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기의 걷는자의 기쁨] 옛 얘기 품은 '구수천 팔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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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여울, 옛길을 걷다
반야사·옥동서원, 길은 하나로 이어지다


구수천 판탄길 호랑이 너덜지대.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경북 상주서 발원한 구수천(龜水川)은 백화산 틈새를 찾아 물길을 냈다. 산허리를 따라 맴돌고 휘돌아나가며 팔탄(八灘·여덟 여울)을 만들었다. 구수천은 몽골군의 원혼이 서린 저승골 등 사연 많은 이야기를 품었다. 또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악인(樂人) 임천석이 뛰어내린 바위도 있다.

반야사(般若寺)는 충북 영동과 경북 상주의 경계인 한성봉 자락 안쪽에 자리한 도량이다. 법주사의 말사로 가람 배치는 극락전과 대웅전, 지장전이 나란히 배치된 아담한 천년고찰이다. 고즈넉한 절간의 맑은 풍경소리에 마음이 고요해진다.

◆반야사의 풍경소리와 문수전

반야사 앞 세월교.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반야사 앞 돌다리인 세월교를 건너 오른쪽 숲길을 따라 길을 잡았다. 석천(石川)은 상주에서 영동을 지나 금강으로 접어드는데 그중 반야사에서 옥동서원까지를 구수천이라고 부른다. 구수천을 따라 강변을 반원을 돌아 걸었다. 강은 수천년을 휘돌아 산허리에 깊은 자국을 남겼다. 길 따라 허리벽을 잡고 도니 눈앞 가득히 너덜지대다. 반야사를 지키는 수호신마냥 위용이 대단한 호랑이 모습과 같다.

호랑이 너덜지대를 조심스레 지나니 맞은편에 폭이 50m쯤 되는 반석이 깔려 있다. 이곳은 세조가 목욕을 했다는 영천이다. 뒤로는 만경대의 절벽이 가파르다. 그 위에는 지혜의 완성을 상징하는 문수보살을 모신 문수전이 있다.

숲길 깊은 곳에는 기와며 절간의 잔해가 널려 있다. 반야사 옛터다. 이곳에서 지금의 반야사로 자리를 옮겨갔다는데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여기서부터 상주이니 경상북도에 들어선 셈이다. 숲길, 연록의 나뭇잎들이 어우러져 있다.

◆충북 영동과 경북 상주의 경계

임천석대.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임천석대(林千石臺)에 도착했다. 고려 말 사람인 임천석은 북과 거문고를 잘 켜던 악공이다. 고려가 망하자 이곳에 들었다. 태조 이성계가 부르자 두 임금을 섬기지 않겠다고 절벽에서 뛰어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절벽의 이름이 임천석대다.

바위에는 이끼가 가득하고 담쟁이 넝쿨이 얽혀있다. 금계천과 반계천이 모동에서 하나로 흘러내린 구수천은 물길이 여럿으로 나뉘었다가 모이기를 반복했다. 그 사이 벼랑에 사정없이 흠을 내고 생채기를 냈다. 물길이 그렇게 오랜 세월을 흐르는 동안 돌들의 날은 무뎌졌다.

흔들다리.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임천석대를 지나자 물소리가 더욱 요란하다. 병풍처럼 이어진 벼랑이 눈앞에 들어온다. 난가벽(欄柯壁)이다. 구수천 팔탄길 중 최고의 경치다. 난가벽을 지나니 흔들다리다. 흔들다리 난간에 서서 강을 바라보니 난가벽으로 이어진 구수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흔들다리를 지나 좌측으로 접어들었다. 밤나무영농단지다. 길게 줄지어선 밤나무 사이로 이어진 길에 한없이 빠져든다. 바닥은 부드럽고 폭신해 걷는 느낌이 좋다. 독재골 산장에는 예스러운 풍구며 절구통이 있다.

◆세심석과 옥동서원

세심석.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세심석(洗心石)은 1716년 선비 이재가 황익재를 찾았다가 이곳에 같이 들러 '세속의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낸다'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바위 남쪽으로 설치된 밧줄을 잡고 올라가면 평상처럼 널찍한 바위가 있어 십여명이 앉아 쉴 수가 있다.

세심석을 옆에 두고 잠깐 오르막길을 오르니 능선에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좌측으로는 백옥정인데 미처 파악치 못하고 그냥 능선을 넘어 걸어갔다. 가파르고 미끄러워 주의해야 한다. 눈앞에 옥동서원이 보인다. 논에는 모내기가 한창이다.

옥동서원.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옥동서원은 황희선생의 위패가 모셔진 서원이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때 살아남은 47개 서원 중의 하나다. 안을 살펴보고 싶으나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문도 열고 가치를 널리 알렸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반야사에서 옥동서원까지 걸으며 만났던 구수천 팔탄길은 아름답다. 석천은 상주에서 영동을 지나 금강과 만난다. 길은 이어져 이야기도 하나였으나 상주와 영동은 같은 석천의 흐름을 월류봉 둘레길과 구수천 팔탄길로 나눴다. 하나의 길로 합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6호(2019년 6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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