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규제 샌드박스, 뛰는 중국과 기는 한국

 
 
기사공유

이련주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이 규제샌드박스 100일 시행 성과와 향후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DB


최근 정부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하고 있다. 규제에 가로막혀 발전하지 못하던 금융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취지다. 현재까지는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빠르게 정착하면서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반면 실효성 논란도 있다. 혁신 금융으로 지정된 서비스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고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규제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혁신 서비스 9건 지정

올해 4월17일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한 우선 심사 9건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스위치처럼 껐다 켤 수 있는 ‘스위치보험’이 선정됐다. 이외에도 ▲알뜰폰을 이용한 금융·통신 결합서비스 ▲블록체인을 활용한 ‘P2P방식 주식대차’ 서비스 ▲개인 간 신용카드 기반 송금서비스 ▲개인가맹점을 통한 QR 간편결제 서비스 ▲카드정보를 활용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서비스 ▲SMS 인증방식의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신재생에너지 지역주민투자 P2P금융서비스 등이 첫 샌드박스로 뽑혔다.

뱅크샐러드는 이번에 선정된 스위치 보험을 통해 고객 중심의 획기적인 보험서비스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뱅크샐러드가 내놓은 스위치 보험은 보험의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편하게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사용자 중심에서 고안한 서비스다. 이를 이용하면 일상에서 보험이 필요한 순간, 뱅크샐러드 앱에 접속해 원하는 기간 동안 원하는 보험을 자유롭게 가입하고 해지할 수 있게 된다.

뱅크샐러드 뿐만 아니라 카카오, 리치앤코, 토스 등 다양한 기업들이 보험플랫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여행자·자동차 보험 등 상대적으로 단순한 상품 위주라는 지적도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올해 4월 개최한 제1차 혁신금융심사위원회에서 “금융 샌드박스 도입은 금융혁신, 포용금융, 규제개혁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다양한 혁신서비스를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접근성을 높이고 정부도 혁신서비스가 소비자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뒤 궁극적인 규제개혁을 검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보험 중심 인슈어테크 개화

해외 인슈어테크시장은 이미 보험회사가 금전적 보상을 넘어서 계약자에게 종합적인 위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가입자의 의료정보를 온라인으로 의사에게 제공해 상담할 수 있고 가입자에게 운동과 음식 섭취에 관한 조언을 해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서비스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계약자의 위험 통제 노력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건강증진형 상품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지만 관련 상품 종류는 매우 제한적이다. 삼성생명, AIA생명 등 보험사 몇 곳에서 관련 상품을 선보였지만 걷기나 달리기를 이용한 상품에 국한돼 있다. 운전습관을 활용한 보험료 할인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일부 보험사에서만 활용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 분석 결과를 근거로 보험료 할인 등에 활용하고 있다. AIA생명은 모바일 앱으로 운동량 등을 측정하고 바이탈리티 나이에 따라 설정된 운동량 목표치를 달성하면 통신요금, 커피쿠폰, 온라인 상품권 등을 제공한다. 운전습관 연계 보험도 있다. 삼성화재, DB손보, KB손보 등은 SKT의 T맵 내비게이션을 켜고 일정거리 이상 주행하고 T맵 안전운전 점수가 우수할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뛰는 중국, 걷는 한국

보험업계에서는 중국을 인슈어테크 대표 주자로 꼽는다. 반면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본다. 핀테크시장만 놓고 보면 한국과 중국의 가장 큰 차이는 관련 산업군에 적용되는 규제방식에 있다.

중국은 새로운 사업에 대해 ▲사후규제 ▲네거티브 규제(원칙 허용·예외 금지) ▲시범적 사업 허용을 원칙으로 한다. 반면 한국은 ▲사전규제 ▲포지티브 규제(원칙 금지, 예외 허용)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핀테크 산업을 육성함에 있어 사전규제가 아닌 사후 규제 방식을 택했다. 새로운 핀테크 산업이 등장하면 일단 받아들이고 문제가 터지면 사후에 규제한다는 방향이다. 대표적으로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를 시작으로 보험, 펀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금융 후진국이었던 중국이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한국은 사전규제 위주다. 각종 심의 등을 통해 금융서비스에 대한 사전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서비스 분야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는 초기 시장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중국 IT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핑안보험과 손잡고 2013년에 세운 인터넷 전문 보험사인 중안보험은 인슈어테크 대표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중안보험은 2015년 당뇨병 환자의 건강상태를 보험료에 반영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가입자는 혈당측정기로 혈당을 측정하고 메신저로 검사결과를 공유해 의사와 상담할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인슈어테크 시장은 한국과 다르다. 먼저 상품이 나오면 이후 검토하는 방식이다. 반면 한국은 기존 규제 때문에 다양한 상품이 나오기 힘든 현실”이라며 “최근 금융샌드박스로 규제를 풀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존 상품에서 크게 다른 서비스는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시켜주는 제도를 말한다.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놀이터처럼 규제가 없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샌드(모래)박스라고 불린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6호(2019년 6월11일~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심혁주 simhj0930@mt.co.kr

금융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090.73하락 4.6818:01 06/17
  • 코스닥 : 719.13하락 3.1218:01 06/17
  • 원달러 : 1186.50상승 1.218:01 06/17
  • 두바이유 : 62.01상승 0.718:01 06/17
  • 금 : 59.90하락 0.3818:01 06/17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