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동네에 '아는 변호사' 한명 두시죠"

People / 조연빈 법무법인 태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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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빈 변호사. /사진=김노향 기자

“법률지식은 사회 각 분야 모든 생활과 연결돼 있습니다. 살면서 한번쯤 법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지만 막상 법을 잘 모르는 사람에겐 문턱이 높게 느껴지죠. 그래서 저는 이런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법적 조언이 필요할 때 언제든 편하게 전화 한통 걸 수 있는 동네에 ‘아는 변호사’!”

조연빈 법무법인 태율 변호사(33)는 서울 용산구 이촌2동의 ‘마을변호사’다. 마을변호사는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무료 법률상담제도. 주민이 요청하면 한달에 한번 마을변호사들이 주민센터에 방문해 대면상담을 진행한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마을변호사는 약 800명이다.

조 변호사는 또 카카오톡 법률상담 ‘위로넷’을 운영한다. 친구에게 권유받아 개인적으로 시작하게 된 무료 법률상담 활동이다. 카톡 위로넷 페이지에서 이름과 연락처, 의뢰내용만 기재해도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다. 아는 변호사가 없어서 막막하고 얼굴도 모르는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 이야기를 설명하는 자체가 힘든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공익서비스다.

조 변호사는 2017년부터 마을변호사와 카톡 법률상담 활동을 했다. 지금까지 그를 거친 의뢰인은 1000명을 넘는다. 그중 실제 사건 수임으로 연결된 상담은 손에 꼽을 정도다. 어떤 날은 밀려드는 메시지 때문에 정신이 없는 데다 돈을 벌게 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그는 “가장 보람 있고 변호사로서의 프라이드를 느끼는 일”이라고 했다.

마을변호사 제도. /사진=김노향 기자


◆“따뜻한 변호사 되고 싶어”

“처음으로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가진 건 중학교 시절 드라마 <로펌>을 보면서였어요. 배우 김지호씨가 극중 정의로운 변호사로 나오는 모습이 멋져 보여서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 변호사는 이후 고교시절 사회복지학과 진학을 희망했지만 법학을 전공한 부모님의 권유가 그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 “법학을 공부하면 더 많이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조언 덕분이었다.

조 변호사는 서강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로스쿨에 진학해 2015년 변호사시험에 합격, 로펌진현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음, 법무법인 조율에서 손해배상·보험분쟁·성범죄·기업자문 등 다양한 분야의 경력을 쌓았다. 지금은 두살, 세살 연년생 아들형제를 키우는 맞벌이 워킹맘으로 법무법인 태율에서 개업 변호사가 됐다. 대한변호사협회 일가정 양립위원회 위원을 맡고 서울중계초등학교 명예교사 및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위원으로 청소년 학교폭력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사회 어느 분야보다 차별이 없고 권익을 추구해야 할 법조계지만 정작 그는 일가정 양립위원으로 활동하며 느낀 일과 삶의 불균형이 크다고 토로했다.

조 변호사는 “여성 법조인의 주52시간 근무제나 육아휴직 등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서 “일가정 양립위원회가 한달에 한번 모여 변호사의 근무실태를 조사 및 개선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암묵적으로 초과근무를 강요하고 부당함을 호소할 수 없는 분위기라 주변에 육아휴직을 한 동료 변호사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연빈 변호사. /사진=김노향 기자


◆“법보다 대화와 타협이 앞서야 해”

무료 법률상담을 운영하다 보면 법이 불필요하게 남용되는 안타까운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인터넷으로 법률 정보와 지식을 누구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잖아요. 반 친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는지를 카톡으로 문의한 초등학생이 있었어요. 또 길을 가다가 부딪친 행인이 자기 핸드폰을 망가뜨려 손해배상을 받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고요.”

카톡 법률상담의 절반 이상은 명예훼손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한다. 많은 10대 청소년들이 형사고소를 의뢰하겠다고 할 때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걱정이 된다.

그는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공정하고 타당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상식적인 대화를 통한 타협이 먼저”라고 말했다. 또 “법원에 가서 과실비율을 합의하고 개인 시간과 비용을 쓰는 것은 사회적인 측면에서 봐도 손실”이라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무료 법률상담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더 깊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료 법률상담은 소송을 진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절차보다 법적으로 해결 가능한 일인지, 변호사를 선임할 만한 사건인지, 법 이외의 해결방법은 없는 지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 국선변호사처럼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지원하는 제도와는 차이가 있다. 조 변호사는 대법원,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의뢰인에게 사건의 해결방향을 제시해주는 자체가 문제해결의 시작이므로 변호사 업무에 포함된다. 서류 작성 등 실질적인 업무 외에 컨설팅만으로 실효성이 있는지 따지는 것은 변호사 이익의 문제와 상충된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무료 법률상담은 법을 이용하는 국민이 법의 진입장벽을 높게 느끼지 않고 문제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로펌>의 김지호씨처럼 정의감 넘치고 따뜻한 변호사도 되고 싶지만 무엇보다 더 많은 사람의 ‘아는 변호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공익과 인권에 관심을 갖고 내 주변의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6호(2019년 6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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