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내 이웃이 ‘조현병’ 환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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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 칼부림, 역주행….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조현병 환자의 범죄가 끊이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사회적 경각심과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강력범죄사건을 살펴보면 ‘조현병 환자가 이렇게 많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지난해 말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의학과 교수의 피살사건과 진주에서 발생한 방화·살인사건, 부산·충주·창원·김천 등 각지에서 조현병 환자와 관련된 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현병 환자는 100명 중 1명꼴로 길거리나 직장, 아파트에서 충분히 마주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조현병 진료 환자는 10만7000여명이다. 하지만 사회통념상 정신건강의학과 내원을 꺼리는 ‘숨은 환자’의 비중이 높아 조현병 환자는 약 50만명으로 추산된다.

조현병에 의한 참극은 국민에게 큰 두려움과 충격을 준다. ‘나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우려가 커 청와대 국민청원에 ‘조현병 환자를 국가가 관리하거나 격리해달라’는 청원이 300건 넘게 올라왔을 정도다.

정신질환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에 정부가 나섰지만 대처가 늦었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된 정신질환자를 전수조사하고 조현병 환자의 강제 입원을 허용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효성은 의문이다. 일선 경찰에게 조현병 환자 여부를 확인하는 한장짜리 판단 매뉴얼만 달랑 내려온 것을 보면 불 보듯 뻔하다.

조현병에 의한 참극을 막기 위해 중요한 건 환자 치료·관리 시스템을 국가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경남 진주 방화·살인사건’ 피의자 안인득과 ‘당진·대전 고속도로 역주행사건’ 피의자 박씨 모두 치료를 중단한 후 범행을 일으켰다. 조현병 환자가 치료 도중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국가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치료해야 한다.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는 고용상태가 불안정해 적합한 치료를 받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의료체계가 강화되기 전까지 범죄로 발전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게 급선무다. 필요하다면 사법 입원 등 강력한 법적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

경찰 등 공무원이 조현병 환자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도 있다. 일부의 경우 사건이 발생하기 전 비슷한 민원 신고가 들어왔던 점을 고려할 때 조현병에 대한 사전지식이 충분했다면 막을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유는 아무 노력 없이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사회적 당위성, 공동체 의식, 건전한 가치관이 바탕이 돼야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물론 관리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보호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선결과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7호(2019년 6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아름 arhan@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기자. 제약·바이오·병원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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