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000억 퍼부은 KDB생명, ‘3전4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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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소재 KDB생명 사옥. /사진=KDB생명


산업은행이 올 하반기 자회사인 KDB생명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4번째 매각 도전이다.

KDB생명은 2014년 이후 3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과거 판매한 확정고금리 상품 비중이 높은데 회계기준 변경을 앞둔 상태에서도 저축성보험 판매에 집중하는 등 단기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했던 것이 화가됐다. 산업은행이 1조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회사가치는 투자금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 것이 매각 실패의 배경으로 꼽힌다.

KDB생명은 지난해 학계 출신인 정재욱 사장을 선임해 체질개선에 나섰다. 1년이 지난 시점 최대 난제였던 재무건전성을 해소했고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도 높아져 절반은 성공했다는 평가다. 결국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일부 회수를 포기하더라도 매각 의지가 얼마만큼 강하냐가 관건이다.

◆재무건전성·수익구조 개선 ‘뚜렷’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연내 2400억원, 내년에까지 5000억원 등 총 74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키로 결정했다. 이는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2400억원은 차환발행 용도고 5000억원은 자기자본 확충 용도다. 회계기준이 변경되면 저축성보험 부채가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변경돼 자기자본을 더 늘려야 한다.

KDB생명은 지난해 304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216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1728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건전성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올 3월 말 RBC비율은 212.8%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다. 정 사장 취임 전인 2017년 말에는 108.5%에 불과해 적기시정조치 대상 기준(100%)을 간신히 버텼다.

현재는 재무건전성 개선에 더해 보장성보험 중심 영업이 자리잡아 가는 중으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간다는 평가다. KDB생명은 2014~2016년 3차례 매각 대상에 올랐는데 당시만 해도 저축성보험 판매가 집중됐다.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에 비해 보험료 규모가 크고 사업비율이 낮아 단기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저축성보험과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는 각각 ▲2014년 1038억원, 335억원 ▲2015년 1360억원, 268억원 ▲2016년은 1179억원, 484억원이다. 그러다 정 사장이 취임한 지난해는 보장성 초회보험료가 255억원으로 저축성(79억원) 역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배 가까이 벌어졌던 저축성과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도 지난해엔 저축성 1조5849억원, 보장성 1조2056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저축성 물량 여전히 부담

문제는 과거 판매한 확정고금리 상품을 비롯해 보유하고 있는 저축성보험 물량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회계기준이 변경되면 부메랑이 될 수 있는 요소다. 고객이 중도해지를 하지 않는 이상 일시적으로 물량이 빠지기 어렵고 특히 고금리 상품의 경우 현 상황에서 굳이 해지할 이유가 없어 리스크를 안고 가야한다. 회사가치를 떨어뜨린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이런 부담은 RBC 요구자본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RBC비율은 가용자본에서 요구자본을 나눠 산출하며 요구자본은 크게 ▲보험위험액 ▲금리위헙액 ▲신용위험액 ▲시장위험액 ▲운영위험액으로 분류된다. KDB생명은 자산운용과 직결된 금리위험액와 신용위험액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생보사는 저축성보험 보유계약이 많을수록 자산운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지난해 말 KDB생명의 요구자본은 5960억원으로 이 중 금리위험액이 3402억원, 신용위험액은 2775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리위험액은 금리변동에 따른 자산부채관리(ALM) 리스크, 신용위험액은 보유채권에 대한 리스크를 말한다. KDB생명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한화생명, 동양생명, 푸본현대생명 등도 비슷한 처지다.

반면 보장성보험 보유계약이 많은 생보사는 상품에 대한 리스크인 보험위험액에 대한 부담이 높은 편이다. 대표적으로 보장성보험 물량이 절대적인 라이나생명은 요구자본 4499억원 중 보험위험액(3596억원) 비중이 크다.

KDB생명이 내년까지 자본확충 계획을 미리 잡아둔 것도 이런 리스크를 먼저 대응하기 위함이다. 신용등급이 그리 높지 않아 발행금리가 높다는 점이 부담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데 성공해 안정적 수익구조의 틀을 구축했다.



◆매각 성공… 산은 의지에 달려

관건은 산업은행의 의지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6500억원에 인수했고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1조2000억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그동안 매각 추진 시 시장에서 보는 KDB생명의 회사가치는 턱없이 낮아 절반 수준도 못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상호 간 바라보는 가격차가 워낙 크니 매각에 성공하기는 애당초 무리였다. 회계기준 변경 등으로 생보업황 전망이 불투명한 점도 회사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DB생명이 1조원 이상 가격을 받아내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본다. 결국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회수 실패’라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매각할 의지가 있느냐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2016년 쇄신안을 발표하고 자회사 매각과 관련해 ‘시장가격을 원칙으로 한다’고 방향을 정했으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해 말 “손실을 보더라도 매각하는 게 정답”이라고 밝혀 확고한 매각 의지를 표명했다.

KDB생명도 내실 다지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심인 보장성보험의 경우 ALM 부담이 큰 종신보험 판매를 줄이고 대신 건강보험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수익성 차원에서는 보험료가 비싼 종신보험이 유리하지만 부채듀레이션 만기가 내년부터 30년으로 확대돼 장기적으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KDB생명 관계자는 “선제적 자본확충으로 회계기준 변경과 감독기준 변경(K-ICS)에 대비하고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을 현재 80%에서 더 확대하겠다”며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맞춰 전통적인 사망보장 위주에서 과감히 탈피해 건강보장 중심으로 상품전략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6호(2019년 6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우진 jwj17@mt.co.kr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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