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세계가 극찬한 ‘불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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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가 영화 <기생충>에 푹 빠졌다. 한국영화 100주년인 올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이목을 끈 이유도 있지만 지구촌의 공통분모인 ‘빈부격차’를 겨냥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 높은 평가를 받는다. <머니S>는 영화 <기생충>이 우리 사회와 지구촌에 어떤 물음을 던졌는지 알아봤다. <편집자주>

[왜 ‘기생충’에 열광하나-상] ‘양극화’를 되돌아보다


최근 우리사회가 <기생충>에 열광한다. 자기의 삶을 위해 다른 생물에 빌붙어 사는 벌레를 일컫는 사전적 의미의 기생충이 아니다. 한국영화 100주년인 올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 얘기다.

<기생충>에 대한 열광은 단지 ‘봉준호’라는 유명 감독이 만든 영화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가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렸고 세계도 이에 동의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아서다. 영화 <기생충>, 그리고 봉준호는 어떻게 우리 곁에 다가왔을까. - 이 기사에는 영화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칸영화제 황긍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사진=로이터

◆세계가 먼저 알아본 ‘수작’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영화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첫 초청된 이후 한국영화의 칸 도전사는 쉼 없이 계속됐다.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 같았던 도전은 단편 경쟁부문과 장편 경쟁부문에서 수차례 다양한 수상작을 배출하며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지만 정작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수상은 매번 좌절됐다. 2013년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가 단편 경쟁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로는 한동안 칸 도전사의 명맥도 끊겼다.

그러다 올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비상했다. 특히 한국영화 100주년인 올해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에서 최고의 상을 수상해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봉 감독은 칸영화제 폐막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침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인데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만큼 <기생충>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은 우리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임이 자명하다. 특히 “받아 마땅한 상을 받았다”는 프랑스 국영언론사 프랑스24의 평가처럼 <기생충>은 세계가 극찬을 쏟아냈다.


영화 기생충.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빈부격차’, 그리고 성찰의 시발점

영화 <기생충>이 품은 매력은 ‘공감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은 ‘빈부격차’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양극화는 서로의 존재를 비판하고 앙숙으로 여기게 한다.

<기생충>은 이 점을 파고들었다. 가진 것 없는 주인공 기택의 가족은 으리으리한 박 사장 집에 의도적으로 입성하면서 실현되기 힘든 ‘만약’을 꿈꾼다. 이 ‘만약’이라는 꿈은 잠시 달콤했지만 결국 모두에게 비극으로 귀결되며 서로의 융합을 결코 허락지 않는다.

<기생충>은 서로가 닿을 수 없는 빈부격차에 대한 씁쓸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세계인의 공감을 자아냈다.

‘냄새’라는 일상의 흔한 요소를 빈부를 가르는 중요한 영화적 장치로 활용한 점도 흥미롭다. 영화 속에서 박 사장 가족 같은 부자는 항상 깔끔한 옷에 쾌적한 실내에서 좋은 향기를 맡으며 생활한다. 집·회사·자동차, 심지어 비에 젖지 않는 방수용 텐트까지 부자가 속한 모든 공간은 외부의 쾨쾨한 냄새를 철저히 차단한다.


영화 기생충.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반면 가난한 자에게는 코를 찡긋거릴 만한 냄새가 날 것이라는 편견이 가득하다. 영화 속 박 사장은 기택을 자신의 운전기사로 채용하며 겉으로는 사람 좋은 냄새를 풍기지만 뒤로는 그를 ‘무언가 알 수 없는 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규정짓는다.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지만 결코 서로의 처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여기기 쉽지 않았던 서로의 ‘냄새’. <기생충>은 냄새를 ‘빈부격차’라는 현실을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로 사용하며 우리 모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동시에 씁쓸함을 안겨줬다.

이처럼 <기생충>은 ‘빈’과 ‘부’라는 양극화 현실을 마주한 우리사회가 짚어 봐야할 ‘성찰’의 시발점이자 ‘고찰’해야 할 난제의 첫 관문으로 여겨진다.

다만 세계인의 찬사를 받고 국내에서 관객 1000만명 돌파를 가시권에 둔 <기생충>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희극으로 계속될 것 같은 <기생충>은 후반부에 여기저기 선혈이 낭자한 장면으로 관객에게 충격을 선사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전개돼 충격의 강도가 컸지만 우리가 불편해 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슬픈 현실’을 희극으로 포장해 끌어들여 ‘혹시’라는 틈을 열어 둔 다음 잔혹한 비극으로 치달아 결국 ‘진짜 현실’을 자각하게 만들어서다. 우리가 불편해 하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 내면이 자각한 ‘진짜 현실’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됐을지 모를 일이다.

장르의 마법사 ‘봉준호’의 발자취

최근 한 TV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한 봉 감독은 <기생충>에 대해 “흔히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를 다룰 때 쉽게 떠오르는 이야기의 틀이 있는데 그런 틀에서 벗어나 있고 여러가지 예측불가한 부분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소개했다.

봉 감독은 스스로 이상한 영화라고 말한 <기생충>을 들고 우리와 마주 앉았고 우리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그가 만든 영화 역시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 불편한 현실의 연속이었다.

2003년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대표작 <살인의 추억>으로 평단과 500만 관객에 충격을 안긴 그는 3년 뒤 한강에 출몰한 괴생명체와 맞서 싸운 가족의 사투를 그린 <괴물>로 1000만 관객을 사로잡으며 누구도 도전하지 못했던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신호탄을 쐈다.

2013년에는 절친 영화감독 임필성이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 집어 던졌다”고 극찬한 미래 빙하기를 다룬 <설국열차>로 틸다 스윈튼, 크리스 에반스 등 할리우드 배우와 호흡했고 2017년에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탄생한 슈퍼 돼지와 순수한 소녀의 우정을 다룬 <옥자>로 새로운 도전을 거듭했다.

이처럼 그가 걸어온 길은 누구도 다가서기 쉽지 않았지만 그는 늘 먼저 개척하며 변화를 거듭했고 ‘봉준호=장르’라는 찬사를 받으며 결국 우리 영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새겼다.

☞봉준호 장편영화 필모그래피
▲플란다스의 개(2000)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 ▲기생충(2019)


☞ 본 기사는 <머니S> 제597호(2019년 6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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