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 올랐다는데… 장만 보면 헉소리 왜?

 
 
기사공유
장바구니·외식·개인서비스 가격이 요동치며 생활물가가 치솟았다. 소득은 늘었지만 생활물가 상승폭이 커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졌다. 그런데도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지표는 “괜찮다”고 말한다. <머니S>가 치솟는 생활물가를 점검했다. 고물가 속 가정 내 식단변화와 함께 외식비가 얼마나 올랐는지 짚어봤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물가잡기 해법도 들어봤다. <편집자주>

[치솟는 생활물가-②] 산정방식·통화정책 딜레마

“물가는 안 올랐다는데 마트에서 장을 보면 금세 10만원이 넘어간다.” 

물가가 뜀박질하고 있다. 1년 사이 김밥 5.9%, 치킨 7%, 삼겹살 10%가 올랐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에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고 있다.

반면 정부가 집계하는 물가추세는 반대로 움직인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개월째 0%대를 기록했다. 체감물가는 계속해서 오르는 반면 소비자물가는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이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괴리는 어디서 나타나는 걸까.

/사진=이미지투데이

◆통계지표 품목, 산정기준 괴리

먼저 물가를 매기는 품목의 기준 차이다. 통계청은 생활에 밀접한 460개 품목을 정하고 매달 가격변동을 측정해 발표한다. 소비자가 구입하는 모든 상품을 조사하는 게 아니라 통계청이 정한 품목의 물가를 계산한다.

또 소비자 생활에 얼마나 밀접한지,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에 따라 품목별 가중치도 달라진다. 총 1000점 중에서 쌀의 가중치는 4.0, 맥주는 2.4, 감자는 0.7인 반면 전셋값은 48.9, 월셋값은 44.4에 달한다. 먹거리는 가격이 큰 폭으로 뛰어도 전체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이다.

이밖에도 물가산정에 소비트렌드가 반영되지 않는다. 최근 소비가 크게 늘어난 마스크나 건조기는 소비자물가 품목에 없지만 교복·교과서·학교급식비는 물가지수 비중을 높게 차지해 체감물가와의 간극을 벌린다.


정부는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에 마스크와 의류건조기를 추가하고 무상교육·무상급식·무상복지 등 지원을 확대한 품목을 제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총 141개 품목으로 작성된 생활물가지수도 체감물가와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개편작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정부의 시장물가 조정에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08년 이명박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MB 물가지수’를 내놨지만 물가는 20%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다. 당시 통계청은 서민생활에 밀접한 품목을 52개로 줄이고 개별 품목에 공무원 이름까지 걸어 관리했지만 물가정책은 실패사례로 남았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정책은 디플레이션 상황과 개별 품목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며 “물가통계가 서민생활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지표와 지수를 더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플레이션 공포, 통화정책은 ‘낙관론’

체감물가와 지표물가의 괴리는 현실과 엇박자로 속도를 내는 통화정책도 한몫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하며 6개월째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했다.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 7명 중 1명이 ‘금리인하’ 의견을 냈지만 한은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일 뿐 통화정책 방향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는 경제상황에 맞게 조율하기 위해 ‘GDP 갭’(잠재성장률-실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갭’(물가안정목표-실제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 지금처럼 물가상승률(0.7%)이 목표(2%)보다 낮으면 기준금리를 낮춰 경기부양을 모색하는 게 시장논리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디플레이션 우려는 과도하다”며 “낮은 물가는 공급요인과 정부의 복지정책 영향이 크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반기에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경기전망에 낙관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상황 지표나 동향을 볼 때 위기라는 지적은 과도하다”며 “2분기에는 정부가 노력했던 민간투자 활성화의 결과가 나타나고 재정 조기집행 효과도 가시화되면서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대응에 느긋한 우리나라와 달리 글로벌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랜 경기침체에 미·중 무역전쟁까지 더해져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 4월 인도와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렸고 5월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필리핀, 아이슬란드, 스리랑카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최근 미국도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 상승률이 전월 대비 1.0%로 물가목표치(2%)보다 낮아 기준금리 인하론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은 장·단기 금리차 역전을 우려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채권은 오래 보유할수록 손실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통상 장기채 금리는 기준(단기)금리보다 높다.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지면 조달금리가 높아져 국가의 경기전망이 어둡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국채금리도 단기물부터 장기물까지 전부 기준금리 1.75%를 하회한다. 국고채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0.06% 포인트씩 하락한 1.72%를 기록했고 5년물(1.61%)과 10년물(1.68%) 금리도 모두 기준금리 아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학자들은 우리나라가 1990년 말 경제위기를 겪었던 일본과 유사한 모습이 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 설비투자 부진→소비위축→신산업 부진→디플레이션 악재가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저물가·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경기는 장기간 하강국면이 계속될 것”이라며 “경기가 어느 시점에 저점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설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가는 가계소비,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국민의 표심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제출했지만 여야가 대립상태에 봉착하면서 심의가 지연되고 있다. 5월 임시국회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난 가운데 6월 국회 전망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글로벌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나홀로 회복하기 어렵다”며 “재정확대 등 경기부양책을 강력하게 사용하면 하반기쯤에는 물가안정과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6호(2019년 6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077.94하락 4.8915:32 10/17
  • 코스닥 : 649.29하락 2.6715:32 10/17
  • 원달러 : 1187.00하락 0.815:32 10/17
  • 두바이유 : 59.42상승 0.6815:32 10/17
  • 금 : 58.80하락 0.6215:32 10/17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