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분양가’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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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하우스에 몰린 사람들. /사진=뉴스1 DB

아파트가격의 원가항목 공개확대로 건설업계 폭리의혹이 확산되고 분양가규제가 강화돼 선분양을 포기하는 건설사가 속출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지나친 분양가 규제가 몇년 후 시세차익을 키운다는 ‘로또분양’ 논란이 확산되며 다시 고분양가를 허용해 형평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쪽에선 분양가 규제로 시름하는데 반대쪽에선 고분양가가 판치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겉으로는 우는 소리를 내지만 내심 계산기를 두들기는 모양새다. 분양가가 높아서 욕을 먹어도 심사만 통과하면 서울 같은 인기지역은 높은 수익성이 보장된다. 만약 거절돼도 ‘후분양’이나 ‘임대 후 분양전환’을 검토하면 된다. 수익성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당장 비용을 더 내더라도 몇년 후 시세상승에 따른 높은분양가를 기대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일관성 없는 고무줄 분양가가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 모델하우스. /사진=뉴스1 이광호 기자


◆임대 후 분양, 누구 손해?

주택보증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서울 전역과 세종, 과천‧광명·하남·성남 분당 등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분양가를 심사한다. 인근 지역의 최근 분양가를 기준으로 상한선을 정하고 이를 어기면 분양보증을 거절한다. HUG가 분양보증을 거절하면 지자체의 분양승인을 받기 힘들고 금융권의 중도금대출도 받을 수가 없다.

대우건설은 당초 올 4월 분양할 예정이던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수푸르지오 더프레티움’을 이달까지 연기했다. 조합과 HUG가 분양가조율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분양일정이 지연된 것. 분양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달 분양도 확신할 수 없다.

조합은 평균 분양가를 3.3㎡당 3000만원대 초반으로 제시했지만 HUG는 3000만원 이하를 제시했다. 주변시세를 보면 2016년 분양한 ‘사당롯데캐슬 골든포레’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00만원대 초반이었다.

HUG가 끝내 분양가를 승인하지 않으면 보증이 필요없는 후분양이나 임대까지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과 HUG가 제시하는 적정분양가의 차이가 너무 커 후분양이나 임대 후 분양전환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도 HUG와 분양가 문제로 충돌해 일반분양이 지난달에서 이달로 연기됐다.

실제 HUG가 분양가승인을 거절해 선분양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에 짓는 고급빌라단지 ‘나인원 한남’은 당초 일반분양을 계획했다가 고분양가 논란이 커지자 HUG의 분양보증을 못 받았다. 결국 ‘4년 임대 후 분양전환’으로 변경했다. 임대보증금은 33억~48억원으로 분양전환 시 확정분양가가 3.3㎡당 평균 6100만원이다. 펜트하우스는 3.3㎡당 1억원 안팎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이 지연되면 피해를 보는 건 일반분양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 연기에 따른 추가 금융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이며 최후의 수단으로 후분양을 선택할 경우 몇년 후 높아진 시세에 따라 분양가가 정해지고 중도금도 한꺼번에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분양은 건설사가 분양대금을 일부 먼저 받아 2~3년 진행되는 공사기간 동안 중도금을 나눠서 청구하는 방식이다. 부실시공 등 품질저하 문제가 드러나 정부가 축소하는 분위기지만 분양자 입장에서 보면 중도금을 나눠 부담할 수 있고 2년 후 시세가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더 낮은 분양가로 계약하는 것이 유리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가 공사대금을 부담해야 하는 후분양은 대기업건설사일수록 유리해 중소건설사들은 분양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DB


◆고무줄 분양가 심사기준 논란

그런데 최근 서울 일부지역에서는 높은 분양가가 잇따라 나오며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4월 분양한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는 분양가가 아파트 기준 최고가인 3.3㎡당 평균 4657만원으로 분양보증 심사를 통과했다. 2년 전 분양한 인근 ‘방배아트자이’의 분양가 3.3㎡당 3798만원과 비교해 1000만원 가까이 높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서초구 서초동 ‘디에이치 라클라스’의 분양가도 방배그랑자이와 비슷하게 높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여론의 관심이 높은 강남 재건축단지는 지나치게 까다롭게 분양가규제를 하고 조합의 민원이 많은 현장은 분양가가 높게 승인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락가락하는 분양가정책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HUG도 결국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방안을 찾기로 했다. 이달까지 분양가 심사방식의 개선방안을 마련해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2016년 8월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겨냥해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마련한 이후 3년 만의 제도 손질이다.

HUG 관계자는 “일부 분양가 심사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재검토하기로 했다”면서 “구체적인 개선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형평성문제를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6호(2019년 6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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