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패치워크 인문학-49] 방탄소년단과 봉준호, 그리고 위정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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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방탄소년단이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에 앞서 글로벌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머니투데이 윤상근 기자

2019년은 ‘방탄소년단(BTS)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적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BTS는 6월1~2일 영국의 웸블리 공연장에서, 8~9일에는 프랑스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자리를 꽉 메운 관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우리가 전설로 알고 있는 비틀스와 마이클 잭슨, '보헤비안 랩소디'의 퀸 등이 섰던 바로 그 웸블리 무대다.


방탄소년단이란 ‘총알을 막는 방탄(조끼)처럼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고난과 편견과 억압으로부터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지켜내는 소년들’이라는 뜻이다. 어찌 보면 정말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투박한 이름이다. 그런 투박함이, 지극히 한국적인 것이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4대 우상' 파괴하는 BTS


베이컨은 근대를 일깨운 책으로 불리는 <신기관>(The New Organon)에서 사람의 정신을 가로막는 4가지 우상을 거론했다. 동식물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과신하는 종족의 우상, 개인의 편견과 기질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 동굴의 우상, 사람들의 말과 동조에 젖어드는 시장의 우상, 가공적 관념이나 철학·종교 사상에 세뇌되는 극장의 우상이 그것이다. 베이컨은 4가지 우상으로 오염된 인간 정신을 해방시키는 지성과 이성의 청소를 해야 참된 앎과 진리를 체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런 우상들을 벗어던졌다. 우선 ‘영어로 불러야 글로벌 팝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시장과 극장의 우상을 파괴했다. 한국어로 당당하게 노래함으로써 “1960년대에 비틀스가 있었다면 2010년대는 방탄소년단이 있을 것”(Vanity Fair France)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배달민족의 한이 서려 있다는 아리랑을 한국민요풍으로 불러 “방탄소년단은 언어와 음악 장르를 부숨으로써 팝의 국경 없는 미래를 구현하는 것 같다”(Telegraph)는 찬사도 얻었다.

 
동양인이 그것도 한국 사람이 글로벌 팝시장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 벽)이라는 ‘동굴의 우상’도 이겨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선풍적 인기를 끈 것이 자신감을 갖게 했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괴테의 말처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우상을 파괴한 것은 방탄소년단만이 아니다. 축구 ‘U20 월드컵’에서는 36년 만에 처음으로 4강에 올랐다. 봉준호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BTS 힘은 '공감'


방탄소년단이 세계 대중음악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힘은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는 <주역>에서 공감을 “내 마음을 비워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허수인)으로 해석한다. 하늘과 땅이 사귀어 만물이 만들어지고 성인이 사람의 마음을 느껴 천하가 화평해질 수 있는 것처럼 나를 버리고(비우고) 남을 존중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논어>에서는 공감을 서(恕)로 풀었다. '서'는 같은 마음이라는 여심 또는 여자 입으로 나타내는 마음이라는 여구심이다. '여'와 '구'는 모든 것을 보듬어 키우는 땅을 가리킨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고난과 편견과 억압의 아픔을 함께 느끼면서 그것들로부터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지켜내듯 젊은이들을 지키겠다는 뜻이 전 세계 젊은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아미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는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서로 느껴 반응하는 감응(感應)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학이 그늘에서 우니 그 새끼가 화답한다”(<주역>(풍택중부) 괘 구이효)가 그것이다.


공자는 이에 대해 “군자가 제 집에 있으면서 말을 착하게 하거나 불선하게 하면 천리 밖에서도 응하는데 하물며 가까이에서야”라면서 “말과 행동은 군자의 추기(아주 중요한 것)다. 추기는 영욕의 주된 요인이니 어찌 신중하지 않겠느냐”고 경계했다.

◆품격 깎는 위정자 "협치하라"


BTS와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은 신과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보는 원효대사의 화쟁사상과 이율곡의 이기묘합 사상이 이제 전 세계인을 열광시킨 한류로 부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과 사람의 조화 속에서 신명나는 ‘생명의 흐름’이 세계인의 마음을 훔치고 홍익인간에서 흘러나온 풍류의 도가 개방과 포용과 창조의 한류로 꽃피운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광개토대왕의 높고 넓은 고구려 기상과 세종대왕의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 이후 가장 통쾌한 일이다. BTS와 U20 축구선수, 봉준호 감독이 해외에서 코리아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그런 한류 전도사들을 적극 지원해야 할 위정자들이 국내에서 한국의 품격을 깎아내리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주역>은 이런 안타까움을 “바르게 힘쓰면 길하고 뉘우침이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면 떼거리들만 네 생각을 따르리라”(함괘 구사효)고 밝혀 놓았다. 공자는 이에 대해 “비록 가는 길이 달라도 도달하는 곳은 같고 생각이 백가지로 나뉘어도 우려하는 것은 하나일텐데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걱정하겠는가”라고 지적한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만 보고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영국이 의원내각제를 도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윌리엄 템플은 자기편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정서와 이익에만 기초해 ‘인기에 좌우되는 중민정부’(popular government)는 가벼운 변화에 좌지우지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백성의 동의를 받는 정부는 가장 안전하고 굳건하다고 했다.


양보와 겸손은 가진 사람이 하는 것이다. 갖지 않은 사람의 양보는 겸손이 아니라 비겁 내지 비굴이다. 양보와 겸손으로 4개 우상을 뛰어넘어 제2의 방탄소년단, 제3의 봉준호 감독이 잇따라 나올 수 있도록 하는 협치가 발등의 불로 다가와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7호(2019년 6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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