양아파트 중 분양가 9억원 초과 비중은 지난해 92.2%로 정점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76.4%를 차지한다.

강북은 2017년 용산과 성동구의 대형 고가 아파트 분양이 이루어지면서 9억원 초과 아파트가 12.6%로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까지 10% 미만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45.4%로 비중이 크게 늘었고 한강과 맞닿은 마포, 용산, 성동, 광진 외에도 서대문과 동대문 등 도심 전역으로 분양가 9억원 초과 분양 사례가 확산되는 추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크게 상승한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청약당첨자들의 자금조달 부담을 키우고 있어 계약 포기자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현금부자만 ‘얼씨구’

서울 전역으로 미계약 물량이 확산되는 추세지만 현금부자들에게는 다른 세상 얘기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청약 당첨은 로또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낚아채면 그만이라는 생각.

SK건설에 따르면 최근 서울 마포구 ‘공덕 SK 리더스뷰’ 계약 취소세대(97㎡A)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청약을 진행한 결과 총 4만6931명이 몰렸다. 청약자 4만6931명은 분양공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숫자지만 이번 계약 취소세대 입주자 모집공고는 단 1세대뿐이라 경쟁률이 높았다.

이 단지의 계약 취소세대 1가구 모집에 4만6931명의 청약자가 몰린 이유는 로또기대감 때문이다. 2017년 8억8240만원(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 등 포함)에 분양된 이 세대는 최근 5억원 이상의 웃돈이 붙어 로또공식이 성립됐다.

이는 물론 현금부자들에게만 국한된 얘기다. 서울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각 40%(서민 실수요자는 각 50%)로 비조정대상지역보다 강한 대출 규제를 받기 때문에 자금줄이 막힌 서민들에게는 이러나저러나 ‘그림의 떡’이다.

이처럼 아무리 고분양가라도 어떻게든 분양물량이 소진되다보니 건설사는 느긋한 입장이다. 수백~수천여세대의 분양물량 중 고작 몇십 가구가 미계약이 발생해도 결국엔 현금부자의 먹잇감이 되기 때문.

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C씨는 “대출규제로 미계약이 속출해도 무순위청약 등으로 결국 현금부자들이 남은 물량을 다 가져가기 때문에 건설사는 쪼들리지 않는다”며 “일관성 없는 분양가 심사기준으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건설사가 아니라 서민들”이라고 분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6호(2019년 6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126.64상승 2.5511:56 11/12
  • 코스닥 : 661.93상승 0.5611:56 11/12
  • 원달러 : 1164.70하락 2.111:56 11/12
  • 두바이유 : 62.18하락 0.3311:56 11/12
  • 금 : 61.15상승 0.2711:56 11/12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