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목소리, ‘입도 뻥긋 못하게’ 처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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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통화 너머로 들려오는 친절한 목소리가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파탄 내는 사건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이야기다. 지난 십수년간 국제적 보이스피싱 범죄 집단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조직화‧전문화 되는 과정을 거쳤다. 아마추어 같았던 사기꾼의 촌티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이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기술(IT) 활용 능력까지 갖추니 신출귀몰한 경쟁력까지 겸비하게 됐다. 이에 반해 당국의 대응은 늘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머니S>가 교묘해진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예방법을 알아봤다. <편집자주>

[진화 거듭하는 ‘그놈 목소리’-④·끝] ‘사후 제재’ 강화 시급


“남? 나.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공익광고협의회가 최근 선보인 보이스피싱 예방광고 문구다. ‘남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일이 ‘나’의 사례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보이스피싱은 알고도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피해 예방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수많은 광고와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막상 상황에 맞닥뜨리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피해자가 돼 있다. 이렇듯 경각심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소비자 주의뿐 아니라 사기범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초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현실에 맞춘 처벌 강화와 동시에 행정비용에 대한 실효성 개선안을 내놓았다.



◆대포통장 거래제한 강화해야

보이스피싱은 무엇보다 금융소비자 본인의 주의가 가장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등 정부 기관도 ▲의심하고 ▲전화 끊고 ▲확인하고 등을 강조하며 경각심 고취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보이스피싱과 맞물려 있는 대포통장 관련 규제도 강화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하고 사기범을 검거하면 수사당국은 대포통장 거래를 제한하고 남은 잔액을 피해자에게 돌려준다. 이후 이 계좌의 거래제한이 풀린다. 이 통장이 다시 보이스피싱 사기에 악용될 여지가 있어 큰 문제가 있다.

전 의원은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로 벌금형 이상이 선고되면 전자금융거래를 일정기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범죄 수준에 따라 거래제한 기간을 벌금형은 3년, 징역형은 5년으로 차등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포통장 양수나 대여에 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대포통장 양수도·대여에 대한 처벌 형량이 징역 3년 이하며 범죄단체조직죄 적용도 제한된다.

전 의원은 “대포통장 양수도·대여 처벌을 3년에서 5년 이하로 상향하고 대포통장 조직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가중처벌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한 예로 대포통장 단체에 대포통장 범죄 및 범죄단체조직죄를 동시에 적용해 경합범으로 2분의1을 가중처벌하면 최대 징역 7년6개월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위해서는 대포통장 범죄에 4년 이상 징역형이 필요하다”며 “대포통장 단체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면 범죄수익은닉 규제법상 중대범죄에 해당해 범죄수익 환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제공=전해철 의원실

◆계좌 중개·대여, 처벌근거 마련해야

전 의원은 대포통장을 중개하거나 권유하는 행위도 양수도·대여에 준하는 수준으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개는 알선과 사실상 다를 바 없지만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서는 대포통장 알선만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며 “중개는 대포통장 양수도나 대여를 권유하는 행위로 범죄의 예비·음모 행위지만 현재 처벌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수수료 등 대가를 전제로 한 대포통장 권유 행위는 알선에 준해 처벌해 대포통장 발생을 예방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선의의 피해 방지를 위해 대가 없이 대포통장을 권유하는 행위는 처벌하지 말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계좌정보와 관련한 규제 강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현재는 대가를 받고 본인 계좌번호 등을 대여해도 보이스피싱에 직접 가담한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하기 어렵다.

전 의원은 “계좌번호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여하는 행위는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것을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피해금을 인출·송금해 전달하는 등 구체적 행위를 입증해야만 처벌이 가능하다”며 “보이스피싱 등 범죄행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도 계좌정보를 대여하거나 유통할 경우 대포통장 양수도 범죄 수준인 징역 5년 이하로 처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분명한 환급 기준… 행정비용 현실화

전 의원은 행정비용의 현실화에 관한 법 개정안도 내놓았다. 채권소멸절차 개시에 대한 기준액을 마련하자는 안이 핵심이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을 검거하면 대포통장에 남은 잔액을 피해자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금액에 관한 기준이 없다.

사기범이 돈을 다 써버려서 500원만 남아도 이를 피해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행정절차에 소용되는 비용이 만만찮다는 것이다. 단일 건의 경우 몇백원에 불과하지만 대포통장 사기가 수만건임을 감안하면 그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채권소멸절차에 소요되는 우편료도 건당 1만1000원이이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전 의원은 “3만원 이하 소액의 경우 채권소멸절차를 자동 개시하지 않도록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의 경우 1000엔(약 1만원) 미만은 환급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별도로 피해금 환급을 신청하면 채권소멸절차를 거쳐 피해금을 환급해주는 것이 옳다”며 “피해자에게 지급정지 내용을 통지하면서 관련 내용을 함께 통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334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3.9% 급증했고 대포통장도 4만7520건으로 35.2%나 늘었다.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전 의원은 “보이스피싱은 피해자에게 재산적 피해를 입히고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2차 피해까지 일으키는 심각한 범죄”라며 “전화·문자부터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는 등 수법도 지능화되고 있어 사후제재 강화를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7호(2019년 6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우진 jwj17@mt.co.kr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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