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못’이 본 기생충, ‘OOO’은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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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가 영화 <기생충>에 푹 빠졌다. 한국영화 100주년인 올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이목을 끈 이유도 있지만 지구촌의 공통분모인 ‘빈부격차’를 겨냥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 높은 평가를 받는다. <머니S>는 영화 <기생충>이 우리 사회와 지구촌에 어떤 물음을 던졌는지 알아봤다. <편집자주>

[왜 ‘기생충’에 열광하나-중]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는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지난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장편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영화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지난해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어느 가족>에 이어 2년 연속 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가 칸 영화제를 휩쓸었다.

다만 두영화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어느 가족>이 서로 다른 아픔을 지닌 인물들이 가족을 이루고 가족의 의미에 질문을 던지는 것과 달리 <기생충>은 한 가족이 다른 가족에 ‘기생’하면서 벌어지는 ‘가족 희비극’이다.

때문에 <기생충>은 관객의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관객들은 각양각색의 시각으로 토론을 벌이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영화를 평가한다. 봉 감독은 “이번 영화를 보면 많은 분이 놀랄 것이다. 영화가 매우 이상하다”고 소개했다.

과연 <기생충>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일반인의 시각으로 영화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봉 감독의 메시지를 파악해봤다. - 이 기사에는 영화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칸영화제 황긍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사진=로이터

◆하류층과 상류층의 ‘수직관계’

탄탄한 스토리, 짜임새 있는 구성과 분위기 반전 등 영화 <기생충>은 흥행성에서 상당히 후한 점수를 받는다. <기생충>은 우리 사회의 수직 갈등과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그린 영화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시선은 위에서 아래로 또는 아래에서 위로 옮겨가며 계급으로 나뉜 사회를 묘사한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와이파이’를 찾기 위해 스마트폰을 천장 가까이 대고 움직이는 장면이나 술 취한 행인이 기택(송강호 분)의 집앞 전봇대에서 소변을 보는 장면, 기우(최우식 분)가 동익(이선균 분)의 집에 처음 방문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상류층을 표현하는 동익의 가족은 대부분 계단을 오르는 장면을 연출하는 반면 하류층을 나타내는 기택과 문광(이정은 분)의 가족은 끊임없이 계단을 내려간다.

영화는 대부분 어두운 지하 단칸방, 지하 비밀창고와 눈이 부실 만큼 밝은 저택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제3의 장소는 없다. 이는 중간계층이 사라진 우리 사회를 의미하며 지하실 하류층과 저택 상류층은 두꺼운 벽과 높은 담장으로 구분돼 계층 간 이동이 불가능한 세태를 꼬집는다. 또 비가 내려 캠핑이 취소된 날 문광의 가족과 기택의 가족이 지하 벙커에서 올라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상승을 원하는 그들의 욕망을 나타낸다.

동익의 어린 아들 다송(정현준 분)을 통해서도 수직 사회의 단면이 드러난다. 억수같이 내리는 비에 기택의 지하 단칸방은 물에 잠기지만 다송의 장난감 인디언 텐트는 꿈쩍 않고 내리는 비를 막아낸다. 이 모습은 상류층과 하류층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그린다. 극 전반에 등장하는 모스부호도 마찬가지다. 아내 문광의 시신 곁에서 근세(박명훈 분)가 피를 흘리며 필사적인 구조 신호를 보내지만 다송은 이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 하류층에게는 절박한 무언가가 상류층에게는 놀잇감에 불과한 모습을 표현한 것이며 하류층과 상류층의 의사소통이 더이상 불가능해졌음을 그려냈다.


영화 <기생충>.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자본주의 속 인간군상

영화 속 인물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상류층과 하류층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비춘다.

가정부로 등장하는 문광과 그의 남편 근세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희생자로 그려진다. 사채를 빌려 대왕카스테라 가게를 내는 등 신분 상승을 꿈꿨던 근세는 사채업자들에 쫓겨 지하로 숨게 된다.

문광은 극중 동익을 찬양하는 북한 아나운서 성대모사를 하고 근세는 하루 종일 동익의 집안을 우러러보며 ‘리스펙트’(존경)를 외친다. 실질적으로 동익에 기생하는 문광 부부는 이 행동을 통해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김과 동시에 자본주의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마치 북한의 김정은을 찬양하듯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을 맹목적으로 좇는 비정상적인 우리의 사회상을 비꼰다.

동익과 연교(조여정 분)는 ‘심플한’ 상류층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귀찮은 것이나 성가신 것을 싫어하는 그들은 겉으로 보기엔 너그럽고 인자하며 온화한 성품의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일 이외에는 관심이 없고 죽어가는 근세를 밀쳐내고 자동차 열쇠만 빼내는 이기적인 인물이다.

특히 동익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선을 그어놓고 그 선을 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태도를 취한다. 그는 인간 대 인간으로 기택을 존중하지 않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운전기사 중 하나로 여기면서 고압적이고 오만한 성격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극 중반 기택이 두차례 “사모님을 사랑하느냐”며 동질감을 느끼려 하자 동익은 이에 불쾌함을 나타낸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도 쇼파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별반 다를 것 없는 인간임을 그린다.

기택과 기우 부자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서서히 순응해가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들은 봉 감독이 <기생충>을 이상한 영화라고 말한 근거를 제공한다.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 그간의 작품에서 하층민이 주도하는 체제 변화 또는 전복을 그렸다. 하지만 <기생충>의 기택과 기우는 변화가 불가능하며 순응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고정관념 깬 ‘잘 만든 영화’

기택네 가족이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은 <기생충>에 여운을 더한다. 기택은 계속되는 실패로 계획을 세우지 않는 ‘무계획’ 인생을 살다가 현실을 피해 지하로 도피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아들 기우는 어떤 악조건에서도 ‘운’(運)에 집착하다가 결국 포기하며 돈을 많이 벌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방식인지 나타나지 않고 그저 세상 그 무엇보다 돈을 최고로 여기는 자본주의사회의 평범한 하층민의 모습을 보이며 공허하게 끝을 맺는다.

개봉 후 논란이 된 선정성, 잔혹성 등을 제외하고 영화 자체만을 봤을 때 잘 만든 영화임을 부인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계급사회가 돼 버린 현실을 다룬 영화지만 <기생충>은 다른 영화와 차별화된 맛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해답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 ‘하류층은 선(善)하고 상류층은 악(惡)하다’는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신분상승을 갈망하고 그들끼리 아귀다툼을 벌이는 하류층의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영화라는 장르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호사스런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아도 <기생충>은 박수받아 마땅한 영화이며 볼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흥미로운 영화다. 덧붙이자면 아직도 궁금한 점이 있다. 기택이 손으로 날린 ‘곱등이’는 죽었을까 살았을까.

☞ 본 기사는 <머니S> 제597호(2019년 6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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