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의 그래픽저널] ‘레버리지 중독’, 욕심은 뻥튀기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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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관련 기사나 글을 읽다 보면 자주 접하는 용어인 ‘레버리지’(leverage)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인기있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이름에도 ‘레버리지’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레버리지를 이야기하려면 일전에 ‘듀레이션’을 설명하며 비운의 철학자로 소개했던 아르키메데스가 다시 등장한다. 레버리지가 ‘지렛대 레벨(lever)의 사용’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즉 작은 힘으로 큰 물체를 움직이는 지렛대의 힘을 가리키며 다른 말로 표현하면 증폭시키는 힘, 아주 쉽게 생각하면 ‘뻥튀기’는 힘이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사진제공=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부채 레버리지의 마법

레버리지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예를 들어보자. 이해하기 쉬운 레버리지는 은행 대출이다. 당신의 수중에 1억원이 있고 직장이 서울 시내이며 이제 거주할 집을 산다고 하자. 24평이상 아파트를 사려면 3억원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1억원으로는 시 외곽의 출퇴근 거리가 꽤 먼 주택을 구입해야 한다. 당신은 평균 5%로 담보·신용 대출을 모두 모아 2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받아 집을 사면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그래도 출퇴근과 생활의 편의로 당신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로 한다. 이 경우 당신에게는 ‘레버리지’가 발생하는데 대출을 받지 않고 원거리 주택을 구입한 경우 레버리지는 ‘1배’, 대출받아 주택을 구입한 경루 레버리지는 ‘3배’가 된다.(표 참고)

2억원의 빚을 얻어 주택을 구입하면 주택가격이 10% 오르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주택상승 이익은 3배가 커진다. 대출받은 경우의 레버리지가 3배인 것이다. 물론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에는 반대로 3배로 손실이 발생한다. 이것이 부채의 레버리지 효과다. 물론 이자비용을 감안해야 하지만 주택가격 차익인 자본이득에만 집중하자.

ETF의 레버리지라는 용어는 가격변동 폭에 지정된 레버리지 배수를 증폭시켜 손익을 계산한다는 뜻이다.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펀드에 레버리지를 만들어 넣은 경우다. 이러한 레버리지들을 다른 말로는 금융레버리지라고 한다.



◆레버리지는 금융의 원천

금융레버리지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진 사람에게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레버리지는 결과가 불확실한 도전에 나서게도 하면서 인류 역사를 다시 쓰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콜롬버스시대 자기 목숨을 원금으로 배·선원 등의 투자금을 차입받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신대륙 탐험에 나선 것도 무한대에 가까운 레버리지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레버리지는 역사의 추동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레버리지가 금융세계에서는 거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만큼 가득하다. 금융업의 태생 자체가 자금 여유가 있는 자와 자금이 부족한 자 사이의 자금 융통으로 시작했으니 레버리지가 금융업의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은행업이란 고객에게는 대출을 해줘 레버리지를 발생시키고 은행 자신은 예금을 받아 지급준비율을 남기는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신용창조과정을 통해 은행업의 레버리지를 극대화한다. 가장 레버리지가 높은 비즈니스다.

또 다른 금융업인 증권업은 기업이 발행한 주식이나 채권을 통해 기업에게 레버리지를 부여한다. 기업들은 납입자본금 대비 자본잉여금과 차입금을 증가시켜 기업의 레버리지를 높이는 것이다. 기업은 레버리지를 무기로 살아가는 자본화된 생물이다.

증권업 고객들의 증권거래 서비스에서도 레버리지가 발생한다. 주식거래의 증거금률이 40%면 거래레버리지는 2.5배이고 선물거래는 15%를 증거금으로 할 경우 거래레버리지는 6배 이상이다. 옵션거래는 20~30배 이상의 거래레버리지를 고객이 부담하게 된다. 거래 결과로 발생하는 손익이 가격의 변동에 대해 레버리지 배수만큼 증폭된다. 배수의 크기는 투자자에게 탐욕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증권업이 거래 회전율을 높여 회사의 경영수익을 만드는 원천인 것이다.


금융으로 밥을 먹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레버리지를 좋아한다. 금융 수익의 원천이 레버리지이기 때문이다. 레버리지를 이용해 직접 큰돈을 벌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고객이 레버리지를 이용하도록 서비스 제공해 그 이용료로 예대마진, 수수료를 남긴다.

◆풍요의 중독… 과욕은 금물

금융을 떠나 다른 관점의 레버리지를 생각해보자. 미히르데사이 저서 <금융의 모험>은 레버리지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소개한다. 제프쿤스라는 팝아티스티를 레버리지의 대가로 소개하고 있다. 이 작가는 올 5월15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084억원이란 금액으로 생존 작가 중 최고 경매가를 기록했다.

이 작가는 실제로 선물거래를 하듯이 아이디어 단계에서 작품을 팔아 제작에 필요함 자금을 동원하는 놀라운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다른 많은 예술가들이 자금이 없으면 물감을 아끼고 굶어가면서 작업하던 이전 행태에서 완전히 벗어나 부채를 끌어들여 작품을 최고 수준으로 완성하는 레버리지 예술가라는 새로운 행태를 소개했다. 레버리지가 높아서 실제로 예술작업과정에서 파산지경에 수차례 이르렀다니 놀랍다.

제프쿤스와 전혀 반대로 레버리지를 다 내려놓는 예술가의 이야기를 담은 사례도 있다. 바로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의 모델인 후기 인상파 프랑스화가 폴 고갱이다. 공교롭게도 폴 고갱도 주식거래인이었다. 그는 1882년 프랑스 주식시장 폭락을 계기로 주식거래업에 회의를 느끼고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놓고 남태평양 타히티로 떠났다. 예술에 집중하기 위해 가족, 책임, 사회라는 인생의 레버리지를 줄이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레버지리를 쫓은 예술가는 생존하며 성공했고 레버리지를 내려놓은 예술가는 사후에 유명해졌으니 평가는 여러분이 하길 바란다.

과다한 레버리지는 위험을 증폭시키지만 짜릿한 성공을 기대하게 한다. 미국이나 중국을 비롯한 가장 높은 단계의 자본주의를 구가하는 국가가 점점 부채율이 높아지고 레버리지가 높아지는 이유는 풍요의 중독일 수도 있다. 레버리지의 혹독한 교훈을 2008년 금융위기에 겪었지만 마약처럼 세계는 레버리지를 높여가고 있다. 당신의 삶도 풍요의 중독에 레버리지를 높여가는 데 둔감해지지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사진제공=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97호(2019년 6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조수연 jwj17@mt.co.kr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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