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다룬 기생충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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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가 영화 <기생충>에 푹 빠졌다. 한국영화 100주년인 올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이목을 끈 이유도 있지만 지구촌의 공통분모인 ‘빈부격차’를 겨냥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 높은 평가를 받는다. <머니S>는 영화 <기생충>이 우리 사회와 지구촌에 어떤 물음을 던졌는지 알아봤다. <편집자주>

[왜 ‘기생충’에 열광하나-하] '흥행 양극화' 수혜 입다


저택에 사는 부자 가족과 반지하방에 사는 가난한 가족을 대비시킨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서 수상하더니 흥행에도 성공했다. “한국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사상 최초”라는 보도도 있었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다. 최초가 아니라 두번째다.

2013년 제66회 칸 영화제에서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가 단편 경쟁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장편과 단편, 두 경쟁부문 모두 최고상이 황금종려상이다. 이번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단편 경쟁부문 황금종려상은 바실리스 케카토스 감독의 <더 디스턴스 비트윈 어스 앤 더 스카이>가 차지했다. - 이 기사에는 영화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단편영화 <세이프>

◆단편 황금종려상 <세이프>

한국에서 사상 최초로 황금종려 트로피를 받은 <세이프>는 메시지가 좋고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살아있다는 평을 받았다.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불법 사행성 게임장 환전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대생은 가불한 알바비를 갚기 위해 상품권을 바꿔줄 때 고객 몰래 두장씩 숨겨 갖는다. 속은 것을 알게 된 남자는 항의하지만 사장은 번번이 아르바이트생 편을 들어준다.

화가 난 남자가 살의를 품고 환전소를 다시 찾자 여대생은 금고 안에 몸을 숨긴다. 그러나 여대생은 안에서 열 수 없는 튼튼한 금고 안에 갇혀 버리고 만다. 사기를 친 후 위험에 처하자 안전한 곳으로 알고 금고 안에 숨었다가 안전하지 못한 결과를 낳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한 것이다.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오히려 반대되는 상황을 맞는 아이러니가 주제의식이다.

문 감독은 <세이프> 제작비 800만원 중 500만원을 신영균예술문화재단으로부터 지원받고 300만원은 자비로 충당했다. 반면 관록 있는 감독의 반열에 오른 봉 감독에게는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온다. 직전 영화 <옥자>의 경우 넷플릭스가 500억원 제작비 전액을 투자했다. <기생충>은 순제작비 135억원으로 개봉 5일 만에 관객 370만명을 돌파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재정적으로는 <기생충>이 좋은 환경에서, <세이프>는 어려운 환경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봉 감독은 집안이 로열패밀리라는 보도가 있듯이 양극화의 아래 계층과는 거리가 있다. 반면 문 감독은 어렸을 적 가세가 기울어 영화학을 전공할 때부터 모든 생활비를 아르바이트로 벌어 해결했으며 대학 졸업 후에도 영화 제작비를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계속했다고 한다.

또한 <기생충>에서 가난한 가족의 가장으로 나오는 송강호는 출연료로 7억~8억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A급 톱배우는 출연료 외에 손익분기점을 넘을 경우 출연계약 과정에서 총수익의 7%를 러닝개런티로 받기도 한다. 송강호는 2013년 <변호인>을 비롯한 세편의 영화에서 러닝개런티 등을 포함해 30억원을 넘게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는 기사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발표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인의 평균 월소득은 183만원이며 월소득 100만원 미만인 경우가 32%에 달했다. 대중문화예술은 소득 양극화가 심한 대표적인 분야다.


영화 <기생충>.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양극화 부추긴 <기생충>의 독과점

양극화를 주제로 다룬 영화로 명예와 큰돈을 동시에 얻은 감독과 배우가 양극화의 최상단에 놓였다는 것도 역설적이다. 봉 감독과 송강호가 뛰어난 실력으로 우뚝 올라섰듯이 자본주의의 대중예술산업에서 성과에 따른 양극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다른 곳에서도 성과에 따른 양극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기생충>의 부잣집 주인 박 사장은 글로벌 IT기업 CEO로 부당한 행위를 통해 많은 돈을 번 것이 아니다. 반면 가난한 기태 가족은 주인 가족을 속이고 기생하며 부당하게 돈을 버는 것으로 나온다. 가정부와 운전기사를 내쫓는 음모까지 꾸며 무고한 사람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꿰찬다. 약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또 다른 약자를 몰아내는 모습이다. 기태는 충동살인까지 저지른다. 지하에서 배어드는 냄새를 박 사장이 싫어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이 싫어하는 냄새를 외면하고 싶어 한다.

