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팔로어’ 한국 바이오헬스, 일본 추월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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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성장이 점쳐지는 바이오헬스기술·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선진국과 신흥국 간 총성 없는 물밑 전쟁이 시작됐다. 선진국들은 예전부터 바이오헬스산업을 성장전략의 하나로 꼽고 중장기적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며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술수출·산학협력 등을 통해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면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분야에 몇 발자국 앞서 있는 ‘의료선진국’ 일본의 정책을 모델로 삼아 역량을 강화하는 양상이다.

선진국인 미국·유럽은 물론 이웃나라 일본도 일찍부터 바이오헬스분야를 국가주력사업으로 선정하고 육성에 힘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일본은 세계 50개 상위 제약사 중 8개를 배출하고 의·과학분야에서 잇따라 노벨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은 제약·바이오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초연구가 진행된 의료선진국으로 상용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신약 개발에 승부수를 뒀다. 일본에서는 2013년 개정된 약사법을 통해 본인의 세포를 채취 및 배양해 환자에게 주입하는 시술을 의료기관 내 의사의 판단에 맡긴다. 대규모 임상을 마쳐야만 처방이 가능한 국내와 상반된 모습이다.

환자의 동의가 필요한 행위지만 기존 치료제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환자들이 또 다른 치료옵션 선택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처방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국산 기술로 개발한 줄기세포치료제 처방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는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15일 바이오헬스 혁신 민관 공동 간담회에서 제약바이오 기업 대표들이 논의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일본 “치매 등 난치병 주목”

최근에도 일본은 치료법이 없는 난치·희귀성중증질환치료제 개발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올해 24억엔(약 262억1640만원)을 들여 ▲유전자치료·세포요법 ▲표적치료제 등을 전략에 포함시켰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관계자는 “일본 정부(문부과학성)는 각 연구과제마다 2000만엔(약 2억1832만원)부터 2억엔(약 21억8326만원)씩 투자하며 총 40개 과제가 순항 중”이라며 정부는 자금조달뿐 아니라 분야별 자문, 전문지식 등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약품시장에서 잠재력이 가장 큰 분야인 ‘치매’(알츠하이머)에도 집중한다. 일본은 뇌과학연구 전략 추진 프로그램·뇌기능 네트워크 프로젝트에 79억7200만엔(약 867억3456만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주목하는 분야는 알츠하이머의 진단과 치료법, 뇌영상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기술 등이다.

일본이 의료선진국이란 평가를 받는 데는 예전부터 탄탄한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2015년 ‘의약품산업강화종합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기초연구부터 보험적용까지 단계별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국가 연구개발(R&D) 사령탑인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의 ‘신약개발지원전략본부’를 중심으로 신약개발지원체제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임상분야에선 글로벌 임상연구수준을 갖춘 병원을 의료법상 ‘임상연구중핵병원’으로 지정해 지원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일본은 아베노믹스 성장전략의 하나로 건강·의료산업을 꼽고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며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 내는 기업에 집중해야”

최근 기술수출 등 바이오헬스산업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자 한국도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제약·바이오기업의 신약 기술수출이 5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2017년에 비해 4배 증가했고 의약품·의료기기 등 수출도 17조136억원으로 전년보다 19% 증가하는 등 의료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이 나타나고 있다.

각종 규제로 시대 변화에 뒤처진다는 비판을 받던 한국이 선택한 전략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다. 국내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제네릭)와 줄기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태동기 바이오헬스영역을 선점하기 위해 규제완화와 정책적지원에 나서는 한편 산업생태계의 공백을 메우고 선순환을 이끄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은 연간 4조원대로 대폭 확대할 바이오헬스분야 R&D지원금으로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린다. 정부는 지난달 말 발표한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을 통해 현재 연간 2조6000억원(2017년)인 바이오헬스분야 정부 R&D지원금을 2025년부터 연간 4조원 이상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정부의 대폭 지원 정책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R&D지원금이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는 정부의 바이오헬스 R&D지원금이 대학과 병원, 정부출연연구소에 편중되면서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 쪽으로 오는 건 많지 않다는 불만이 컸다”며 “연구나 논문 제출을 위한 연구보다는 확실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기업에 정부 R&D지원금이 집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도 R&D지원금을 적재적소에 풀어 산업현장 최전방에 서 있는 제약·바이오기업의 혁신에 대한 목마름을 풀어주기 위해 나선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의 혁신 마인드를 불어넣고 새로운 산업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방향을 바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3개 부처가 협력해 신약 개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 대상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그간 기초 학문분야 중심으로 연구소와 대학에 대한 투자가 주를 이뤘지만 앞으로는 실제 성과가 잘 드러나는 응용분야 투자를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7호(2019년 6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아름 arhan@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기자. 제약·바이오·병원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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