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참 vs 불참… '화웨이 보이콧'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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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한국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진다. 통상관계의 우위에 서려는 글로벌 1~2위 경제대국의 패권다툼 불똥이 우리나라로 튀고 있어서다.


현재 화웨이 보이콧을 비롯해 대중 경제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은 우리나라에 적극적인 대중 제재 참여를 요구한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 협조할 경우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을 경고하는 등 한국 길들이기를 노골화하고 있다.

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이 때문에 자칫 ‘제2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가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G2 패권다툼에 한국만 새우등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4~5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적인 IT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특히 위원회는 이들 기업에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과 거래금지 조치에 협조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정부차원에서 주도하고 있는 ‘반(反) 화웨이’ 움직임이 확산되자 우리 기업들이 별다른 대응을 할 수 없도록 노골적인 압박카드를 꺼낸 것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화웨이 사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자 곧바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또한 우리나라에 외교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화웨이 제재를 요구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이달 초 공개강연에서 “5G 이동통신은 보안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며 화웨이 보이콧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모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상대국이라 선뜻 어느 편을 들기 곤란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중국 수출 비중은 26.8%로 대만(28.8%) 다음으로 높았고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도 12.1%에 달했다. 한국 전체 수출의 3분의1 이상을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는 셈이다.

만약 우리기업들이 중국의 경제보복을 우려해 화웨이 보이콧을 따르지 않을 경우 미국의 관세부과를 비롯한 통상압박이 우려된다. 반대로 미국의 요구를 따라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할 경우 대중 수출은 물론 현지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앞서 우리나라는 비슷한 상황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2016년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경북 김천에 사드기지를 전개하자 중국은 한국산제품 수입 금지를 비롯한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한 것. 경제계는 당시 우리나라가 입은 손실이 총 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분야의 피해규모는 1조4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G2 의존도 줄이기 나선 한국

화웨이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길어질 경우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의존도가 68.8%로 매우 높아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취약한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 20개국(G20) 상품교역 통계’를 보면 미중 무역전쟁으로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수출은 전분기 대비 7.1% 하락했다. 전년동기 대비로 보더라도 한국의 수출 감소폭은 8.1%로 G20은 물론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을 본격화하면서 한국의 수출은 더욱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어치, 총 5745개 품목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 600억달러어치, 총 5207개 품목에 대해 5~25%의 추가 관세부과를 개시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79.0%에 달한다. 관세부과가 직·간접적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달 중순 발표한 ‘미국의 대중국 관세부과의 영향’ 자료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한국의 전체 수출 규모는 0.14%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액으로 따지면 8억7000만달러(약 1조200억원)에 달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직접적 효과로 중국 중간재 수요가 줄어 한국의 대세계 수출은 0.10% 감소하고 간접적 효과의 경우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라 대세계 수출이 0.04%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 등 불확실한 통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전략을 준비 중이다. 산업부는 개발도상국·신흥시장을 개방해 G2 의존적 교역구조 개선과 교역규모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추진전략을 이달 말 확정·발표할 방침이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미중 무역갈등 등 최근 우리 주변을 둘러싼 대외 통상환경이 매우 불확실하고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통상 질서로 변하고 있다”며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7호(2019년 6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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