기태는 정당방위도 아닌 살인을 저지르고 난 뒤 후회나 반성 없이 도망가 안전하다고 여긴 지하에 숨어든다. <세이프>에서의 튼튼한 금고와 <기생충>에서의 부잣집 지하실은 대비가 된다. <세이프>에서 사기 친 주인공이 안전하다고 여긴 금고 안에 숨어들어 스스로 갇힌 것은 <기생충>에서 사기치고 살인까지 한 주인공이 경찰을 피해 지하에 숨어들어 스스로 갇힌 것에 비견된다.

기태에 앞서 지하에서 살았던 남자도 사업이 망한 뒤 사채까지 끌어다 쓰고 지하에 숨어들었다. 돈을 갚지 않는다면 정당하게 법적 처벌을 받거나 개인채무자 신용회복지원제도를 통해 채무원금의 상당부분을 감면받고 나머지는 수년간 성실히 상환하는 게 올바른 길인데 돈을 떼먹고 숨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파멸을 맞았다.

<기생충>은 개봉 후 줄곧 스크린 점유율이 30%를 넘어 지난 4일 기준 33.8%를 기록했다.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지난 5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스크린의 30% 이상을 점유하면 다른 영화에 피해가 간다. 그런데 <기생충>은 양극화에 대한 얘기다. 그런 영화가 흥행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스크린을 독과점하는 건 매우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돈을 잘 벌 수 있게 만들어진 영화가 더욱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 역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자본주의 논리다.

봉 감독의 첫 작품인 <플란다스의 개(2000년)>부터 <살인의 추억(2003년)>, <괴물(2006년)>, <마더(2009년)>, <설국열차(2013년)>, <옥자(2017년)>, <기생충(2019년)>에 이르기까지 필자는 모든 작품을 보았다.

봉 감독이 시나리오에만 참여한 남극일기(2005년)도 보았다. 그의 모든 작품 중 가장 상큼한 영화를 꼽으라면 필자는 <플란다스의 개>를. 가장 길게 여운이 남는 영화로는 <마더>를, 가장 진지하게 사회적 문제를 비판한 영화로는 <옥자>를, 가장 재미있게 만들어진 영화로 <기생충>을 꼽겠다.

관객을 끌어들이는 요소인 코미디, 스릴러, 공포물이 모두 들어있어서 영화 보는 재미를 배가한다. <플란다스의 개>가 난센스코미디라면 기생충은 ‘블랙코미디’다. 봉감독은 진지한 주제 의식에서부터 재미있는 유머 코드까지 잘 다룰 수 있는 다채로운 재능을 가졌다.

기생충은 풍자적인 작품으로서 보는 이에 따라서 세가지 시선이 가능하다. 첫번째 시선은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압도적인 재미에 몰입하는 시선이다. 다만 주인공 부부의 애정행위 장면은 구체적 노출은 없지만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 ‘15세 이상 관람가’로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갔다가 민망했다면서 “가족이랑 절대 보지마”란 후기들이 올라왔다. 끝에 살해 장면도 청소년이 보기에 잔혹하다는 지적이 있다. 성적인 장면과 살해 장면이 영화의 재미를 높이는 효과나 주제 의식에 별 도움되지 못한 채 과도하게 묘사된 셈이다.

두번째 시선은 빈부 격차가 큰 사회의 생활을 리얼하게 잘 그렸다는 시선이다. 열심히 발버둥 치며 살았지만 반지하 방에 살 게 된 기택의 가족에 대해 애잔함을 느끼고 지독하게 가난하면서도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는 가족을 보며 슬픔 속에서도 따스함을 느낀 관객이 많다.

“모스 부호가 나오는 마지막 시퀀스는 직접 본 한국영화 중 가장 기괴하면서 완벽했고 슬프고 아름다웠다”고 한 관객도 있다. 유지나 동국대학교 교수는 소수 지배층과 다수 피지배층 간의 위계질서가 저지르는 만행을 블랙 유머로 그려낸 작품으로 한국사회의 부당한 현실을 풍자하며 공명을 일으킨다고 평했다.

◆부자와 가난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양극화를 비판적으로 다루려면 부자의 심성을 안 좋게, 가난한 사람의 심성을 좋게 표현해야 하는데 정반대라서 불편했다는 시선이 있을 수 있다. 정당하게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도 되는데 부잣집에 들어가 편하게 돈 벌려고 사기를 치며 기생충 같은 삶을 선택한 것이니 연민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택 가족처럼 반지하에 살면서도 성실하게 노력하며 모은 돈으로 작은 집 하나 마련해 성실히 살아가는 어떤 이는 건강한 성인 4인가족이면 최저임금만 받아도 매달 700만원 넘는 수입이 가정에 들어오는데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속이는 모습에 화가 났다고 한다. 아버지(송강호)는 자식이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학력을 속이는 서류위조를 할 때 야단쳐야 하는데 기특해하는 장면 등 역겨운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 영화에 공감하다 보면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고방식에 젖어들 위험성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든지 영화를 느끼고 해석하는 것은 어차피 관객 각자의 몫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7호(2019년 6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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